경영학 분야에서 최근 수행된 흥미로운 연구 성과를 소개합니다.
김진희
박사과정, BSV 교육연구단 학생연구원, ckbe1207@gmail.com
영화 위플래시(2014)에서 최고의 스튜디오 재즈 밴드를 지휘하는 유명 교수 ‘플레쳐’는 밴드 멤버들에게 인격 모독에 가까운 폭언을 쏟아내는데, 그 결과 두 명의 다른 멤버들로부터 각기 다른 반응과 결과를 끌어낸다. 즉, 플레쳐 교수의 가학적 행동은 캐이시라는 학생을 우울에 시달리게 한 끝에 자살로 몰고 갔지만, 주인공인 앤드류의 반응은 이와 대조적으로 상당히 복잡한 양상을 보였던 것이다. 그는 플레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플레쳐 교수에게 내쳐졌을 때는 더 이상 자신과 같이 희생당하는 학생이 없길 바라며 프레쳐 교수의 폭군적 행태를 고발하기에 이른다. 이후 학생들에게 혹독하게 대했던 것은 그들이 ‘한계를 뛰어넘길’ 바라던 마음 때문이었다는 플레쳐 교수의 고백을 받아들이고, 그의 밴드에 다시 들어가 드럼을 계속하게 된다. 플레쳐 교수가 비인격적이고 가학적 행위를 서슴지 않는 단순한 사이코인지 학생들이 더 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의도적으로 채찍을 내리친 “거친 사랑(tough love)”을 시연한 스승인지는 여전히 보는 이들의 분분한 해석만 남겨놓은 채 영화는 끝난다.
이 연구는 영화 위플래시가 보여주는 채찍 효과에 주목하며, 상사의 비인격적 감독이 부하 직원들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복잡하고도 대조적인 반응을 그리려 노력했다. 상사가 인격적 모독과 가학적 행위를 서슴지 않을 때, 부하 직원들의 반응은 모두 동일한가? 상사의 비인격적 감독은 부하들에게 분노와 화, 일탈과 같은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상사의 기준 이상으로 뛰어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상사의 비인격적 감독이 때로 긍정적 결과를 이끌어낸다는 주장이 반직관적으로 들릴지 모르나, 고백건대, 필자 역시 회사생활 중 상사로부터 비인격적 감독을 당했을 때 후자의 부류에 속했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생각보다 드물지 않은 현상일 것임을 실증할 수 있다. 비인격적 감독의 개념을 구체화한 Tepper(2007)에 따르면, 비인격적 감독은 가해자의 동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상자가 그 동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 실로 이를 고려하면, 대상자들마다 그러한 가학 행위에 숨겨진 동기를 동일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부하 직원들이 비인격적 감독의 동기를 자신에게 해를 끼치려는 동기로 귀인했을 때 분노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지만, 만약 성과를 향상시키려는 동기로 귀인한다면 죄책감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분노와 죄책감은 각기 다른 사회적 기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결과 상사에 대한 일탈행동이나 조직시민행동에 있어 전혀 다른 성과를 내게 할 수 있다. 예컨대 상사의 비인격적 감독에 대해 해를 끼치려는 의도로 귀인할 경우, 상사가 악의적이면서도 개인적 스트레스를 풀거나 자존감의 위협을 완화하려는 등 개인적 이득을 취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이게 될 수 있다. 이 경우 비인격적 감독을 당하는 당사자는 자신의 사회적, 직업적 위치가 위험에 처한 것으로 인지하게 되며, 이때 일어나는 분노의 사회적 기능은 그러한 위험에 대한 신호를 보내고 상황을 바꾸기 위해 대응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게 된다. 따라서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대응의 일환으로 일탈행위를 보이거나, 만약 일탈행위를 보이는 것이 리스크가 높을 경우에는 덜 공격적이고 더 전략적인 방안으로 상사에게 좋을 조직시민행동을 줄여 암묵적인 경고를 보낼 수 있다. 반면, 상사의 비인격적 행위를 성과를 향상시키려는 동기로 귀인할 경우, 당사자는 죄책감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높다. 죄책감의 중요한 사회적 기능 중 하나는 당사자가 기대되는 규범에 맞추지 못했음을 알리고 더 잘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종종 아동학대나 성추행의 당사자들이 그 가학적 행위에 대해 자신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견지하는 것도 비슷한 현상이라 볼 수 있겠다. 따라서 당사자들은 상사의 기대에 맞추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느끼게 되고, 문제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게 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일종의 복수와 같은 일탈행동을 줄이게 되고, 더 나아가 장기적 관점에서 상사와의 관계를 향상하고 미래에 또 발생할 가학행위를 방지하고자 조직시민행동과 같은 건설적 전략을 취하게 될 수 있다.
이를 실증하기 위해 다른 문화권, 다른 환경에서 3차례에 걸친 연구를 시행하였다. 1차에서는 중국의 군인 상사-부하 286쌍에 대하여 세 번에 나누어 시간 간격을 둔 필드스터디를 진행하였다. 2차에서는 미국 중서부의 대학에서 156명을 대상으로 실험연구를 진행하였고, 마지막 3차는 경험 샘플링 스터디로서, 스웨덴의 럭셔리 자동차 회사에서 상사-부하 101쌍을 대상으로 3주간 일일 보고를 하게 하여 총 1,413쌍의 데일리 매칭자료를 수집하였다. 그 결과 상사의 비인격적 감독에 대한 부하의 귀인에 따라 다른 반응을 끌어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상사의 동기가 해를 끼치려는 것이라고 귀인할 때는 부하 직원의 분노를 유발할 확률이 높았으며, 반대로 성과를 향상시키려는 것이라고 귀인할 때는 부하 직원의 죄책감을 유발할 확률이 높았다. 그 결과 분노는 더 높은 수준의 일탈행동과 더 낮은 수준의 조직시민행동으로 이어진 반면, 죄책감은 더 낮은 수준의 일탈행동과 더 높은 수준의 조직시민행동으로 이어졌다.
이 연구는 상사의 비인격적 감독이 끌어내는 긍정적 결과를 미화하거나 비인격적 감독을 장려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최근의 연구에서 비인격적 감독의 전략적 사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비인격적 감독이 긍정적 결과를 낳는 것은 오로지 부하 직원들이 그러한 행동을 성과 향상을 위한 동기로 귀인할 때 뿐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비인격적 감독을 하기보다는 부하 직원들과 더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비인격적 감독은 불법이며, 부하 직원들을 효과적이고도 적절한 방법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훈련시켜야 한다는 점을 이 연구는 시사한다.
또한 부하직원들에 대해서도 그들이 상사의 비인격적 감독에 직면했을 때 귀인과 감정이 활성화되는 기제를 알고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조직들은 상사들의 리더십과 소통스킬을 향상시킬 수 있는 훈련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할 뿐 아니라, 어떠한 좋은 의도에서라도 비인격적 감독은 불법이며, 부하 직원들을 효과적이고도 적절한 방법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훈련시켜야 한다는 점을 이 연구는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