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전문가가 들려주는 BSV 쟁점
유인식
(IBK기업은행 ESG경영팀 팀장, 공학박사, yuinsik@ibk.co.kr)
“○○가 ESG로 갑니다!”
요즈음 자주 듣는 라디오 광고다.
다소 전문적일 수 있는 약어이기에 국민 다수가 이해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 기우일 정도로, 이제는 익숙해지기 시작한 단어이기도 하다. 작년에 이어 2022년 역시 ESG는 핵심 경영화두이다. 언론기사를 찾아봐도 연일 ESG 관련 기사가 넘쳐난다. ESG 바람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그리고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게 ESG는 어떤 의미일까? 본 고에서는 ESG의 개념을 시작으로 중소기업의 영향 및 이슈를 통해 중소기업이 가야할 길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포괄하는 용어다. 환경과 사회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1992년 지속가능경영 트리플 바텀라인(Triple Bottom line)을 통해 본격화되었고, 지배구조는 2010년 스튜어드쉽코드 제정을 기점으로 이슈화되었다. 출발점이 다른 3개 용어가 하나로 묶여 쓰이기 시작한 것은 2004년 UN글로벌컴팩트가 기점이다. 즉, 새롭게 등장한 新 경영기법이 아니다. 그러나 ESG가 사회적으로 급부상한 시점은 2020년이다. 우리가 ESG를 찾기 시작한 시점은 왜 2020년부터 일까? 2020년 키워드는 단연 코로나19 팬데믹이다. 또,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과 EU 그린딜도 중요한 키워드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과 그린뉴딜은 확산 및 정착의 계기였을 뿐 ESG 재점화의 시작은 아니었다. ESG 재점화의 계기를 2019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 181개 기업 CEO들이 모여 기업 경영 목적을 변경하는 선언을 한 것이 계기라는 시각이다. 기업이 경영목적을 변경한다는 행위자체는 매우 이례적이고, 큰 이슈임은 명확하다. 주주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변경의 중심에 ESG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2019년 이후 매년 다보스포럼에서는 ESG가 새로운 아젠다로 등장했고, 매년 많은 경영리더들이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니 연관성은 분명히 높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왜 기업목적을 주주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변경하며 ESG를 강조하게 된 것일까? 기업을 움직이게 한 동력은 무엇인가? 그 중심에 금융기관이 있다. 금융기관이 기업에게 ESG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ESG를 투자의사결정에 반영하게된 결정적 계기는 기후변화관련 재무정보 협의체(이하 TCFD: Task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이다. 이 협의체에서 지배구조, 전략, 리스크 관리, 측정지표 및 목표치 4개 항목의 공개를 통해 기업이 기후변화 관련 위험과 기회를 조직의 위험관리 및 의사결정에 반영토록 권고안을 발표했는데, 그 시점이 2017년이다. 전 세계 자산운용사 중 1위인 블랙록은 2020년 서한을 통해 기후리스크를 외면한 기업은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연금은 2019년 당시 2년 내 운용기금의 50%를 ESG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이 계획이 실현되면 ESG 관련 투자는 2024년 5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금융기관은 벤치마크, 투자프로세스 반영, 기업경영 관여 등 여러 방법으로 ESG를 반영하고 있고, 특히 여신 및 투자에 있어서도 ESG평가결과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제 기업의 ESG경영, 금융기관의 ESG투자는 피할 수 없는 필수요소라는 의미이다. ESG경영·투자는 세계 주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의 ESG투자강화방침 선언과 미국, EU 등 국가차원의 법제화를 통해 글로벌 차원에서 이제 정착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더 중요한 건, 변화의 힘과 속도가 매우 강하고 빠르다. ESG를 무시할 경우 기업경영, 금융투자시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ESG 중심에는 환경(E)이 있으며, 특히 기후변화 대응이 중심에 있다. 다시 말하면, 탄소중립은 ESG의 핵심 이슈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ESG경영 준비는 매우 미흡하다. 안타깝게도 국내 중소기업의 ESG경영 대응은 10점 만점에 4점 수준(대기업 평균 7점)이라고 한다. 설문결과, 중소기업 25%만이 ESG경영 준비가 되었거나 준비 중이라 응답했다. 특히 환경분야는 매우 취약하며, 온실가스 저감과 에너지 절약 부문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로사항으로 비용부담과 인력부담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은 올해 어떻게 ESG파도를 넘어야 할까? 몇 가지 접근법을 제시하면, 정부에서 발간한 지침서, 자가진단 툴을 활용해보자. 산업통상자원부는 2020년 하반기 한국형 ESG경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중소기업을 위한 맞춤형 ESG경영 가이드라인도 함께 제시했다. 또, 중소벤처기업부는 2022년 1월 중소기업이 ESG경영 현황을 자가진단할 수 있는 툴을 공개했다. 이 밖에도 IBK기업은행을 비롯해서 여러 기관들이 고도화된 중소기업 ESG경영 자가진단 툴 및 ESG경영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 나가고 있다. 이런 여러 지원수단을 통해 우리 기업은 어떤 것을 ESG경영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결정한 후 실천해야 한다. 올해는 정부 역시 중소기업 ESG경영 확산을 위해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놓치지 말고 최대한 활용하자. 미리 준비하는 중소기업에게 ESG경영은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