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 연결되어 있지 못하고 세상에 나 홀로 떨어져 있다고 인식하는 정서이며, 외로움은 심지어 타인과 함께 있을 때도 얼마든지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 고독(solitude)은 혼자 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긍정적인 감정이며,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타인이 아닌 자기에게 집중함으로써 내면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과정을 말합니다. 인생은 누구나 홀로 왔다가 홀로 가게 마련입니다. 가족도 친구도 회사 동료도 언제까지 내 곁에 머물지 않으며 그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참 소중하지만, 그만큼 나 혼자 있는 시간도 소중합니다. 내 옆에 아무도 없다고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게 아니라, 나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며 충만한 고독을 느낄 줄 아는 게 행복한 인생입니다.
일기를 쓰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날 경험했던 기억에 남는 일화 혹은 지금 막 떠오르는 생각을 부담 없이 써보는 것입니다. 그때 내 기분이나 감정이 어땠는지 적어보고, 왜 그런 느낌이나 생각을 품게 되었는지 찾아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유를 찾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지금 오로지 내 마음에만 깊숙이 집중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합니다.
일기를 쓰면서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게 어려운 사람도 있습니다. 거창하지 않게, 소박한 자서전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입니다. 내가 살아온 길을 찬찬히 돌아보는 기회를 가지고, 그러면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내가 왜 지금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를 이해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은 타인과의 관계가 끝나버린 단절의 시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타인과의 성숙한 관계를 위해 더 많은 걸 준비할 수 있는 연결의 시간입니다. 타인과 함께 있을 때는 관계에 관한 고민을 하기 어렵지만, 혼자 떨어져 있을 때는 비로소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이 가능해집니다.
※ 출처 – 정신의학신문 칼럼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딜 수 없어요 –외로움과 고독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