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정승호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호승아, 니는 요즘 안 외롭나? 나는 요즘 외로워 죽겠다.
와 이렇게 외로운지 모르겠다. 집사람한테 외롭고, 자식들한테 외롭고,
친구들한테 외롭고, 회사 동료들한테 외롭고, 이웃한테 외롭고...,
내가 왜 이렇게 외로운지 모르겠다. 시인인 니는 어떻노?”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외로운 거야. 외로우니까 사람이야.
외로움은 인간의 본질이야, 본질. 죽음이 인간의 본질이듯이.
삼라만상에 안 외로운 존재가 어딨노?
본질을 가지고 ‘왜?’라고 생각하지 말란 말이야.
그러니까 이제는 ‘왜 외로운가’하고 생각하지 말고
외로움을 이해해야 하는거야.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더 뼈저린 외로움을 느끼게 될 거야.
그럴 때는 ‘아, 내가 인간이니까 외롭지. 외로움은 인간의 본질이지’
그렇게 생각해야 돼”
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친구에게 해준 말, '외로우니까 사람이야' 그 한마디가 오랫동안 내 가슴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시 <수선화에게>를 쓰게 되었다.
인간의 외로움에 빛깔이 있다면 어떤 빛깔일까. 연약한 꽃대 위에 핀 수선화의 연노란 빛이 인간의 외로움의 빛깔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제목을 <수선화에게>로 삼았다. 따라서 <수선화에게>는 수선화를 노래한 시가 아니다. 수선화를 은유해서 인간의 외로움을 노래한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