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톡 정신건강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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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에게

저자. 정승호

  • 경상북도정신건강복지센터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 작가의 말
    경상북도정신건강복지센터
    내 나이 마흔여덟일 때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가 대뜸 물었다.

    “호승아, 니는 요즘 안 외롭나? 나는 요즘 외로워 죽겠다.
    와 이렇게 외로운지 모르겠다. 집사람한테 외롭고, 자식들한테 외롭고,
    친구들한테 외롭고, 회사 동료들한테 외롭고, 이웃한테 외롭고...,
    내가 왜 이렇게 외로운지 모르겠다. 시인인 니는 어떻노?”

  • 경상북도정신건강복지센터
    친구의 느닷없는 질문에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외로운 거야. 외로우니까 사람이야.
    외로움은 인간의 본질이야, 본질. 죽음이 인간의 본질이듯이.
    삼라만상에 안 외로운 존재가 어딨노?
    본질을 가지고 ‘왜?’라고 생각하지 말란 말이야.
    그러니까 이제는 ‘왜 외로운가’하고 생각하지 말고
    외로움을 이해해야 하는거야.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더 뼈저린 외로움을 느끼게 될 거야.
    그럴 때는 ‘아, 내가 인간이니까 외롭지. 외로움은 인간의 본질이지’
    그렇게 생각해야 돼”

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친구에게 해준 말, '외로우니까 사람이야' 그 한마디가 오랫동안 내 가슴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시 <수선화에게>를 쓰게 되었다.
인간의 외로움에 빛깔이 있다면 어떤 빛깔일까. 연약한 꽃대 위에 핀 수선화의 연노란 빛이 인간의 외로움의 빛깔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제목을 <수선화에게>로 삼았다. 따라서 <수선화에게>는 수선화를 노래한 시가 아니다. 수선화를 은유해서 인간의 외로움을 노래한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