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톡 정신건강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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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의에 빠져있는 취업준비생에게

경상북도정신건강복지센터

박영민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 우리나라에선 유난히 귀성 전쟁, 입시 전쟁, 주차 전쟁, 구직 전쟁 등 전쟁이란 단어를 즐겨 쓰는데 이것은 우리나라의 치열한 경쟁 사회의 실태를 반영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 경제 사항이 어려워져 기업들도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며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이 늘고 있어 취업준비생에게 취업이란 일종의 전쟁과도 같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취업준비생의 스트레스와 고통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닙니다. 취업준비생은 주변의 많은 기대 속에 이렇듯 실존하는 현실의 벽은 심적 부담으로 이어지고 결국 자신감과 자존감이 떨어져 의욕이 없어지고 자포자기하는 ‘학습된 무기력’과 같은 일종의 우울증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우울증의 또 다른 원인으로 남과의 ‘비교’를 들 수 있습니다. 취업 시험에서 실패할 때 느끼는 좌절도 힘들지만 그보다 더 심한 좌절은 남들은 합격하는데 나만 떨어졌다는 비교인 경우도 많습니다. 이렇듯 취업준비생의 마음은 불안과 우울의 협공과 이로 인한 자존감의 하락으로 어려운 상황을 겪을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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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는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취업준비생에게 조금이나마 조언을 드리려 합니다.

    첫 번째는 부정 감정을 줄이는 것을 연습하는 것입니다. 취업 문제와 같은 고민거리가 생기면 우리 뇌의 편도체에서는 감정 반응을 만들게 되고 이게 전방대상피질을 거쳐 뇌 전체로 확산됩니다. 또한 부신에서는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게 되어 가슴이 뛰고 호흡이 빨라지면서 긴장이 고조되는 ‘투쟁-도피’ 반응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반응이 만성화되면 부신에서 또 다른 호르몬인 코르티졸이 분비되면서 우울증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러한 반응은 무조건적인 한 방향으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뇌는 이러한 불안 반응 혹은 우울 반응을 줄이기 위한 보완 방안을 마련해 놓았으니 그것이 바로 전두엽의 중심 전전두엽, 그 전전두엽 중에서도 배외측전전두입니다. 이 친구를 우리가 활성화시키면 앞에서 말한 불안, 우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편도체를 조절해서 불안, 우울을 억제시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배외측전전두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일단은 알아차림입니다. 즉 내가 불안하고 우울해 있음을 인지하는 것입니다. 이를 인지하는 것만으로 불안, 우울이 어느 정도 가라앉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 감정들에게 점수를 매길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배외측전전두를 활용하여 잘못된 사고 방식을 고치는 것입니다. 인간은 필요 이상으로 걱정을 하는 동물입니다. 어니 젤린스키는 “우리가 하는 걱정거리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사건들에 대한 것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사건들, 22%는 사소한 사건들, 4%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사건들에 대한 것들이다. 나머지 4%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진짜 사건이다. 즉 인생사의 96%의 걱정은 쓸데없는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마음이 불안하거나 우울할 때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래서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 생각을 찾았다면 그 생각이 과연 합리적인 생각인지, 정말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최악의 경우를 생각한 것은 아닌지,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좀 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생각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취업준비생이 많이 하는 잘못된 사고 방식 중 하나가 재앙화 사고와 흑백 논리입니다. 재앙화 사고는 미래에 일어날 여러 가지 가능성 중에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결국 나는 모든 시험에 떨어져 노숙자가 되고 말거야’와 같은 재앙화 사고는 모든 의욕을 꺽어 버리고 우울증으로 가는 지름길을 제공합니다. 이런 생각에 빠져 있다면 정말 다른 가능성은 없는지, 정말 그럴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흑백 논리는 자신을 100점 아니면 0점의 두가지로만 평가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취업 시험에서 떨어졌다고 무조건 0점이라고 생각하거나 실패자로 생각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이럴 경우 흑백으로만 나누지 말고 객관적으로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겨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물론 이러한 잘못된 사고 방식을 바꾸는 연습은 한 번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마치 헬스클럽에서 근육을 키우듯이 적은 시간이라도 꾸준히 계속하면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 두 번째는 긍정 회로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우리 뇌는 원래 매우 부정적입니다.

    이는 진화론적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불안이나 의심이 없었다면 인류는 이미 멸종되었을 것입니다. 다행인 것은 우리 뇌에는 긍정성과 관계된 복측 전방대상피질이 존재합니다. 최근에는 약물 치료로도 호전이 되지 않는 심한 우울증 환자의 복측 전방대상피질에 전기 자극을 준 직후 환자가 웃음을 되찾고 우울증이 회복되는 연구들이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복측 전방대상피질을 활성화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앞으로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것을 상상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상만으로도 우리의 복측 전방대상피질은 일을 시작해서 긍정성을 강화시켜 줍니다. 나아가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 것입니다. 그러면 복측 전방대상피질은 더 세게 긍정회로를 돌리게 되어 편도체의 불안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긍정 회로를 강화하는 또 다른 방법은 감사 일기를 쓰는 것입니다. 자신이 현재 누리고 있는 편의와 축복 등을 매일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법 중 제일 간단하고 쉬운 방법은 자신이 감사했다고 느끼는 바를 날마다 일기처럼 기록하는 것입니다. 로버트 이머슨 교수는 3군으로 나누어 10주 동안 한 군은 1주일에 한 번씩 자신들이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을 5가지씩 적게 하였고, 두 번째 군은 짜증나는 일이나 골치 거리들을 적게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군은 1주일 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적게 하였습니다. 10주 후 감사 기록을 한 군이 다른 두 군에 비해 삶에 대해 더 낙관적으로 느끼며 만족하는 경향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관찰되었으며 심지어 두통, 여드름, 기침 또는 메스꺼움과 같은 신체 증상도 유의하게 적었고 운동하는 시간도 유의하게 늘어난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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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으로 반복된 실패로 인해 무기력감이 온몸을 휩싸서 아무 일도 하지 못할 만큼 의욕이 없을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의 팁으로는 일을 나누어서 처리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부쳐야 할 편지가 있다면 편지 부치기를 몇 가지의 단계로 나눕니다. 1) 친구의 주소를 알아내기, 2) 편지 봉투, 편지지, 우표 구입하기, 3) 겉봉에 주소 쓰기, 4) 편지지에 내용 쓰기... 등등 이런 식으로 단계를 나누어 오늘은 1)만 처리하고 내일은 2)를... 이런 식으로 하다보면 엄두가 안나던 버겁던 일들이 조금은 수월해질 수가 있습니다. 앞의 모든 방법이 효과가 없다면 정신건강의학 관련 종사자와 상담을 해야 합니다. 자신의 감정과 스트레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증상 완화의 효과가 있습니다. 속마음을 털어놓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담에도 효과가 없다면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 효과가 좋습니다. 심한 우울과 불안은 뇌의 생물학적 이상을 만들어 다른 방법으로는 호전이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취업준비생은 여러 가지 심리적 고통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본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취업준비생 여러분들의 건강과 건승을 빌며 본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