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호
(원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극심한 고통을 겪습니다. 이러한 심리적인 고통을 애도(Grief)라고 합니다. 애도 반응은 주로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까운 가족의 사망으로 인해 나타나지만, 이별이나 퇴사, 자녀의 독립 등으로 인해 삶에서 중요한 것을 잃을 경우에도 애도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애도 반응은 초기에는 평생 이어질 것처럼 괴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정서적, 심리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로인해 분노, 혼란, 슬픔, 불안과 같은 다양한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분들도 많습니다.
우리는 어떤 과정을 거쳐 애도를 경험하고 극복하게 될까요? 미국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Elisabeth Kubler-Ross)는 다음과 같이 5개의 특징적인 단계를 통해 애도 반응이 나타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애도의 단계 | 주요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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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정(Denial) |
사랑하는 사람이나 소중한 대상을 상실했을 때, 정서적인 고통을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마음속에서 현실을 부정하며 점차적으로 고통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러한 부정은 단순히 상실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을 받아들이고 소화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변 사람들의 지지와 격려가 매우 중요합니다. |
2. 분노(Anger) |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르게 애도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 중에서 분노를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내 친구가 세상을 떠나서 너무 힘들고 우울해”라고 말하는 대신에 “어떻게 내가 살아가라고 먼저 나를 떠날 수 있어. 그 사람이 너무 원망스러워!!”와 같이 분노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분노 표현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나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감정 표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상실을 극복하는데 있어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
3. 타협(Bargaining) |
상실로 인해 지나치게 괴로움과 절망을 느끼다 보면,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단계를 타협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떠난 사람을 다시 내 곁에 보내주신다면 평생 봉사하며 살겠습니다.”와 같이 신이나 초월적인 존재에게 기도하며 바라는 행동을 보이게 됩니다. |
4. 우울(Depression) |
상실을 경험한 직후에는 당황하거나 굉장히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가라앉은 후에도 괴로움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분노, 타협의 과정을 거치면서 상실의 고통을 더욱 분명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죠. 이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하고 혼자 있고 싶어하는 등 대인관계의 단절을 경험하며 감정표현도 눈에 띄게 줄어들게 됩니다. |
5. 수용(Acceptance) |
수용이라는 것은 고통스럽지 않다는 뜻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그 사람은 좋은 곳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거야. 그 사람을 추억하며 나도 내 삶에 충실해야지”와 같이 현실의 고통을 부정하거나 바꾸려고 더는 애쓰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을 위한 애도 돕기 팁!!]
이해와 공감이 필요합니다.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들의 감정에 공감해야 합니다. 그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그들의 고민과 아픔에 공감하는 말이 도움이 됩니다. “당신의 고통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당신의 슬픔이 이해가 되네요” 같이 표현해 볼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나서지 마세요.
상실을 겪은 사람은 단순히 “고쳐지거나 치료받아야 하는 대상”이 아닙니다. 가벼운 농담이나 응원의 메시지도 상대방에게는 자신의 고통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게 할 수 있습니다.
감정 표현을 강요하지 마세요.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들의 감정에 공감해야 합니다. 그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그들의 고민과 아픔에 공감하는 말이 도움이 됩니다. “당신의 고통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당신의 슬픔이 이해가 되네요” 같이 표현해 볼 수 있습니다.
함께 그 자리에 머물러주세요.
무언가를 억지로 주거나 시키지 말고, 필요한 경우 언제든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상대방에게 알려주세요. 상대방이 방어적으로 나오거나 말하기를 꺼릴 때에도 그러한 반응들을 존중해주어야 합니다.
시간과 공간이 필요합니다.
애도는 시간이 걸리는 과정입니다. 그들이 슬픔과 고민을 경험하고 처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공간을 제공해 주세요. 또한 그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은 상실에 대해 다르게 반응합니다. 중요한 점은 인내심을 갖고 자신과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경험하며 상실의 고통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여 내면의 감정을 소화한 후, 준비가 되었을 때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주변 사람이 상실을 겪었다면, 무리하게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언제든지 그들과 함께 있을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