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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번아웃,
우울증 없어도 자살위험 높다

경상북도정신건강복지센터

성형모
(순천향대학교 구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 ‘번아웃(Burnout)’이란 용어는 독일 출신의 미국 심리학자인 Herbert Freudenberger가 1974년에 발간한 자신의 저서인 ‘Burnout: The High Cost of High Achievement’에서 처음 사용하였습니다.

    저서에서 프로이덴베르그는 번아웃을 ‘동기부여나 인센티브의 소멸, 특히 원인이나 관계에 대한 희생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로 정의하였습니다. 이처럼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은 원래 장기간의 직장 스트레스 혹은 단기간의 과도한 직장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면서 발생하게 되는 개인의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를 의미하지만, 최근에는 그 개념이 일상에서의 스트레스로 인한 에너지 소진을 의미하는 것까지 더 확장되어 사용되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번아웃은 장기간 또는 만성적인 직무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 정의되며, 피곤함을 느끼고, 자신의 직업이 싫어지면서, 직장에서 자신의 능력이 떨어진다고 느끼기 시작한다면 이는 번아웃의 징후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그것이 직업이든 집안일이든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일을 하면서 보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심지어 싫다고 느끼거나, 직장에 가는 것이 두렵다고 느낀다면 이는 사람들의 삶에 있어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고, 그 결과로 번아웃을 유발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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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번아웃이 발생하게 되면 개인은 여러가지 신체적, 정신적 증상들을 경험하게 되는데, 심리적으로는 스트레스로 인해 지치고, 열정이 부족하다고 느껴지거나, 슬프고, 낙담하게 되며, 우울하다고 느껴지고, 사소한 일에도 쉽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경우가 잦아집니다. 삶이나 직장생활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나타나고 비관주의나 편집증, 동료와 친구들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나 비난, 문제를 회피하면서 자신의 무능함을 과대하게 느낍니다. 행동으로도 변화를 느끼게 되는데, 이전에 비해 고립된 행동, 사회에 거리를 두거나 은둔하는 모습, 충동적인 행동, 일에 대한 열정의 부족, 업무에 대한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들이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이로 인해 만성적인 불면증, 신경쇠약과 만성피로 증후군, 심한 경우 우울장애나 자살위험성도 증가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신체적으로도 다양한 증상들과 합병증이 나타나게 되는데, 체중의 증가 혹은 감소, 만성적인 다발성의 근육 통증, 면역력의 감소로 인한 감염성 질환의 증가, 고혈압과 심장질환의 증가, 당뇨와 같은 성인질환도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COVID-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의료진들이나 건강관련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러 편의 연구논문들을 살펴보면, 연구가 진행된 모든 국가에서 번아웃을 보이는 전문가들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고, 이와 함께 자살사고를 포함한 자살의 위험성이 크게 높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조사된 연구들에서도 확인이 되는데, 만성적인 육체적, 심리적 스트레스로 인한 소진이 주된 요인인 것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은 다른 측면에서도 추정해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매년 발표되고 있는 자살통계를 살펴보면 자살의 원인 중 1위는 압도적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신적인 스트레스의 과도한 축적으로 인한 번아웃은 필연적으로 자살의 위험성을 증가시킬 것으로 쉽게 추정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번아웃으로 인한 자살위험성의 증가는 반드시 우울장애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어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번아웃은 우울감이나 무기력감같이 우울장애와 공통적인 증상을 가지고 있지만, 대체로 직장관련 스트레스에 국한되어 직업 생활에 주로 영향을 주지만,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의 경우 직장 생활뿐 아니라 삶의 모든 측면에서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을 경험하게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번아웃 자체가 자살위험성을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번아웃으로 인해 우울장애가 발생한다면 자살과 관련된 위험성을 더욱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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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번아웃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방법들은 뭐가 있을까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자신이 처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선택지들을 찾아보고, 직장 내에서 동료들과 업무량을 균형 있게 배분하고,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우선 순위를 정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 자신의 문제를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입니다. 동료나 직장 상사, 친구,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들에게 필요한 도움과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필요한데, 직장 내 이런 문제들에 대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 지를 알아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필요하다면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꾸준한 운동이나 신체활동, 명상, 요가, 영화나 음악감상 등의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을 통해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최근에는 전문적인 마음 챙김이나 명상 등을 통해 자신을 관찰하고 사고방식 등을 미세 조정하는 시도들도 보편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끝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직장이나 동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태도,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일들이나 경험, 압박감 등을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여러가지 방법들을 통해 개인이 자신의 회복성과 탄력성을 증가시킨다면 번아웃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