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톡 생애주기별 정보

  • print

노년의 외로움,
혼자도 잘 사는 힘

경상북도정신건강복지센터

김인홍
(동국대학교(WISE) 간호대학 간호학과 교수)

  • 우리나라는 급속히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혼자 사는 노인의 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65세 이상 노인 1인 가구는 약 180만 명으로 전체 노인의 21.8%에 달합니다. 사별, 이혼, 미혼 등 다양한 이유로 혼자 살게 된 노인들은 이제 더 이상 예외나 소수자가 아닌 현실의 주인공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혼자 사는 노년'하면 외로움을 먼저 떠올립니다. 실제로 혼자 계신 많은 어르신들이 외로움과 고독감에 시달린다고 응답합니다. 노년의 외로움은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외로움이 심할수록 심혈관, 면역력, 인지기능 저하 등 실제 신체적 어려움도 함께 찾아옵니다. 그리고 영국의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을 경험하는 노인 다섯 명 중 한명은 외로움이 주요 원인이라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노인 자살률이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데, 우울과 고립이 큰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혼자 있다는 것이 반드시 불행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스스로의 삶을 지혜롭게 돌보고, 내면의 힘을 키울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혼자 보내는 시간이 오히려 자립력과 회복탄력성을 높여주기도 합니다. '고독 동력' '혼자서도 잘 사는 힘'은 어려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으며 삶을 건강하게 이끌어가는 힘이 됩니다.

    혼자 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돌보고 존중하는 시간입니다. “나는 오늘도 나를 잘 돌보았다”라는 긍정적인 자기 확인이 노년의 외로움을 견디게 해 줍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부정적으로만 느끼기보다, 나와 좋은 친구가 되는 소중한 시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혼자도 잘 사는 힘, 어떻게 키울까? 몇 가지만 살펴보면, 아침에 따뜻한 차 한 잔, 좋아하는 책 한 페이지, 산책 한 번 등 작은 일상의 루틴은 삶에 리듬을 줍니다. 이런 반복적이고 소소한 즐거움은 일상을 채워주며,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을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산책, 동네 슈퍼나 공원 방문 등은 익숙한 얼굴들과 작은 인연을 만듭니다.

    경상북도정신건강복지센터

    처음에는 서먹해도 “날씨가 좋네요!” 같은 짧은 인사로 시작하면 점차 친근한 관계로 확장됩니다. 노년이란 배움과 즐거움이 끊기는 시기가 아니라, 오히려 더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식물 키우기, 퍼즐 맞추기, 스마트폰 배우기 등의 도전으로 뇌와 몸에 활력을 주어봅니다. 또한 일기, 그림, 음악 등으로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와 정신건강에 중요합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오늘의 산책, 새로운 요리, 반려동물 돌보기 등 매일의 작은 목표와 성취감은 자기효능감을 키워줍니다. 간혹 혼자 감내할 수 없을 경우, 가족 · 이웃 · 보건소 · 복지관 ·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노년의 외로움 극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어느 것보다도 종교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신앙생활이나 종교 활동에 꾸준히 참여하는 노인들은 우울과 외로움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습니다. 종교 활동은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소속감과 유대감을 형성하게 되고, 서로 돌보고 응원하는 관계망을 만들어 노인들의 정서적 지지를 강화합니다. 특히, 많은 어르신들은 종교를 통해 영적 위로와 내면의 평화를 얻고, 신과의 관계, 내세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죽음이나 상실의 두려움을 완화 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혼자 있어서 외롭지만, 혼자여서 자유로울 수도 있습니다. 누구와 함께 있어도, 혼자 살아도 외로움은 찾아올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힘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혼자 있는 시간을 나답게 채우고 즐기는 자신감과 자유인 것입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자립적으로, 창의적으로 흘러갈 때 노년의 품격과 건강은 더 단단해지게 됩니다.

    마음을 돌보고 일상을 가꾸는 노력이 모여, 외로움도 점차 익숙해지고 삶에 대한 애착도 깊어지게 됩니다. 주변에 작은 인사를 건네고, 자신의 취미와 루틴을 소중히 여기며, 스스로를 따뜻하게 대하는 하루하루, 그것이야말로 혼자가 아닌 나를 지키는 힘, ‘혼자도 잘 사는 힘’이 됩니다.

    노인의 외로움은 극복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깊은 자기이해와 삶의 지혜를 키우는 소중한 친구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나와 보내는 시간을 사랑하며, 언제나 자신만의 삶을 힘차게 일구는 어르신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