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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진은 수백 장인데, 그때의 감정은 흐릿할까?
「촬영장애효과」

경상북도정신건강복지센터
  • 왜 사진은 수백 장인데 그때의 감정은 흐릿할까?

    촬영장애효과(Photo-Taking Impairment Effect) 디지털 시대의 중심에는 기록이 있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순간을 붙잡고, SNS에 올려 누군가와 공유합니다.
    가족 여행, 공연장, 맛있는 식사 자리에서도 자연스레 카메라를 들죠.
    그런데 사진은 수백 장 남아 있는데 공기 냄새, 온도, 웃음소리 같은 감정의 흔적은 희미하게만 남아 있는 경험이 있지 않나요?
    사진을 찍는 행위가 기억을 방해하는 현상, 이를 촬영장애효과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어느 순간 기억의 주인이 아니라 기록을 소비하는 관객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래 네 가지 문화적 함정이 기억을 조용히 빼앗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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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렌즈 밖으로 밀려나는 진짜 경험

    카메라를 들면 시선은 프레임 안만 쫓습니다.
    빛, 구도, 초점에 몰두하다 보면 눈앞에서 흘러가는 감정은 기록되지 못합니다.
    미국 연구진은 미술 작품을 사진으로만 기록한 사람보다 직접 바라본 사람이 기억을 더 정확히 유지했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카메라가 기억해 주리라는 믿음 때문에 정작 우리는 덜 기억하게 되는 셈입니다.

  • 2. 나를 보여주기 위한 연출된 기억

    사진은 더 이상 나를 위한 기록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좋아요’와 반응에 맞춰 연출된 감정을 세팅하게 됩니다.
    그 순간 나는 온전히 즐기기보다 ‘잘 찍는 사람’을 연기하는 배우가 됩니다.
    즐거움 대신 비교, 피로, 자존감 소모만 늘어납니다.

  • 3. 디지털이 감정을 대체하는 착각

    중요한 순간일수록 “찍어 두면 기억나겠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진 파일에 담기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촉촉한 공기, 울컥했던 마음, 설렘 같은 정서의 결입니다.
    기억은 오감과 감정이 함께할 때 오랫동안 살아 남습니다.
    디지털에 의존할수록 우리 마음속 기억의 온도는 낮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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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 느림이 주는 회복, 아날로그의 힘

    모든 순간을 기록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사진기로 천천히 찍는 필름, 여행 중 적어 내려간 짧은 문장 같은 아날로그 방식이 마음의 공간을 되찾게 도와줍니다.
    빠름에 익숙한 시대 속에서 느림은 낯설지만 우리 정신을 회복시키는 숨은 쉼표입니다.

  • 5. 마무리

    사진이 많을수록 기억이 선명해야 할 텐데 현실은 그 반대입니다.
    때때로 렌즈를 내려놓고 오롯이 순간 그 자체를 느껴보면 어떨까요?
    기록보다 오래가는 기억은 언제나 마음속에 저장됩니다.

  • 참고 – 정신의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