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e-야기

육아칼럼

지금 행복하다면,
이미 좋은 부모다.

“우리 아이가 행복하게 살면
좋겠어요.”

어쩌면 부모의 바람은 이거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강의와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부모들은 자녀를 사랑해서 많은 것을 주고 싶어 한다. 자녀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숭고하다. 부모는 자신의 시간과 물질을 자녀를 위해 사용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간과 돈을 사용하는 곳은 진짜 마음이 있는 곳이다. 다만 그 진심을 쏟아붓는 ‘행복’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가면 좋겠다.

행복은 무엇으로 결정될까?
재력과 높은 학력(좋은 학벌)이면 충분할까?
아름다운 외모와 건강이 있다면 행복할까?

물론 있으면 좋다. 솔직히 돈도, 좋은 학벌도, 그리고 누가 봐도 미소가 지어질 만한 좋은 외모도 있으면 좋다. 굳이 ‘그런 건 안 중요해요.’라고 손을 내저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어느 정도 인생을 살아보면 남 보기에는 부족함이 없지만 정작 당사자는 행복하지 않은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행복은 자존감, 즉 ‘내가 나를 보는 시선’,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나’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 이무석, 이인수 부자(父子)는 자존감과 행복을 두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신의학에서는 자존감을 행복의 핵심 요소로 본다. 자존감이 있어야 어디서든 당당하고 자기가 주인이 된 삶을 산다.”, “자존감은 간단히 말하면, 자신에 대한 자신의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자신’의 평가라는 점이다. 아무리 객관적 조건이 훌륭해도 내가 나를 못나게 보면 그대로 나에 대한 최종 평가가 된다.”

(이무석, 이인수 <따뜻한 무의식>, 15p.)

그렇다, 사람은 주변에서 “너는 다 가졌잖아.”, “네가 부러워.” 한다고 행복해지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자기 스스로 가치 있고 유능하다고 생각해야 비로소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행복은 실체가 없다. 짧은 순간 누리는 감정일 뿐이다. 일상 중에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순간이 많고, 그 시간을 잘 쌓아가면 행복한 사람으로 사는 것이다. 그렇다면 행복한 사람은 어떻게 살까? 행복한 사람은 생기가 있다. 작은 성공도 기쁘고 소중하게 여긴다. 큰 성공을 경험하면 충분히 누리고 이웃과 그 성과를 나눈다. 내가 괜찮은 존재이기 때문에 내가 하는 일, 내가 만나는 사람, 그리고 내가 누리는 것들이 소중하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귀하게 여기며 자기 인생을 산다. 부모가 자녀에게 바라는 그 모습이다.

그런데 자녀가 자존감 높은 사람으로, 행복하게 살려면 부모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 질문을 통해 찾을 수 있다.

“살면서 자기 얼굴을 본 적 있나요?”

사람은 평생 자기 얼굴을 보지 못한다. 거울을 통해 비치는 모습을 볼 뿐이다. 가장 친밀하고 가까운 사람이 내 거울이다. 어린 자녀는 태어나 처음 만나는 중요한 대상인 부모를 통해 자아상을 만들어 간다. 부모가 많이 웃어주고 사랑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면 ‘난 괜찮은 존재구나!’라는 자아 이미지를 가진다. 만약 부모가 자신을 귀찮아하고 차갑게 대하면 ‘나는 사랑받을 만한 존재가 아니구나.’라고 자기 이미지를 그려간다. 물론 부모가 항상 행복할 수는 없다. 매시간 자녀가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할 수도 없다. 모든 순간 웃고 행복하고, 실수하지 않는 완벽한 부모는 없다. 만약 있다면 그 부모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 부모다. 한 번도 화를 내지 않고, 실수도 하지 않는 완벽한 부모가 자녀의 슬픔이나 성장 과정 중의 실수를 이해하고 용납할 수 있겠는가?

자녀가 행복하길 바란다면, 부모는 죄책감이나 과도한 책임감에 시달리는 대신 좀 더 자신에게 너그러운, 좋은 부모로 살면 된다. 좋은 부모는 자녀를 사랑하는 부모다. 때로는 실수하고 가끔 자녀가 미운 날이 있어도 괜찮다. 행복한 순간이 우울하고 불행한 날보다 조금 더 많으면 괜찮다.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과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가 좋은 부모다. 그런데 부모의 마음과 행복은 자녀에게 달려 있지 않다. 그건 부모 자신에게 속한 문제다. 부모가 자기를 잘 알고 다독이며 가야 한다. 사회가 말하는 성공에 휘둘리지 않고 매 순간 자신에게 선하고 유익한 선택을 하면 족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생각과 마음을 수시로 들여다봐야 한다. 특별히 양육 현장에서 올라오는 기쁜 감정과 불편한 감정을 무시하지 않는 게 좋다. 그 감정을 따라가며 ‘내가 어떤 감정을 잘 견디는가, 나는 어떤 감정을 견디기 어려운가, 어떤 감정을 가장 참을 수 없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면 자기 이해가 가능하다.

또 하나, 자녀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나에게 먼저 하는 건 정말 중요하다. 사랑하는 자녀에게 ‘실수를 통해 배워가는 거야.’, ‘태어나 줘서 고마워.’, ‘보기만 해도 너무 예쁘다. 사랑해.’, ‘괜찮아. 다시 도전하면 되지. 응원한다.’라고 말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먼저 나에게 해주자. 때로는 못난 나를 만나도 ‘미치겠다. 죽고 싶다. 내가 그렇지 뭐.’대신 자녀에게 해주고 싶은 축복의 말을 나에게 해보자. 결국 자녀가 살기를 바라는 인생을 내가 먼저 사는 거다. ‘나는 그렇게 못 살지만 너는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희생한다.’는 부모 자신의 긴 인생도, 자녀의 삶도 불행하게 할 뿐이다.

자녀가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부모인 내가 행복해야 한다.

행복한 인생을 사는 부모가 자신을 보고 웃을 때, 너그러운 마음으로 격려해 줄 때 자녀는 자기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그려간다. 부모인 우리가 인생을 살며 때로는 지치고 힘들지만 그래도 행복한 날이 조금이라도 더 많다면, 자녀는 ‘아, 삶이 쉬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부모님처럼 날마다 사랑하고, 넘어지면 또 일어나면 되는구나! 인생은 살만한 거구나.’라고 보고 배운다. 불완전하고 미성숙하지만 나를 알아가고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면, 우리는 완벽하지 않아도 좋은 부모로 살 수 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 글. 한국부모교육연구소 소장
    서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