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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라 더 행복한
삼 형제의 엄마랍니다
글. 삼형제 엄마 송정화

꼭 딸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시죠?

불뚝 나온 배를 내밀고 초조하게 누워있던 나에게 초음파를 보시며 건네는 산부인과 원장님의 한마디에 나의 마음은 갈 곳을 잃었다.
이미 아들 둘이 있는 나에게 이번에도 또 아들이라니, 믿기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4년 동안 3번의 출산을 통해 삼 형제의 엄마가 되었다.

아들 셋을 키우는 우리 부부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걱정을 더 많이 해줬다.
지나가는 어르신들 말씀에 속상했던 적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우리는 개의치 않았다. 물론 현실 육아는 각오했던 것보다 조금 더 힘들었지만, 다행히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행복했기에,

셋을 낳은 이상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키우는 건 과감히 내려놓고, 다른 본질에 대한 가치를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완전 공짜인 자연의 선물을 놓치지 않기로 했다. 봄에는 꽃과 곤충, 여름에는 바다와 산을 찾고, 가을에는 단풍과 바람, 그리고 겨울에는 올라프처럼 눈을 맞으며 그렇게 아이들과 자연을 몸으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자연 속에서 눈부시게 커가는 아이들을 볼 때면, 그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벅차오름을 느끼는데 그 안에서 다 큰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나도 성장하고 있었다.

우리는 대개 부모가 아이를 위해 굉장히 헌신적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이들은 나를 엄마라는 이유로 조건 없이 더 많이 사랑해주고 있다.

평생을 살아가며 나의 무릎에 엉덩이부터 들이대며 앉아 무조건 사랑한다고 꽉 안아 주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부분 사람은 꼭 시간을 무한적인 것처럼 살아가고 있다. 알고 보면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유한적 삶인데 말이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한정적인 그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하면 코끝마저 찡해지는 아까움이 느껴진다. 아이들 크는 게 아쉬워서 왜 이렇게 빨리 크는 거냐고 장난으로 혼내는 척하면 밥 많이 먹고 집 천장까지 쑥쑥 커서 엄마랑 결혼할 거라고 말해주는 아이들.

멀리 내다볼 것 없이 열 살만 되어도 여자친구 생겨서 엄마는 현금인출기 되는 모습이 눈에 훤히 그려진다. 하지만 그건 나중이고, 난 또 엄마랑 결혼할 거라는 소리에 엄마가 그렇게 좋냐며 자리에서 일어나 신나게 춤을 춘다. 엄마의 막춤에 큰 환호와 함께 덩실덩실 같이 춤춰주는 아이들.

이것 또한 몇 년 후면 엄마가 창피하다며 고개를 돌릴 것 같아 나는 늘 매일 되새긴다.

내일 걱정은 내일모레,
오늘 행복은 지금 당장!

이렇게 하루하루를 사랑하며 차곡차곡 모은 우리 다섯의 소중한 추억으로 아이들 사춘기 때 야금야금 갉아먹으며 갱년기인 내가 져주면서 살아갈 수 있기를.
오늘도 나는 셋이라서 미안하고, 셋이라서 감사한 삼 형제와 지지고 볶으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간다.

오늘처럼 내일도 전투 육아겠지만 셋이라서 더 행복한 나는 삼 형제 엄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