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e-야기

공감시선

시(詩), 말하는 코

「말하는 코」

김영란

내 동생 콧속으로
누런 코가 들락날락


휴지로 싼 코를 잡고
엄마가 흥
동생은 입으로만 흥


-입으로 말고 코로 해야지-
-코로 어떻게 말을 해?-

아이에게 세상을 가르치는 것은 부모의 풀기 힘든 숙제입니다.
코가 답답하면 누구나 휴지로 ‘흥~’하고 풀어내는 코풀기도, 처음을 가르쳤을 것입니다.

‘말하는 코’는 연신 코를 훌쩍이는 네 살배기 아이에게 엄마가 코 풀기를 가르치는 모습을 담은 동시입니다.
아이에게 코 푸는 행위를 보여줄 방법이 없어, 궁여지책으로 엄마는 말로 ‘흥’하라고 했는데 ‘코로 어떻게 말을 하느냐’며 항변하는 아이, 엄마는 그냥 웃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 앞에서는 진솔하고 투명한 언어 선택이 필요한가 봅니다.

김영란 시인은 2004년 『아동문예』와 『아동문학평론』 두 문예지에서 동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첫 동시집 『옹달샘』을 출간하였고, 이어 『쬐끄만 게 뭐가 바빠』, 『나바라기』, 『살구나무 편의점』(공저)를 집필하였습니다.

위 동시 「말하는 코」는 『나바라기』에 수록되어 있는 동시로 동영상이 흔치 않았던 시대, 아이를 키우면서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아이의 흔적을 순간 저장하고 싶어서 동시에 담아 표현한 동시입니다.

포장하지 않고 거르지 않은 아이의 생어만으로 시가 될 수 있을지의 고민은 하지 않았고, 유리알처럼 맑고 투명한 아이의 정서와 언어를 받아 적을 때가 참으로 즐거웠다는 김영란 시인은 계속해서 아이들의 삶이 들어 있는 동심을 담은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