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허겁지겁 머리를 감았다. 오전 당직을 하는 날인데 늦잠을 잤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날이 있다는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인가 보다. 나는 다솜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근무한 지 20년이 넘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나는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 변함없이 어린이집으로 출근하여 귀여운 아이들과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렇게 긴 시간을 한 직장에서 꾸준히 근무할 수 있었던 것은 늘 변함없는 원장님과 동료 교사, 그리고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부모님들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새로 시작한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를 자주 보고 있다. 드라마지만 김사부의 삶을 통해 나는 교사로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선생님일까?’
문득 20년 전 나의 첫 제자들은 무얼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나의 첫 제자 중 한 명인 나의 딸은 어느덧 보육교사가 되어 함께 일하는 든든한 동료 교사가 되었고, 다른 아이들도 20대 후반의 청년이 되어 자신의 직업을 가지고 있거나 또 어쩌면 지금 내가 만난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 각자 주어진 역할에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어린 시절, 나에게 초등학교 선생님께서는 꿈이 무엇인지 물으셨고,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선생님!”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우연히 선배의 권유로 ‘보육교사’의 길을 알게 되었고, 지금은 20년 차 보육교사가 되었다.
나는 매일 서로 다른 모습의 아이들을 맞이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이면 어린이집 벨을 누르며 활짝 웃으며 들어오는 아이들,
엄마 아빠와 헤어지기 싫어 온몸으로 울음을 보이는 아이들,
우는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며, 우는 아이를 두고 일터로 향하는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드리려 노력한다.
울고 있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두고 가는 부모님의 마음을 모두 헤아린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 또한 교사이기 전에 엄마였기에 이해할 수 있다.
어린이집에서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하하 호호 웃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걱정도 어느새 사라지고, 나도 3살 아이가 되어 아이들과 신나게 웃게 된다. 가끔 휴가를 보내고 교실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달려와 와락 안긴다. 아마도 “어디 갔다가 이제 왔어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직 말로 표현할 수 없어 안기는 것으로 반가움을 표현해 주는 것 같다.
그 순간의 뭉클함, 이 기분은 겪어본 선생님들만이 알 것이다. 아이들의 반가움에 나도 “그래 선생님도 너희들 많이 보고 싶었어!”라고 말하며 꼭 안아주었다.
아이들과 하루 종일 지내다 보면 지치고 고된 일들이 반복되지만, 부모님들의 ‘고맙습니다’ 한마디와 아이들의 웃는 모습에 힘들고 지친 마음도 기쁘고 뿌듯해진다.
몇 년 전 스승의 날, 초등학교에 다니는 졸업생 아이들이 찾아와 어린이집 문을 두드렸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하며 안아주니, 스승의 날 학교에서 선생님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어린이집 선생님과 원장님이 생각나서 왔다고 했다. 그 마음이 얼마나 기특하고 예쁘던지, 아이들에게 시원한 음료를 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나는 매년 아이들을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한다. 어떤 날은 나를 잊지 않고 찾아와 주는 아이들이 있기에 힘들어도 내가 보육교사로 남아있는 이유이다.
가끔 안 좋은 소식으로 어린이집이 뉴스에 오를 때마다 어린이집에서 더 많이 애쓰고 노력하고 있는 원장님과 선생님들의 수고가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하지만 마음이 어려울 때, 믿고 격려해 주셨던 부모님들이 계셨기에 우리 선생님들은 힘을 낼 수 있다. 보육교사로 근무를 한다는 것은 몸과 마음이 힘들고 지칠 때가 많다. 어떤 날은 그만두고 싶다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오르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나를 보며 활짝 웃는 아이들, 옆에서 묵묵히 응원해 주는 원장님과 동료 교사 그리고 부모님들이 있으니 다시 힘을 내본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고 행복한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