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제로웨이스트!
나는 처음부터 제로웨이스트(zero waste)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환경문제는 워낙 광범위한 영역이고 개인의 노력이 변화를 이끌어내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른 이상기후, 태풍, 지진 등의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빈번해지고 그 현장을 직접 보고 경험하고 나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고 내 두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미래가 진심으로 걱정되었다.
이미 포화상태인 쓰레기 매입장, 지구 곳곳이 넘쳐나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더욱이 플라스틱이 분해되기까지는 50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믿기 힘든 불편한 진실로 다가왔다. 단지 플라스틱, 종이, 비닐, 건전지 등을 분리 배출하는 것으로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환경문제에 참 무지하고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다. 나와 내 이웃, 지속적인 미래를 위해 나는 어떤 노력을 하면 될까? 책임감과 의무감을 가지고 시작한 고민을 시작으로 나와의 약속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첫 번째 약속, 플라스틱 일회용품과 비닐 포장 사용량 줄이기
우리는 일주일에 신용카드 한 장만큼의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있다고 한다. 분리수거 되지 않은 플라스틱은 이곳저곳을 떠돌다 결국 바다로 유입되어 바다생물들의 생명을 위협한다. 이제는 플라스틱의 재활용을 넘어서 사용량을 줄이는데 더 주력해야 할 때인 것 같다. 가장 첫 번째로 세운 약속이니만큼 우리 집에서는 플라스틱과 비닐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간혹 포장 음식을 구입 할 경우 일회용품(포크, 수저, 물티슈 등)은 받지 않고, 비닐봉투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 항상 에코백 같은 크고 작은 가방을 가지고 다닌다. 최근에는 플라스틱 포장용기 대신 다회용 용기를 미리 준비해 가는데 이렇게 하면 양도 더 많이 주시고 플라스틱과 비닐을 하나 덜어낼 수 있기 때문에 왠지 알뜰한 주부 살림꾼이 된 것 같아 기분이 무척 뿌듯해진다. 그밖에 부득이 생수병을 구입 해야 한다면 종이팩 생수를 구입하는 등 윤리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소비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카페를 이용할 때는 개인용 텀블러를 준비하고 따로 모아서 분리배출 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은 자제하고 있다. 언젠가 다큐멘터리를 통해 거북이 코에 빨대가 꽂힌 채 헤엄치는 모습을 본 후로는 아이들도 꼭 필요한 경우에만 종이 빨대를 사용한다.
두 번째 약속, 텃밭 각종 채소를 직접 길러서 먹기
텃밭에 채소를 직접 길러서 먹는 일은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농작물이 농부(생산자)의 손을 거쳐 우리(소비자)에게 오기까지의 유통과정이 생략되기 때문에 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나는 어느덧 3년 차 도시농부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라는 말이 있듯이 땅 고르기부터 시작해서 열매를 얻기까지 엄청난 수고가 뒤따르지만 무엇보다 화학비료나 농약 걱정이 없어 안심이 되고 수확의 기쁨 또한 매우 크다. 텃밭에서 수확한 농작물을 이웃들과 나눠 먹으면 이웃 간의 정도 쌓이고 사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만끽하며 자란 우리 아이들은 자연의 소중함을 안다. 가끔은 사마귀, 귀뚜라미, 잠자리, 개구리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맨손으로 잡고 노는 아이들이 놀랍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자연과 더불어 지내는 모습이 그저 예쁘고 사랑스럽다.
세 번째 약속,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기후 위기 탈출!
소 한 마리가 소화과정에서 배출하는 메탄가스가 하루 600리터라고 한다. 이는 교통수단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이다.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바꿔 가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기반찬 좋아하는 우리 식구들을 100%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채식 위주의 재료로도 얼마든지 맛있고 풍성하게 식탁을 차릴 수는 있다. 우리 가족은 텃밭에서 다양한 채소들을 키우고 있기때문에 그 시작이 좀 더 수월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알록달록 채소들의 아삭한 식감과 그 고유의 맛과 향이 좋아서 요즘은 요리하는 즐거움 또한 커졌다. 최근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채소와 과일을 껍질 채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아직은 혀에 닿는 거칠고 질긴 느낌이 어색하기는 하다. 건강도 지키고 기후 위기 해결에도 도움이 되는 채식 관련 식단과 관련 정보가 다양하게 개발 및 공유되면 좋겠다.
네 번째 약속, 자원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관심을 기울인다.
지자체를 포함해 여러 기관과 단체에서 자원 절감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집의 경우 전기사용량을 절감하기 위해서 부득이한 경우를 빼고는 정해진 시간에 함께 식사를 하고 식사 후 취침 전까지 각자 할 일을 가지고 거실 테이블에 모여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그 외 장시간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의 코드는 빼두고 대기전력이 있는 제품은 사용 시에만 코드를 꽂아 사용한다. 수도량 절감을 위해서는 양치컵을 사용하고 세안이나 샤워 시 물 틀어두지 않기, 계면활성제가 없는 천연제품(클렌징 제품, 샴푸, 치약, 주방세제, 세탁세제 등) 사용하기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몸에 좋은 습관이 자리매김 하기까지는 약20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 집 두 꼬마들도 물장난을 좋아하는데 에너지를 아껴야 하는 이유와 실천 방법에 대해 교육하여 관심을 갖도록 하고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도록 한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삶은 생각보다 어렵거나 불편하지 않다. 자칫 제로‘0’을 만드는데 주력하기 보다는 제로에 가까워지도록 하루 한가지의 노력만 하더라도 분명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작은 노력이 건강한 지구를 되찾는 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꾸준히 나만의 노력을 이어갈 생각이다.
사랑하는 나의 두 딸 하은이와 채은이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오늘의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