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이 하나둘 떨어질 때쯤이면 새 학기를 준비하기 위해 어린이집은 그 어느 때 보다 바쁜 나날을 보낸다. 아이들의 놀이는 자연스러운 일상이자 즐거움이고 배움의 과정이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안정적인 정서와 또래 간 협력을 경험하고 삶을 알아간다. 이러한 과정에 아이들의 몸과 마음은 무럭무럭 성장하며, 교사들은 다양한 방법과 형태로 전인교육을 지원한다. 그러나 교사들은 언제인가부터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상과 활동들을 기피하게 되었을까? 이는 우리들의 모습을 뒤돌아보고 깊이 생각해 보게 한다.
나의 30년 전 오늘도 그랬다. 수업을 준비하는 동안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때때로 친구들과 다툼이 있을 때는 배려와 타협으로 관계를 알아갈 수 있도록 함께했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쉽지만은 않았던 순간들이었지만 스스로 교사임을 자랑스러워할 만큼 나의 교사 생활은 즐거운 일의 연장선이었다. 사회적 변화에 따른 세대 간의 소통과 방법은 그동안 유지해 왔던 아날로그 방식에서 AI를 융합하는 교육의 패러다임과 같이 변화되어야 함을 느끼곤 한다.
요즘 이곳저곳에서 교사 모집의 어려움에 야단 들이다. 교사들을 위한 환경 및 여건들은 개선되고 있지만 점점 극복하기 어려운 현상으로 짙어지고 있어 안타까운 실정이다. 예쁘고 순수한 아이들과 과정을 만들어 가는 일상생활이 어쩌다가 교사들에게는 부담스러운 환경이 되었을까?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힘들게 만들었을까?
아이들과의 건강한 일상에서 교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아이의 배변을 치우고 토한 오물을 정리하고 더러운 옷까지 빨아서 집으로 보냈을 때, 그 누구도 감사하다는 말로 화답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하지만 요즘은 어떠한가? 너무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기에 감사하다는 말 대신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받아들이게 되는 부분인 것 같다. 작은 일에 감사할 줄 아는 부모님과 서로 존중하는 어린이집의 모습이 다시 회복되어 서로 신뢰하고 감사함을 표현하며 살아가는 따뜻한 사회적 분위기가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결국 교사들이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소중한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할 때 대한민국의 미래 또한 밝아질 것이다.
저출생으로 아이들이 없어서 교사가 기관을 떠나게 되지만, 교사가 없어서 아이들이 기관에 들어오지 못하는 사태 또한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그만큼 우리의 현실은 많이 힘들고 지쳐 있기에 어린이집 현장을 포기하고 떠나는 교사들이 많다고 생각된다. 교사를 모시기에 힘든 현실 속에 우리는 다시 한번 교사의 권리와 존중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시점에 놓인 것은 분명하다고 본다.
앞을 못 보는 사람이 밤에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한 손에는 등불을 들고 길을 걸었다.
그와 마주친 사람이 물었다.
“정말 어리석군요. 당신은 앞을 보지 못하면서 등불은 왜 들고 다닙니까?”
그가 말했다.
“당신이 나와 부딪히지 않게 하려고요.
이 등불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이 이야기 속 맹인처럼 다른 사람을 위해서 나의 마음을 베풀고 조그마한 노력을 보태는 것, 그것이 바로 배려이다. 배려의 마음은 존중의 마음이기도 하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결국 자신에 대한 배려와 존중으로 돌아오기에 한 해가 저무는 이 시점에 보육교직원과 학부모, 원장 모두가 서로를 따뜻하게 응원하며 마무리하는 것은 어떨까?
세상을 밝히는 등불 같은 존재인 선생님!
선생님의 사랑으로 우리 아이들은 오늘도 행복하게 자라납니다.
올 한해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