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며 부모가 처음으로 훈육(訓育, discipline)을 해야 하는 때는 언제일까요? 훈육은 올바른 행동이나 질서를 가르쳐 기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좀 올드한 양육관처럼 느껴지시나요? 양육은 곧 훈육의 과정입니다. 양육자로서 부모의 역할은 이 세상에 아이가 세상에 홀로 서는 순간 끝이 납니다. 아이는 훈육을 통해 세상을 살고 또 홀로 서는 방법을 배웁니다.
훈육은 돌 전후의 아가가 자기가 이유식을 떠먹겠다고 숟가락을 잡고 내어주지 않을 때부터 시작합니다. 먹는 것보다 흘리는 것이 많고, 먹겠다는 것인지 저지레를 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사뭇 진지하고 또 즐거운 아가에게 부모님들은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충분히 먹는 것이 중요한 시기라서 다른 숟가락이라도 가져와서 먹이려고 하면, 고개를 내저으며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아가에게서 ‘독립된 인간’으로서의 ‘자율감’이 느껴지시나요? 아가가 자신의 생활에서 ‘내가 해보겠어!’라는 시도를 하는 순간이 바로 훈육의 시작점, 기본생활 습관 형성에 대해 생각해 볼 때입니다. 그렇다고 ‘12개월부터 아가를 똑바로 앉도록 하고, 숟가락 잡는 방법을 가르쳐야 하는 것인가?’ 라고 오해하시면 안됩니다.
아이들은 보통 3세 정도가 되면 숟가락과 포크를 사용하여 흘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밥을 먹을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이 먹은 그릇을 스스로 치울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기본생활 습관이 3세가 되는 날 아침에 갑자기 형성되지 않습니다. 12개월 아가가 여기저기 흘리면서도 스스로 이유식을 떠먹어 보겠다는 자율성(“내가, 내가!”)을 존중하며, 스스로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무수히 제공한 부모님의 지속적인 훈육으로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죠. 어제까지 바쁘니까, 흘린 걸 치우는 게 더 힘드니까, 괜히 아이랑 씨름하기 싫으니까 미디어 시청 중인 아이의 입에 밥숟가락을 넣어주고 계시지는 않으셨나요? 이 아이는 숟가락질 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왜?!’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기본생활습관은 기술이 아닌 내가 스스로 하려는 태도입니다. 독립적인 존재로서 일상적인 생활부터 스스로 챙기고 책임지는 것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기본생활습관형성을 돕는 tip!
- ‘내가 내가!’는 고집이 아닌 자율성의 표현이다: 일상에서 스스로 해보고자 하는 아가의 시도를 격려하고 허용해 주자. 부모가 해주는 것보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어질러진 것 치우느라 몸도 힘들 수 있지만, 어느 날 스스로 하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음.
-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신발 신고 벗기, 옷 입고 벗기, 식사하기, 대소변 가리기 등은 아이들에게 하나하나가 도전이다. 계속해서 연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
- 성공할 수록 더 해보고 싶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지만 잘 안되는 일은 하기 싫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너 아직 못해!’, ‘니가 하면 쏟아!’ 가 아니라 수준에 맞는 도움(티 나지 않게 슬쩍 해 주어야 아이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음)을 주자. 기본생활습관 형성이 주요한 3세 전후의 자녀를 키우는 가정은 아이가 스스로 손을 씻거나,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정리를 하는 등의 경험을 스스로 하기 쉬운 환경(예: 욕실에 발판 두기/ 여닫기가 편한 낮은 서랍장 이용하기 등)을 만들어 주자.
-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아이의 성공 뿐 아니라 시도(‘흘리지 않으려고 조심했구나! 멋지다!’)에도 기뻐하며 칭찬해주자. 기본생활 습관 형성 뿐 아니라 아이의 긍정적인 자기인식 및 자신감은 덤!
그럼 기본생활습관은 언제 완성이 되는 걸까요? 우리 아이에게 평생 영향을 주게 될 바른 식습관. 올바른 식사태도, 규칙적인 식사시간, 몸에 좋은 음식의 선택 등은 어른인 우리도 매번 반성하게 되는 내용입니다. 나의 건강을 스스로 돌보고 챙겨나가는 것은 평생에 걸쳐 해야 할 일입니다. 즉, 기본생활습관이란 나의 생활과 삶을 지속적으로 책임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생활습관을 다른 말로 ‘자조기술(self-help behavior)’이라고 부릅니다. 말 그대로 ‘스스로를 돕는 기술’이지요. 이는 단순히 식습관, 위생관리, 충분한 수면 등의 신체적 필요를 충족하는 능력 뿐 아니라 정서적 욕구나 어려움을 다루어 내는 역량이기도 합니다. 부모로서 양육의 목표가 아이를 건강히 홀로 세우는 일이라면, 양육의 핵심은 아이가 스스로의 삶을 가꿔가는 역량인 자조기술을 키워주는 것입니다. 부모의 훈육을 통해 습득한 스스로 먹고, 입고, 치울 수 있는 기본생활습관은 자조기술의 기초이자, 건강한 삶의 중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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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연성대학교 사회복지과 아동심리보육전공 교수
유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