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조금씩, 자주,
자녀와 함께 놀아주세요.”
최근 언어 문제를 이유로 치료기관을 찾는 영유아 사례가 많아졌습니다. 언어치료 전문가들은 몇 년간 지속된 코로나 시대의 마스크 착용과 늘어난 조기 비디오 시청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합니다. 어린 자녀의 언어발달에 문제가 있다면 부모는 노심초사할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자녀의 언어발달을 돕는 방법들을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무엇보다 자녀의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의사소통 능력은 언어적 능력과 언어를 상황에 맞게 적절히 활용하는 데 따른 화용적 능력을 함께 언급하는 용어입니다. 언어적 능력은 어휘, 구문, 문법, 음운(발음), 이야기 등을 이해하고 산출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면, 화용적 능력은 의사소통 기능에 맞게 대화를 시작, 유지 및 종료하거나 대화 차례를 적절히 주고받으며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면서 의사소통 상대에게 반응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자녀가 의사소통 능력을 갖추게 되면 공동체 안에서 적절한 의사소통자(communicator)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새가 하늘을 잘 날려면 양 날개를 균형 있게 퍼덕여야 하듯이, 우리 아이가 성공적으로 의사소통하려면 언어적 능력과 화용적 능력을 골고루 갖추어야 합니다.
우리 아이의 언어적 능력과 화용적 능력을 균형 있게 발달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시도해야 할 방법은 ‘날마다, 조금씩, 자주, 자녀와 함께 노는 것’입니다. 자녀와 놀 때는 온전히 놀아야 합니다. 아이에게는 장난감을 주고 설거지를 하거나 TV를 본다든지 옆 사람과 이야기한다든지 해서는 안 됩니다. 자녀와 함께 온전히 논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기에 “조금씩이라도 자주” 놀라고 권하는 것입니다. 또한 자녀와 함께 놀 때는 자녀가 보이는 언어적 행동(예: 말)뿐 아니라 비언어적인 행동(예: 표정, 자세, 몸짓)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자녀와 온전히 놀게 되면 자녀를 더 이해하게 되고 자녀의 의사소통 능력을 더 적절히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자녀와 함께 놀면서 자녀가 보이는 행동에 반응할 때는 먼저 수용한 다음 수정을 해주십시오. 예를 들어, 아이가 ‘장갑’이라는 단어를 몰라서 “손 양말”이라고 말했다면, “아니야, 이건 장갑이야”라고 바로 수정하지 마시고 “그래, 이거 양말 같네. 그런데 이것도 이름이 있대. 장갑이라고 해, 장~갑~. 손에 장갑 껴볼까?”라고 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녀의 발화를 그대로 수용한 다음 발화를 수정해주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해당 어휘를 배울 것이고, 그 상황이 즐거운 경험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많은 부모님이 자녀의 말이 늦다고 생각하면 “이게 뭐야?”, “이게 누구야?”와 같이 단답형 질문을 하거나 뭔가에 대해 계속 설명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더욱이 자녀가 이미 알고 있음이 분명한 것들에 대해서도 묻고 또 묻는 부모님도 계십니다. 아이들은 표현하는 것보다 알고 있는 것이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말이 늦다면 이해가 아니라 표현을 하도록 촉진해야 합니다. 언어 문제가 심해서 말을 할 수 없는 경우라면 비언어적 수단(예: 사물 사용, 제스처 표현 등)을 사용해도 좋습니다. 어떤 의사소통 수단을 사용하든지 말을 못 하거나 말이 늦다면 자녀가 이해하는 만큼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또한 자녀와 함께 놀면서 상호작용을 할 때는 자녀의 의사소통 스타일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아동은 자기주장이 없이 상대방의 요구나 질문에 반응만을 하는 소극적인 유형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어떤 아동은 의사소통 상대에게는 관심이 없고 자기주장만을 하는 유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만약 자녀가 소극적인 유형에 속한다면 다양한 상황에서 적절한 자기주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반면에 자녀가 자기주장 유형에 속한다면 의사소통 상대에 대한 반응을 늘리도록 도와야 합니다. 의사소통은 일대일 또는 일대다의 양방향 상호작용입니다. 어느 한쪽이 상호작용을 독점하기보다는 서로가 동등한 자격과 기회를 지니고 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모님들이 자녀와 함께 놀면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에 대한 답은 바로 ‘책’입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책을 읽는 활동은 자녀의 언어발달뿐 아니라 문해- 읽고, 철자하고, 쓰는 능력-발달에도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자녀가 어릴수록 부모와 함께 책을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좋아하는 책은 반복해서 읽어도 괜찮습니다. 지인 중에 자녀의 방을 책으로 가득 채워놓은 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인의 아이는 책 한 권을 보기는커녕 제대로 넘기지도 못했습니다. 부모님이 너무 바빠서 자녀와 함께 책을 읽어본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책은 사놓거나 쌓아두는 것이 아닌 보거나 읽는 것입니다. 자녀와 함께 책을 보면서 책에 나오는 그림이나 글을 토대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세요. 주인공이 누구인지, 어떤 배경인지, 무슨 사건이 어디서 왜 일어났는지,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지, 무슨 느낌이 드는지, 등등 자녀의 수준에 맞게 책을 고르고 상호작용을 해보세요.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어도 좋습니다. 반복적인 책 읽기는 어휘력, 논리적 흐름 이해 및 추론 능력 증진에 도움이 됩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최근 언어 문제를 보이는 어린 아동이 많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마스크 착용 등으로 특히 말소리에 대한 인식과 산출 문제가 늘었다고 합니다. 말을 배우려면, 말을 하는 사람의 입을 보면서 동시에 말소리를 귀로 듣는 시각적‧청각적 자극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그런데 마스크로 입이 가려지면서 시각적 자극이 부족하여 말소리 인식과 산출 능력, 즉 음운 능력 발달에 방해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마스크를 벗고 자녀와 함께 놀면서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녀와 함께 놀면서 짧게라도 대화를 시작하고, 유지하고, 종료하는 법을 가르쳐주세요. 이름을 부르고, 묻고, 답하고, 요구하고, 언급하면서 다양한 의사소통 기능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예를 들어, 자녀가 말을 못 알아들었다면, “뭐라고요? 다시 말해 줄래요? 라고 해야지”라고 시범을 보이는 것도 좋습니다. 또한 자녀가 보이는 언어적, 비언어적 행동을 부모가 모방하는 것도 좋습니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모방하면서 배움이 늘고 함께하는 시간이 더욱 즐거워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일방적인 미디어 사용을 줄이고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보세요. 유아의 미디어 노출 시기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습니다. 미디어 노출 시간 또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른 미디어 노출과 일방적인 장시간의 미디어 시청은 언어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소아과학회(AAP, 2016)는 생후 18개월 미만 영유아의 미디어 시청을 반대하며, 2-5세 아동의 미디어 시청 시간을 한 시간 미만으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조민수 외(2017)의 연구에 의하면 언어발달 지연 아동의 미디어 노출은 두 살 이전인 경우가 많았고, 미디어 시청 시간은 하루 두 시간 이상이었다고 합니다. 이윤경 외(2018)의 연구 또한 미디어 노출 시간이 길수록 유아의 언어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는데, 아동의 나이가 어릴수록 그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유아의 언어발달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요인은 스마트폰 노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대학교 부설 치료센터를 맡고 있습니다. 센터를 오가다 보면 이제 겨우 돌을 넘긴 아기도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미디어와 뗄 수 없는 현실 속에서 학습과 경험 축적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도 많기에 자녀 혼자보다는 부모와 함께 적절한 시간 동안 미디어를 시청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녀의 언어발달은 생후 초기 5~6년 동안 급속도로 이루어집니다. 이때 적절한 개입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고 들으며, 양방향 소통 경험이 축적되어야만 유능한 의사소통자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부모입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있어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상대입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날마다, 조금씩, 자주, 자녀와 함께 놀아주세요.”
강조하고 싶은 마지막 말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자녀의 감정에 관심을 보이며 공감해주세요. 또한 자녀의 발전을 믿고 칭찬을 많이 해주세요. 자녀는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성장할 것입니다.
[참고문헌]
이윤경, 신윤미, 최지은, 유희정, 박은진 (2018). 영유아 시기의 미디어 기기 노출이 이후 언어발달에 미치는 영향: 코호트 연구. Communication Sciences Disorders, 23(3), 549-559.
조민수, 최세린, 김경미, 이윤영, 김성구 (2017). 미디어 노출이 언어발달에 미치는 영향. 대한소아신경학회지, 25(1), 34-38.
AAP(2016).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Announces New Recommendations for Children’s Media Use. https://publications.aap.org/pediatrics/article/138/5/e20162591/60503/Media-and-Young-Mi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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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가천대학교 특수치료대학원 언어치료학 주임교수
박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