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e-야기

공감시선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을 돕는
디지털 페어런팅
(Digital Parenting)

오늘날의 영유아들은 자연스럽게 디지털을 접하고 디지털 기기의 활용이 일상화된 환경에서 자라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기기는 스마트폰입니다. 영유아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주로 미디어 시청을 하며(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2022), 시각적 지각이 유의하고 손가락으로 간단히 화면상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터치스크린은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으로 영유아의 접근을 유도합니다. 영․유아의 스마트폰 사용은 점차 증가하여 평균 2.27세에 스마트폰을 최초로 이용하고 있으며, 3~4 유아의 스마트폰 이용 비율은 77.3%에 이르는 등(한국언론진흥재단, 2020) 그 시기는 해마다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부모들이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가 영상 매체를 보는 동안 미처 하지 못한 가사 일을 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육아란 매우 힘들고 지치는 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폰은 육아 도우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부모에게 매달리며 칭얼거리는 아이의 손에 스마트폰을 들려주면 아이는 금세 조용히 스마트폰에 빠져듭니다.

그러나 아이를 달래기 위하여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면 아이는 스마트폰 없이는 스스로 조용히 하거나 집중할 거리를 찾을 수 없는 아이로 자라게 될 수 있습니다. 불편한 감정이 들 때마다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해 보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경험을 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영유아가 스마트폰에 집중하게 되면 스스로 시간이나 콘텐츠를 적절하게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영유아의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된 연구들은 자기조절력(Domoff et al., 2020)과 더불어 실행 능력과 주의력, 그리고 언어능력의 발달도 저하되며(Anderson & Subrahmanyam, 2017), 신체 활동이나 발달 수준에도 부적 상관을 갖는다(Melkevik et al, 2010)고 하고 있습니다.

또한 영유아기는 스크린을 통해 일방적으로 자극을 받는 경험보다는 온몸의 감각을 통해 자연과 물질 등 주변 세상의 현상을 탐색하여 직접 경험함으로써 개념을 형성하고, 또래나 교사와 함께 이야기, 몸짓, 눈빛으로 상호작용하며 세상에 대해 배워가야 하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상징적 이미지의 의미와 작용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 채 스마트 미디어의 빠르고 강한 자극에 노출된다면, 급격하게 발달하는 영유아의 두뇌는 다른 연령대보다 부정적 영향을 더욱 크게 받을 수 있습니다(Pagani et al., 2010).


미국의 소아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AAP)에서는 18~24개월 미만 영아의 디지털 미디어 이용을 허용하지 않으며, 2세 이상 유아에게는 양질의 프로그램으로 하루 1시간 이내로 사용을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America Academy of Pediatrics, 2016).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5세 이하 어린이를 위한 연령별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미디어 사용 시간(screen time)을 언급했는데, 만 1세까지 TV, 비디오, 컴퓨터 게임 등 스크린 타임을 권장하지 않았으며, 2세부터는 최대 1시간을 넘지 않은 것이 좋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WHO, 2019).

그러므로 부모는 디지털 기기 사용에 대한 지침을 잘 살피고, 왜 영유아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려 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얼마만큼 보여줄 것인지 등 스마트폰 사용을 위한 일관적인 원칙을 세우고 규칙을 정한 디지털 페어런팅(digital parenting)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1세 이하의 아기들은 스마트폰 시청을 제한하고 양육자, 주변 사람들, 다양한 물질이나 놀잇감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경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영아들은 스마트폰 화면의 빠르게 변화하는 이미지와 빛나는 색채에 쉽게 몰입하게 되므로 부모는 가급적이면 영아 앞에서 스마트폰 시청을 자제하고 영아와의 일상적인 상호작용 시간을 늘리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1세에서 2세 영아의 경우에도 가능하면 스마트폰 노출 시기를 늦추기 위한 지혜가 필요합니다. 영아는 대부분 가정에서 처음 스마트미디어에 노출됩니다. 일단 영아가 스마트폰을 경험하게 되면 이후에 돌이키기는 힘들기 때문에 과도한 노출을 미연에 방지하여 스마트 미디어 사용을 중재할 수 있는 것은 보호자인 부모의 몫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적 목적의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정현선, 2018), 부모와 아이가 함께 영상물을 보면서 아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때 영아가 혼자 영상물을 보도록 방치하지 않고, 영아의 수준에 적합하며 상호작용적인 내용을 보여주며 도움을 주는 부모의 안목과 노력이 중요할 것입니다.

2~3세 영아 역시 스마트폰 이용은 하루 1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질적으로 우수한 프로그램을 접하도록 하는 등의 기준을 미리 정해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영상을 시청하다 보면 스스로 시청을 마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아이와 실랑이하지 않기 위해서 미리 무엇을 얼만큼 볼 것인지 규칙을 상기시킨 후에 시청하는 것이 더욱 필요합니다. 또한 작은 스마트폰 화면보다는 화면이 크고, 바른 자세로 앉아서 볼 수 있는 태블릿 PC를 통해 시청하거나, 여러 개의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하나씩 볼 수 있는 단위의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이 스스로 약속을 지켜 조절하는 경험을 하기에 좋습니다.

3~5세 유아들의 경우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생기고 주의집중 시간이 길어집니다. 또한 교육적 목적을 가진 미디어보다는 재미를 추구하는 상업적 미디어에 더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유아가 인지적․언어적 발달이 이루어지고, 스스로 스마트폰 조작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유아가 스마트폰 사용 규칙이나 미디어의 내용에 대하여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미디어에 대한 이해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유럽평의회(EC, 2019)에서는 유아들이 디지털 네이티브로 태어나지 않았으며, 자연스럽게 디지털 역량을 가지고 태어난 것은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어린 시절부터 유아교육기관과 가정에서 스마트폰이라는 디지털 매체를 유용하고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습니다. 유아의 눈높이와 상황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스마트폰 사용 이후에는 스스로 스마트폰을 끄거나 특정 위치에 갖다 두는 등 스마트폰 이용 규칙을 지킬 수 있도록 하며, 규칙을 잘 지킨 것에 대한 칭찬과 격려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UN아동권리협약 17조는 아동이 미디어 교육을 받을 권리에 대해 “아동은 미디어를 통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아동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정보로부터 보호하는 한편 아동에게 유익한 미디어를 장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미유아교육협회(NAEYC, 2012)에서도 상호작용이 가능한 디지털 매체는 유아에게 유용한 것이므로, 교사와 부모가 유아의 발달에 적절하고, 안전한, 상호작용적 디지털 매체를 유아에게 노출시키며 교육할 책임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보호주의적인 접근에서 유아의 디지털 활용을 제한하기보다 유아가 디지털 사회를 살아가는 디지털 시민(digital citizen)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에 OECD(2023)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유아에게 권한을 주기 위한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하였는데, 첫째, 유아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안전하게 보호되어야 하며, 둘째, 어린 시기부터 디지털 격차에 대처하여야 하고, 셋째, 영유아 교육의 전문성과 질적인 수준을 보장하는 정책로드맵이 제시되어야 함을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이를 토대로 디지털 시대의 유아들을 위하여 디지털 위험에서 유아를 보호하고, 디지털 환경 차이로 인한 디지털 격차를 감소시키며, 유아의 초기 디지털 문해력을 증진하기 위하여, 유아, 가족과 질적인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교사의 업무와 전문성을 향상시킬 것을 도전 과제로 제시하였습니다.

디지털 시대 영유아를 위한 도전 과제(OECD, 2023, p.25)

그러므로 3~5세 유아들이 스크린 기반의 스마트폰을 경험하기보다는 스크린에 표시되는 프로그램을 터치하거나 클릭하여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 Graphic User Interface) 보다는, 블록을 손으로 쌓거나 모래로 무엇을 만드는 등 일상생활에서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고 들을 수 있도록 디지털과 객체를 연동시켜 실제로 물건을 만지고 느끼고 잡고 옮기는 등의 조작이 가능한 실감형 사용자 인터페이스(TUI: Tangible User Interface) 형태의 디지털 경험을 할 수 있는 디지털 놀이(digital play)가 이루어지도록 지원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부모 역시 디지털 시민으로서 일상에서 스마트폰을 안전하고 의미 있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참고문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2022). 2022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정현선 (2017). 시작하겠습니다, 디지털 육아. 서울: 우리학교.
한국언론진흥재단(2020). 2020 어린이 미디어 이용 조사. 파주:(주)꽃피는 청춘.
America Academy of Pediatrics (2016). Media and young minds.
Anderson, D. R., & Subrahmanyam, K. (2017). Digital screen media and cognitive development. Pediatrics, 140(2), 57-61.
Domoff, S. E., Harrison, K., Gearhardt, A. N., Gentile, D. A., Lumeng, J. C., & Miller, A. L. (2020). Development and Validation of the Problematic Media Use Measure: A Parent Report Measure of Screen Media “Addiction” in Children. Psycho Pop Media Cult, 8(1), 2-11.
EC (2019). Role of education in the digital ear: From "digital natives" to "digital citizens"
Melkevik, O., Torsheim, T., Iannotti, R., & Wold, B. (2010). Is spending time in screen-based sedentary behaviors associated with less physical activity: A cross national investigation. International Journal of Behavioral Nutrition and Physical Activity, 7:46.
NAEYC (2012). Technology and interactive media as tools in early childhood programs serving children from birth through age 8.
OECD(2023). Empowering young children in the digital age. Paris: OECD.
Pagani, L. S., Fitzpatrick, C., Barnett, T. A., & Dubow, E. (2010). Prospective associations between early childhood television exposure and academic, psychosocial, and physical well-being by middle childhood. Arch Pediatr Adolesc Med. 164(5), 425-431.
World Health Organizaion (2019). ICD-11 for mortality and morbidity statistics.

  • 글. 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한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