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e-야기

육아칼럼

흔들리며 피는 꽃
자기조절능력 이야기

얼마 전 온 국민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었던 파리올림픽이 막을 내렸습니다. 영광스런 주역들의 숨은 이야기가 밝혀지면서 선수들의 성공적인 결과 뒤에 그간 그들이 흘린 땀과 눈물을 알게 되었고, 성공은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함께 공감했습니다. 무엇이 이러한 성공을 가능하게 했을까요? 다른 무엇보다 그들의 집념과 끈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힘, 바로 ‘자기조절능력’입니다.


자기조절능력(Self-Regulation)이란 감정과 행동을 적절하게 조절해서 사회적 상황에 맞게 표현하는 정서지능을 말합니다. 여기에는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과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포함됩니다. “우리 아이는 지루한 것을 참지 못해요”, “화가 나면 진정이 안되고 조금이라도 진정시키려고 하면 화가 폭발해서 괴성을 지르며 물건을 던져요” 등의 어려움으로 상담에 오시는 부모님들이 최근 부쩍 늘었습니다. 모두 자기조절의 어려움 때문입니다.


자기조절능력에 대해 익히 알고 있는 것으로 마쉬멜로우 실험이 있습니다. 이 실험은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진들이 학령기 이전 아동들을 대상으로 마쉬멜로우가 하나 있는 접시를 보여주면서 만약 15분 뒤에 다시 돌아올 때까지 마쉬멜로우를 먹지 않고 기다리면 두 개를 먹을 수 있다는 제안을 한 이후 아동들의 행동을 관찰한 다소 유명한 실험입니다. 대다수의 아동들이 15분을 기다리지 못하고 마쉬멜로우를 먹었고 소수의 아동들만이 그 시간을 기다려 2개의 마쉬멜로우를 얻게 되지요. 연구진들은 그들을 30년간 추적 연구하면서 15분의 시간을 기다렸던 아동들이 그렇지 않은 아동들과 비교해서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자기조절능력이 높은 아동은 자기통제능력, 만족지연능력을 통해 사회적 상황을 적절하게 대처해 갑니다.

그렇다면 우리 자녀의 자기조절능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가 스스로 자제할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상황에 따라 하고 싶지만 참아야 하고, 포기해야 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만약 늘 자신이 원하는 결과만을 경험하면서 성장한다면 자기중심적인 아이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자녀에게 허용해서는 안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모님들의 단호한 훈육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단호한 훈육을 통해 아이는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의 경계를 알게 되고 그것을 따르게 되면서 스스로 자제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됩니다.


인내과 끈기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또한 권장하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교육이나 사회적 환경 속에서 인내를 경험할 수 있는 활동들이 다소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의 극기 훈련 등을 기억하실 겁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이들이 이러한 인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듯 합니다. 자녀에게 끝까지 견디는 경험의 기회를 만들어 주세요. 함께 요리를 하는 것도 좋고, 가족이 등산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더 나아가 좀 더 어려운 극기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겠지요. 이러한 경험이 아이들로 하여금 참고 견디는 인내를 기르게 하며 자기조절능력을 키울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됩니다. 대다의 양방향 상호작용입니다. 어느 한쪽이 상호작용을 독점하기보다는 서로가 동등한 자격과 기회를 지니고 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녀가 성장하면서 도덕성이 발달하게 되는 5세 이후부터는 자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와 자녀 간에 이러한 타협이 기회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엄마 우리의 약속은 하루 30분 게임 시간을 가지는 것이었는데, 너는 지금 엄마에게 더 게임을 하고 싶다고 하는구나.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니?

아들 난 30분을 더 했으면 좋겠어요

엄마 엄마 생각에 그건 너무 긴 시간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10분 정도면 어떻겠니?

아들 그럼 15분만 시간을 더 주세요

엄마 그래 그럼 15분의 시간 동안 게임을 더 하고 오늘은 마치는 걸로 하자.


이러한 대화는 자녀에게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자녀가 자신의 선택에 책임감을 느끼도록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책임감이 함께 발달할 때 자기조절의 필요성을 느끼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 스스로 자기 조절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자기조절을 요구하면서 정작 부모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한다면, 아이에게 화를 내지 말라고 하면서 정작 부모가 화를 내며 감정조절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분명 긍정적인 모델링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거울부모’라고 하지요. 아이들은 부모의 모습을 통해 배우고 학습하게 되기에 부모라는 환경은 매우 중요합니다. 부모가 먼저 조절 능력을 보임으로써 자녀 또한 자기조절능력이 높은 아이로 성장하는 좋은 환경이 됩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라는 도종환 시인의 꽃처럼 세상에 아름다운 꽃들로 태어난 우리의 자녀들이 흔들리는 과정을 잘 견뎌내어 자신들만의 곱디고운 꽃들을 활짝 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글. 더드림아동&성인상담센터
    소장 전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