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e-야기

공감시선

‘저 애는 원래 저런 아이야. 문제 아이.’
아이의 성적 행동을 바라보고 대하는 어른의 자세

1. 영유아기 성적 행동에 관한 이해

<영유아기 올바른 성교육 방법>이란 주제를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영유아를 양육하고 교육하는 양육자와 교육자는 아이에게 어떤 성교육을 궁금해할까? 해야 할까?’이다. 우리나라 교육 과정을 본다면 만 3세까지를 영아기로, 만 4세부터 6세까지를 유아기로 나눌 수 있겠다. 그럼 영유아기 아이는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무엇을 궁금해할까?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신체에 대한 탐색을 시작한다. 자기 신체를 움직이고 만지며 그에 상응하는 반응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관찰하고 만지는 신체 부분엔 당연히 성기(음경, 음순)도 포함된다. 신체 탐색은 자기 몸에서 끝나지 않는다. 영아기에 자신의 신체 관찰과 탐색을 한다면, 유아기에 들어서면 타인의 신체에 관심을 보이고 자신과 무엇이 같은지, 다른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엄마아빠 놀이를 통해 가정이나 주변에서 봐 온 어른, 동성의 행동을 모방하기도 한다. 의사놀이를 하며 “환자분 진찰하고 주사 맞아야 하니까 옷 벗으세요.”라는 말을 하기도 하며, 다른 아이의 몸과 행동이 궁금해 화장실 안을 엿보기도 한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스킨십으로 나타나는 등 성적 행동으로 표출된다. 또한 “뽀뽀할래?”, “내 고추 볼래?” 등 호기심이 성적 대화로 나타나기도 한다. 대화의 중심 주제가 성기와 항문에 집중되기도 한다.



2. 성적 행동에 관한 대처

아이의 이런 상황을 보거나 듣는 어른으로선 ‘호기심 느낄 나이지.’라는 이해의 마음보다 ‘쟤가 어쩌려고 저래. 뭘 보고 따라 하는 거야.’라는 생각이 앞선다. 영유아기에 나타날 수 있는 이런 성적 행동은 아이에게 필요한 신체 탐색과 성역할, 타인에 대한 이해를 위한 행동이다. 다만 그 방법이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에, 아이의 성적 행동을 본 양육자와 교육자는 감정적 접근보다 이성적 접근으로 교육해 주면 좋겠다.

아이가 성적 행동을 할 때 다른 관심사, 놀이로 주의를 전환하면 좋겠다. 의사놀이나 일상생활에 관한 놀이를 할 때도 꼭 옷을 벗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 옷 위로 진찰하거나 옷 위로 주사를 놓는 등 문제행동처럼 보이는 행동을 다르게 표현해야 함을 알려주면 좋겠다. 자연스럽게 성적 행동을 중단시키고 다른 행동으로 주의를 돌릴 수 있을 정도의 단계면 일상적인 성적 호기심 수준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놀이로 흥미를 끌어도 성적 행동이 중단되지 않는다. 잠시 멈춘 듯하지만, 어른의 눈을 피해 다른 곳에서 반복해서 성적 행동을 하는 등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은밀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는 성적 호기심이 우려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관심을 다른 것으로 돌리려 할 때 공격적이고 과격한 모습을 보이거나,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은밀한 장소로 상대를 데리고 가 강요나 협박(“못 만지게 하면 머리 세게 때릴 거야.”, “엄마아빠한테 말하면 네꺼 다 뺏을 거야.” 등)하는 듯한 말을 하며 피해를 발생시키는 행동은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다 할 수 있다. 이럴 땐 교육과 상담이 병행되어야 한다. 어릴 때 흔히 겪는 호기심의 단계는 ‘지금 하는 행동이 교육과 지도를 통해 잘못됐다는 인식’을 할 수 있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행동의 변화’가 있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지속적이지 않고, 반복적이지 않으며, 강요 및 폭력성이 없어야’ 한다. 그 수준을 벗어나는 영유아기의 성적 행동에는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언어로 지도하고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유치원 아동 성추행, 가해 부모‧원장은 은폐에 발뺌 “나 몰라라”>(파이낸스뉴스.2024.04.19./https://www.fnnews1.com/news/articleView.html?idxno=100313) 란 뉴스가 있었다. 초등 병설유치원에서 발생한 또래 아동 성추행 사건이다. A는 B로부터 은밀한 부위를 보여줄 것을 요구받았고, B는 A의 배꼽 등 신체 부위에 강압적으로 접촉하는 추행을 했다고 한다. 이후 A부모는 B부모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B의 전원 조치를 요구했으나 둘 다 거절당했다. 하물며 유치원 운영진은 A에게 추행 사실을 부모에게 말하지 않도록 종용했다 한다. 내 아이기에 ‘아이들이 크면서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으로 이해의 폭을 넓히려 할 수 있다. 교육자 입장에서도 내가 교육하는 아이기에, 양육자와 갈등 일으키고 싶지 않기에 ‘어떻게든 피해가 일어나지 않게 내가 잘 본다면’이란 생각할 수 있다. 문제(큰 피해)만 일어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에 그럴 거라 생각된다. 문제가 일어나지 않으면 괜찮은가? 아니. 괜찮지 않다.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다고 괜찮은 건 아니다. 건강하게 살아갈 방향을 잃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는 가장 강력한 피해자가 생길 위험이 있다. 행동에는 생각이 담긴다.

아이는 도덕적 행동과 사회 규범 등을 주변 어른과 자라나는 환경으로부터 배워간다. 아이의 문제 행동에 반응하는 어른, 양육자와 교육자의 반응에 아이의 생각이 만들어진다. 아이의 가치관이 형성된다. 아이의 성적 행동이 우려스럽고 위험하다고 생각된다면, 피해자가 생기지 않아도 아이의 삶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해 주면 좋겠다. 어린이집, 유치원, 가정, 상담지원(광명시육아종합지원센터 내 온라인 상담, 경기도청소년성문화센터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아이의 양육 환경을 건강하게 만들어주길 바란다.

3. 영유아기 아이에게, 이것만큼은 꼭!

- 아이가 성에 관해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
영유아기에 성(신체)에 관한 관심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아이가 성에 관한 질문을 한다면 일상적인 어조로,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단어로, 생물학적으로 답해주면 좋겠다. 그래야 성을 숨기고 말 못 할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성을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으로, 긍정적으로 여기게 하기 위해선 성을 알아가는 환경과 분위기가 큰 영향을 미친다.
ex) “남자와 여자는 다르지. 지금은 몸이 비슷해 보이지만 어른이 되어가면서 남자는 수염도 나고 음경도 커지지. 여자는 가슴도 나오고.”

- 같은 상황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 주세요. :
아이가 호기심에 하는 행동에 변화를 원한다면 그 행동 대신 할 수 있는 대안을 알려주면 좋겠다. 호기심에 다른 아이의 몸을 살피거나 화장실을 따라가는 행동을 한다면 그러면 안 되는 이유를 알려주며 궁금할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줘야 한다.
ex) “○○아, 왜 다른 친구 몸을 보자고 하는 거야? 궁금해서 그랬어? 그런데 다른 친구에게 몸을 보여달라고 하거나, 너의 몸을 다른 친구에게 보라고 옷을 벗거나, 화장실에 따라가서 보려고 하는 건 잘못된 거야. 네가 화장실에서 똥 누고 있는데 다른 친구가 쳐다보면 어떨까? 싫겠지. 다른 친구도 그런 건 싫어해. 다음에 궁금해지면 엄마-아빠, 선생님-에게 물어보면 알려줄게.”

-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 올바른 훈육이 필요합니다. :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 그에 관해 명확하게 ‘그러면 안 된다’라는 것을 단호하고 명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잘못한 행동에 사과가 필요하다면 사과하는 방법과 과정도 알려주고 함께 경험해 주면 좋겠다.
ex) “네가 ○○에게 그렇게 한 건 절대 하면 안 되는 행동이야. 누구도 싫다고 하는 걸 억지로 하게 할 수 없어. 그래선 안 돼. 그러니까 우리 ○○에게 사과하러 같이 가자.”

- 존재와 행동을 분리시켜 생각해 주세요. :
나이를 막론하고 사람은 실수하고 잘못된 행동을 할 수 있다. 실수와 잘못된 행동은 성장해 가며 교육과 경험으로 반복하지 않게 된다. 영유아기는 그 과정의 시작점이다. 아이의 실수를 아이 존재 자체로 여기지 않으면 좋겠다. ‘저 애는 원래 저런 아이야. 문제 아이.’라는 낙인을 찍어 ‘문제 행동=아이 존재 가치’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 문제 아이는 없다. 문제 행동이 있을 뿐이다.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돕는 게 양육자와 교육자, 우리 어른이 해야 할 역할이다.

  • 글.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성교육을 시작합니다」 작가
    류다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