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서 인구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심각한 ‘저출생’ 시대라는 보도가 쏟아지고 합계출산율 수치는 해마다 더 낮은 수치를 경신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인구정책의 콘트롤타워로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4. 7.1.).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저출생 대응을 위한 정책을 확대하거나 신설하고 있지만, 과연 이러한 추세가 반전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113,495명이었는데 2023년에는 그 수가 68,817명이었다. 이는 2015년 출생아 수의 60.6%로 무려 44,678명이 줄어든 것이다. 같은 시기 동안 합계출산율은 1.24명에서 0.72명으로 떨어졌다. 0.8이니 0.7이니 하는 합계출산율 수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임신ㆍ출산이나 자녀양육을 고민하는 개인이, “내가 아이를 낳아서 잘 키울 수 있을까?” 혹은 “내 아이가 앞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혹은 “내가 결혼하고, 임신ㆍ출산을 하고 아이를 키운다고 할 때 과연 내 삶은 행복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내리는 답에 있지 않을까.
인구정책은 산전ㆍ산후 지원정책, 보육ㆍ돌봄ㆍ교육정책 외에도 주거ㆍ일자리ㆍ복지 정책 등 삶의 질과 관련된 정책들의 ‘종합예술’과 같아서, 단순하게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단언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영유아의 양육자인 보호자들은 어떤 방향의 정책을 원할까? 경기도 보육정책에 관하여 경기도가 올해 영유아 보호자들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1)에 따르면, 영유아 보호자들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경기도 보육정책 목표는 ‘영유아 권리존중 보육 실현’이고, 다음으로 ‘공공보육 기반 확대 및 보육의 질 제고’, ‘모든 양육자의 육아역량 강화’순으로 나타났다. 영유아 양육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책을 가늠해보기 위해, 첫번째와 세번째 목표영역에 해당하는 경기도 사업들 중 우선순위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응답률 순으로 살펴보자. ‘영유아의 권리존중 보육 실현’을 위한 사업들 중에서는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과 관련된 사업들이 가장 높게 나왔고, ‘모든 양육자의 육아역량 강화’ 관련 사업 중에서는 부모급여 지원이 가장 높고 그 다음으로 영유아 발달지원, 놀이지원 관련 사업(아이사랑놀이터, 놀이지도사 등) 순으로 나타났다. 부모급여와 같이 육아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비용지원 정책과 함께 육아휴직제도 등 시간지원 정책도 정부 정책으로 확대되는 추세이므로 그 외 요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사 대 아동 비율의 개선, 그리고 영유아기 발달지원과 놀이지원에 대해 더 살펴보자.
보건복지부가 2022년 12월 발표한 제4차 중장기보육 기본계획(2023-2027)의 정책과제에 ‘교사 대 아동비율 개선’이 포함되어 있었고, 교육부가 올해 6월 27일 발표한 유보통합 실행계획에도 ‘교사 대 영유아 비율 감축으로 교육ㆍ보육의 질 향상’에 관한 계획이 담겨 있다. 경기도가 2023년 1월 발표한 제4차 경기도 중장기 보육발전계획(2023-2027)에는 교사 대 아동비율 개선을 위해 0세아전용어린이집 확대와 공공형어린이집 안심보육반(유아반 교사 대 아동비율 개선) 확대가 있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당연하고 바람직하지만, 정부가 어린이집, 유치원의 반별 교사 대 영유아 수 기준을 현행보다 낮추고 인건비 추가지원 예산을 편성해 시행하겠다는 소식은 여전히 들려오지 않는다. 경기도에서는 0세아전용어린이집(0세반은 교사 1명이 2명을, 1세반은 교사 1명이 3명을 보육함)의 지정시설 수를 늘리고, 공공형어린이집 안심보육반(3세반은 교사 1명이 10명을, 4세 이상은 15명을 보육)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긍정적이지만, 일부 지정어린이집에 국한되어 있어서 앞으로 유형과 연령에 구분없이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영유아 발달지원에 대한 요구도 높다.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을 때 실시하는 발달평가에서 심화평가 권고를 받은 영유아의 비율이 매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통계청 국민건강검진통계, 2018년 1.6%, 2022년 2.6%). 영유아 시기의 발달문제는 이른 시기에 발견하여 개입을 하게 되면 긍정적인 발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기발견과 발달상황에 맞는 조기개입이 매우 중요하다. 경기도에서는 2021년부터 각 시군 육아종합지원센터를 통해 영유아 발달지원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다.2) 어린이집이나 가정에서 발달지원서비스를 신청하면 육아종합지원센터의 발달지원상담원이 보육교직원과 부모에게 정보제공, 초기상담을 지원하고 선별검사를 실시하여 치료나 상담이 필요하면 전문기관에 연계하고 보육교사나 부모에게는 교육적 중재와 양육방법에 대해 상담해주고 있다. 경기도육아종합지원센터가 발간한 운영 사례집3)에 따르면, 이러한 발달지원서비스는 보호자들과 교사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영유아 발달지원서비스를 통한 최대의 효과는 영유아의 긍정적 변화라고 한다. 지금까지의 사업 운영 상황을 볼 때 경기도 영유아 발달지원서비스 사업은, 소아정신과나 사설 아동발달센터의 높은 문턱에 비해 영유아 양육자들에게 가깝고 친근한 육아종합지원센터를 통해 영유아의 발달적 어려움을 조기발견, 조기개입하는데 1차적 창구가 되고 있다고 보인다. 현행 법률상 장애 판정이나 전문의의 진단이 내려지지 않았지만 치료서비스나 상담이 필요한 영유아들 중 상당수는 공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지역사회 안에서 영유아 발달지원을 위한 협력체계와 예산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영유아 발달지원서비스는 소수의 영유아만을 위한 선별적 서비스로 지원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영유아들이 필요할 때 당연히 받을 수 있는 권리(발달권)로서 보장되어야 한다. 보호자들과 교사들, 전문가들이 함께 영유아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발달에 관하여 거리낌 없이 얘기하고 협력하며 응원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소수의 영유아 보호자들과 담임교사들만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모든 영유아의 발달을 위해 지역사회와 공적체계가 마땅히 책임지고 협력하는 제도적 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특별한 요구가 있는 영유아에게는 개별화된 지원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서비스를 집과 가까운 곳에서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여 영유아의 행복한 성장을 함께 응원하는 사회, 그것이 저출생 시대 진정한 육아지원정책의 방향이 아닐까.
영유아의 놀 권리 보장을 위한 놀이지원 정책, 이주배경이 있거나 농어촌 지역에 사는 영유아, 보호자의 상황으로 긴급ㆍ일시 돌봄이 필요한 영유아 등에 대한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한 명 한 명의 영유아의 상황에 맞게,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맞춤형으로 섬세하게 영유아와 양육자를 뒷받침해주는 정책, 그것이 저출생 위기 시대에 필요한 육아지원정책이자 인구정책일 것이다.*
1) 출처: 김미정, 최윤경(2024). 경기도 보육사업 성과 분석 연구. 경기도여성가족재단.
2) 이 글에서 경기도 영유아 발달지원서비스 사업과 정책 방향에 관한 내용은 김미정(2024). 경기도 영유아 발달지원 사업 방향과 협력체계 구축: 영유아 발달지원과 유보통합.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의 내용에 기반하여 작성하였음.
3) 경기도육아종합지원센터(2022). 2022 경기도 영유아 발달지원서비스 운영 사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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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선임연구위원
김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