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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올린 우리 아이 사진, 괜찮을까?

셰어런팅, 그 빛과 그림자

인터넷이 등장한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집집마다 아날로그 사진을 모아두는 앨범(Album, 사진첩)이 한 두 권씩 있었다. 얇고 투명한 비닐 막을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접착식 사진첩 말이다. 나 역시 이 앨범에 가족 여행, 첫째와 둘째 아이 백일과 돌 사진을 정리해 놓고, 한가할 때마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추억을 회상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이들이 성장한 만큼 앨범 속 사진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군데군데 누렇게 빛이 바랬지만 그마저도 아이들의 추억과 함께 소중하게 느껴지곤 했었다. 모바일 인터넷 시대로 접어들면서 부모들에게 SNS(Social Network Service, 사회관계망 서비스)는 아이의 성장과 일상을 기록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SNS가 디지털 사진첩이자 일기장이 된 셈이다.


부모가 자녀의 사진이나 영상을 SNS에 공유하는 행위를 셰어런팅(Sharenting)이라고 부른다. 셰어런팅(Sharenting)은 'Share(공유하다)'와 'Parenting(양육)'의 합성어다. 부모가 자녀의 성장과정을 기록하고 SNS에 게시하는 일은 이미 사회적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자녀의 소중한 순간을 기록하고 이웃들과 나누는 일은 부모라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일상의 행복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SNS가 온라인상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디지털 서비스라는 점이다. 온라인에 남긴 기록은 사라지지 않는다. 인공지능 챗 GPT 시대에 무심코 올린 아이의 사진이 뜻하지 않은 딥페이크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자녀의 사진을 올리면서 SNS에 장소를 태그 하는 행위가 아동 납치나 유괴 사건으로 이어지는 일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의 디지털 안전 왜 중요할까?


딥페이크 기술 악용과 디지털 성범죄

최근 들어 딥페이크 AI 기술은 단순한 장난을 넘어 디지털 성범죄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 온라인에 널려 있는 사진 몇 장만 있으면 누구나 AI를 통해 얼굴을 합성하고 불법 영상을 만들어 유포할 수 있는 시대이다. 실제로 부모가 SNS에 올린 아이의 사진이나 영상이 딥페이크 기술의 재료가 되는 경우도 많다.


해외에서는 아동의 얼굴을 합성해 허위 콘텐츠를 만들어 범죄에 사용하거나, 음란물에 활용하는 충격적인 일이 보도되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SNS 속 아이 사진이 소아성애자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며, 부모에 의해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아이들의 사진과 개인 정보를 보호하자는 캠페인이 열리기도 했다.


국내의 경우 2021년 한 남성이 SNS에서 확보한 정보로 9세 여아에게 접근해 유괴했다가 미성년자 약취 유인 혐의로 구속된 사례가 있었다(서울신문 2023, 06, 10). 전문가들은 별생각 없이 단 해시태그 하나로 아이 이름, 사는 지역, 자주 가는 장소 등이 쉽게 수집될 수 있으며, 아이의 알몸 사진은 물론 ‘목욕 시간’이나 ‘배변 훈련’ 등의 해시태그는 특히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분별한 셰어런팅, 아동 사생활 침해

셰어런팅은 부모에겐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행위지만 아이에겐 사생활 보호권과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부모가 SNS에 공개한 사진과 영상은 자녀가 성장한 뒤에도 계속 남아, 성인이 된 이후에도 뜻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대학 입학, 취업, 교우 관계 등 중요한 시점에 과거의 데이터(개인정보)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숏츠나 인스타그램 릴스 등에는 아동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이나 글들이 여전히 많다. ‘처음 탄산수 먹어보는 아기의 모습 #short’, ‘일부러 아기 울리는 아빠 #short’, ‘아기 약 올리기 마지막 대박’ 등 셰어런팅 채널 조회수는 20만 회가 넘는다. 셰어런팅 자체를 무조건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SNS에 자녀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아동의 성장 과정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놀림 거리가 될 위험은 없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BBC가 실시한 부모의 셰어런팅에 대해 자녀의 동의 여부에 관한 설문조사(BBC, 'Sharenting': Are you OK with what your parents post?, 2017) 결과, 아동의 1/4은 부모의 소셜 미디어에 오른 자신의 사진에 대해 창피하거나 불편하다고 응답하였다. 미국 FBI 조사 결과를 보면, 부모의 소셜미디어 게시물 77%가 ‘친구 공개’, 아동 유괴사건의 범죄자 중 76%가 부모의 지인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분별한 셰어런팅은 아동을 위험에 빠지게 할 수 있다. 자신의 디지털 흔적을 스스로 통제할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부모 스스로 자녀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일을 자초해서는 안 된다.


디지털 시민의 미디어 리터러시 갖추기

현재 우리는 인공지능 미디어 환경에서 다양한 미디어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개인은 이러한 미디어를 제대로 이용하고 창의적으로 활용하며 책임 있게 소통하고 공유하는 능력, 즉 미디어 리터러시를 갖추어야 한다. 따라서 소셜 미디어에 게시물을 공유할 때도 신중해야 한다.


아이의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것은 단순히 추억을 남기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아이의 디지털 정체성 뿐만 아니라 개인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따라서 아이들이 디지털 세상에서 건강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양육자 및 보호자는 아이의 디지털 권리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아이 역시 한 사람의 디지털 시민으로서 자신의 권리와 책임을 모두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디지털 시민성은 부모 또는 교사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다음은 SNS에 자녀의 게시물을 공유하기 전 부모가 체크해야 할 사항이다, 부모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것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사진을 올리기 전에 "이 사진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SNS 공유하기 전 스스로 던져야 할 질문]

· 그 게시물을 올리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그 내용이 아이가 아니라 당신에 관한 이야기라도 올리실 건가요?

· 나중에라도 아이가 이 게시물 때문에 부끄러움을 느낄 만한 내용이 있지는 않은가요?

· 나중에라도 이 아이에 대한 정보를 알아서는 안 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지는 않은가요?

· 이 내용이 아이의 평생 기록으로 온라인에 남아도 괜찮은 내용인가요?

-참조: 세이브더칠드런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지만, 동시에 새로운 위험 요소를 수반한다. 셰어런팅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실천을 통해 아이들이 디지털 세상에서도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디지털 윤리이며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참고자료]

김유민. 서울신문. 2023. 06. 10
인스타에 올린 ‘아이사진’…‘소아성애자’ 표적될 수 있다.
https://www.seoul.co.kr/news/2023/06/10/20230610500029

세이브더칠드런
https://www.sc.or.kr/upload/attach/report/nanum_1628142287247.pdf

  • 글. 한국미디어리터러시교육협회 대표
    이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