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평

‘진짜 나로 건강하게 살기’

가짜 감정   |   김용태 지음(덴스토리)

글. 양원희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가슴을 치는 노래 조성모의 ‘가시나무’ 가사다.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나 스스로도 쉴 곳이 없는 정신적 과부하 상태다.
아버지가 목회를 하셨기에, 목사의 딸은 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갇혀서 나는 5만큼 밖에 안 착한데 10만큼 착한 척을 하며 살아야 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분위기 메이커라는 프레임에 갇혀, 남들이 힘들 때는 다 나를 찾는데, 막상 내가 힘들 때 나는 기댈 사람이 없었다.
결혼을 해서 세 아들을 낳으면서는, 뭔 놈의 육아서들이 앞 다투어 나오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줘야 좋은 엄마라는 사회적 시선에 갇혀 아이들에게도 철저히 ‘을’로 살고 있다. 5분 거리의 보수적인 시댁과 가까이 살면서 심지어 이런 저런 도움도 받고 있기에, 나는 ‘을 중의 을’이다. 그랬더니 항상 궁금한 질문.
‘나는 누굴까?’

  • 가짜 감정
  •  책 제목만으로 내 가슴을 후벼 판다. 가짜 감정으로 나도 속고 남도 속이는 삶이 내 삶 같다는 연민에 늘 사로잡혀 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짜 감정을 만나는 법’이라는 또 다른 한 줄에 희망이 보여서 집어 들었다.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었다.
  • 불안한데 화를 내고, 우울한데 즐거운 표정을 짓는다.
    왜 우리는 감정에 솔직하지 못할까?
  •  나를 포함,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불편한 감정이 느껴지면 표현하기보다 누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정은 느끼고 표현하면 저절로 사라진다. 그러나 표현되지 못한 감정은 우리 몸 어딘가에 남아 끊임없이 표현되기를 요구한다. 무의식 속에 쌓인 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힘이 세지고 밖으로 나오려는 힘이 강해진다. 그 에너지가 밖으로 표출되지 못하면 자신을 공격하는데, 그게 바로 우울증이다.
    ‘아...그래서 내가 요즘 우울했구나.’
    무릎을 탁 쳤다. 나는 늘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툴렀고, 솔직한 감정 표현은 관계를 망친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감정을 미성숙한 존재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필자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준다. 감정만큼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존재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원인 제공을 했다 하더라도 나에게 생긴 감정은 내 것이라는 것.
  • 내 감정은 나의 것
  •  너무 신선하면서도 참인 명제다. 상대방이 아무리 큰 원인을 제공했다 하더라도 현재 겪고 있는 감정은 ‘내 감정’이다. 그리고 내가 그 감정을 스스로 처리하는 능력을 키울 때 내 삶이 더욱 풍요로워 진다.
     예를 들어 화난 감정이 내 것이라고 인식하면 화를 다루기가 수월해진다. ‘아,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 저 사람의 말과 행동 때문에 내가 분노하고 있구나.’라고 스스로의 감정을 알아주고 표현해주면 화가 훨씬 가라앉는다. 일단 화가 가라앉으면 왜 화가 났는지, 어디서 내 외로움이나 두려움, 수치심이 건드려졌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렇게 상대방이 아닌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면 화는 화로 끝난다. 불안과 두려움 같은 이차적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 인정하면 자유로워진다
  •  내 속엔 진짜 내가 너무 많다. 착한 내가 있고 순종적인 나도 있지만, 폭력적인 나도 있고 거친 나도 있다. 때로는 교양을 던져버리고 마음대로 살고 싶기도 하고, 참고 눌렀던 말들을 속사포처럼 내뱉고 싶은 욕구로 차오를 때도 있다. 그런데 전자의 모습만 내 모습으로 인정하고, 후자의 모습은 내 모습이 아니라고 꾹꾹 누르고, 다른 사람들한테 들킬까봐 두려워하다 보니 내 속엔 자유가 하나도 없다.
     책을 읽으면서 ‘아, 맞아. 이 모습도 내 모습이야’, ‘아, 그래서 내가 힘들었구나’ 하며 나의 양면을 인정하고 보듬어 주다보니 마음에 평화가 스며든다.
  • 불편한 감정 환영해주기
  •  내가 제일 잘 하는 것은 ‘아닌 척’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를 쓴다. 그런데 부정적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저 ‘내가 슬프구나.’, ‘기분이 나쁘구나.’라고 인정만 해줘도 쓸데없는 에너지가 낭비되지 않는다. 감정에 얽매여 왜곡된 삶을 살지 않으려면, 어떤 감정이든 환영해주고 돌봐줘야 한다.
    그동안 내 감정들이 자기 좀 알아봐 달라고 시위를 했던 것 같다. 마음 근육에 힘이 다 빠져 축 쳐져 있었는데, 내 감정을 스스로 인정하고 돌봐주면서 근육에 탄력도 붙고 힘이 붙은 느낌이다. 진짜 나로 건강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면, 진짜 내 감정과 대면할 용기를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