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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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원 교수 (대구대학교 법과대학)

1. 교육과 저작권
학교나 기타 교육기관의 교육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기존의 저작물들이 교재나 기타 자료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 만약 저작권 문제로 우수한 저작물을 교재에 수록하지 못한다면 양질의 교육을 기대하기 어렵다. 저작권법의 목적을 떠올리면, 교육을 위해 권리를 일부 제한하는 것은 일응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베른협약에서는 “정당화되는 범위 내에서, 교육(teaching)을 위하여 문학·예술적 저작물을 예시(illustration)의 방법으로 발행·방송 또는 녹음이나 녹화에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동맹국의 입법, 그리고 동맹국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또는 체결될 특별협정에 맡긴다.”고 하여 교육을 위한 저작권 제한을 예정하고 있다(협약 제10조) EU 저작권 지침 제5조 제3항이나 제6조에서도 같은 취지의 조문이 발견된다.

2. 교과용 도서 보상금제도
교육을 위해 저작권을 제한하는 사례는 외국 저작권법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입법태도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미국과 프랑스에는 일반적은 저작권제한규정외에 ‘교과용 도서’를 특별하게 취급하는 명문의 규정은 보이지 않는다. 반면 독일, 일본, 스위스, 이탈리아 등은 교과서 수록의 편의를 제공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한편 북유럽에서는 저작물을 교과서 등 교육에 원활하게 활용하기 위해 1960년대 초부터 ‘확대된 집중관리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교과용 도서를 위하여 별도의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교과용 도서에는’ 저작권자 동의없이도 게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저작권법 제25조) 이는 탐색·협상 및 권리침해 가능성 등 거래비용(transactions cost)을 줄여주는 강학상 ‘협의의’ 법정 허락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보상금만 지급하면 설령 저작권자 의사에 반하는 경우조차도 게재가 가능하다.

3. 정당한 보상의 필요성
우리나라에서 교과용 도서 저작물 게재에 대하여 보상금을 지급하게 된 것은 1999년 7월 1일부터이다. 1957년 제정 저작권법에서는 ‘교과용도서의 목적을 위하여 정당한 범위 내에서 발췌 수집하는 것’을 비침해 행위로 규정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아무리 교과용 도서라고 하더라도 보상금조차 지급하지 않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크다. 헌법 제23조 제3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 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에서도 ‘보상금 지급의무가 결여된’ 저작물 자유이용조항(제46조)을 위헌으로 본 바 있다. 국제협약 합치성의 측면에서도 보상금 문제는 전향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WTO/TRIPs와 WCT·WPPT에서 수용되면서 저작권 제한의 일반적인 한계로 발전 해 나가고 있는, 소위 ‘3단계테스트(three-step test)’에 비추어보더라도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는 이용’은 용인되기 어렵다.

4. 합리적 기준의 모색
권리자들은 문화부가 고시한 보상금 기준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라며 대폭 인상을 호소한다. 시장 가격은 且置하고 신탁관리단체의 사용료요율과 비교하더라도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악보 1천부 기준으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요율은 7천원인데, 교과용도서보상금 고시 기준은 658원으로 9.4%에 불과하다고 한다. 어문저작물 역시 운문 1만부 기준으로 보상금 기준은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요율의 47%밖에 되지 않는다. 외국과 비교해보면 격차는 더욱 커진다. 초등학교 교과서 1만부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일본은 우리보다 82배, 독일은 37배 수준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물론 보상금 인상만이 능사는 아니다.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함에 있어서는 출판계의 현황이나 우리의 교육 재정 등 현실적인 문제도 검토해야 한다. 여기에 보상금이 3-40원에 불과한 소액보상금 수령권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대안이 필요하다.1) 교과서의 디지털화에 따른 ‘저작인접권자’에 대한 보상 문제도 시급한 현안이다.

5. 활발한 논의를 기대하며
헌법재판소는 제23조 제3항의 ‘정당한 보상’을 ‘완전보상을 의미’한다고 해석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1990. 6. 25. 자 89헌마107 결정) 미국 저작권법은 17 U.S.C.의 801(b)(1)에서는 ‘저작권자에게는 창작에 대한 공정한 대가를 보장할 것’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론적 논의를 넘어서 ‘구체적인 수치’를 마련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교과서 정책의 방향, 참고서 시장과의 관계, 작가의 명예·자존감, 학부모의 부담 증가 등 추가적인 고려사항도 적지 않다. 교육에 있어 학교 건물이나 책상보다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이다. 백년대계를 위하여 衆智를 모아야 한다.

 
 
 
1) 2012년 천원미만의 소액보상금 수령권자가 12,670명으로 급증하였다. 교과용도서 보상금의 특성을 고려하면, 고액수령권자이 보상금을 감액하고 소액보상금수령자를 증액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