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뉴스레터 11월호
2021년 11월 15일 발행
현장기사

숲의 로비 ‘삼선산수목원 숲속도서관’

㈜디자인그룹오즈건축사사무소 신승수 대표

삼선산수목원 숲속도서관 전경 [삼선산수목원 숲속도서관 전경]

개요

- 위치 : 충청남도 당진시 고대면 진관리 일반 1257-11 삼선산수목원
- 용도 : 수목원 부속시설(문화 및 집회시설 – 전시장 중 체험관, 도서관)
- 대지면적 : 95,713㎡
- 건축면적 : 42.41㎡
- 연면적 : 42.41㎡
- 규모 : 지상 1층(최고높이 3.6m)
- 구조 : 철근콘크리트 구조
- 설계 : ㈜디자인그룹오즈건축사사무소
- 설계담당 : 신승수, 임상진, 최슬온, 김우재

소규모 공공건축 시범사업

삼선산 수목원 숲속도서관 설계는 공공건축의 품격을 제고하기 위한 당진시의 ‘소규모 공공건축 시범사업’에서 비롯되었다. 수목원이나 공원과 같이 많은 시민들이 찾는 공공공간에 건축되는 대부분의 건축물이 단순 가격입찰 방식으로 공급되는 것이 현실인 상황이며, 사용 빈도가 매우 높은 이와 같은 공간들이 가장 조악한 형상과 열악한 상태로 건립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1억 원의 공사비로 컨테이너박스나 공중전화부스를 개조해 독서공간을 조성할 당초 계획을 뒤집고 40㎡밖에 안 되는 건축물을 위한 설계의뢰로 이어졌다.
적은 공사비로 품격 높은 공간을 만든다는 당찬 목표를 가지고 전문성을 갖춘 공공건축팀이 개입하여 발주부서인 당진시립도서관의 진행 과정을 도와주기도 하고 설득을 하는 일도 있었다. 이와 같이 작업이 마무리 될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아 이 작은 도서관이 빛을 볼 수 있었고, 설계계약에서부터 설계의도 구현까지의 지난한 과정도 헤쳐나갈 수 있었다.

네 갈래 숲길이 만나는 결절점에 위치한 도서관 [네 갈래 숲길이 만나는 결절점에 위치한 도서관]

감추고 싶었던 것과 드러내고 싶었던 것

공사비가 겨우 1억 원에 불과하다는 부담감을 안고 건물이 놓일 위치를 정하기 위해 대상지를 방문했다. 이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네 갈래 숲길이 만나는 결절점으로서 대상지가 갖는 지형적 중요성을 인지하게 되었으며, 그 앞에 놓인 투박한 옹벽을 뒤로하고 커다란 기단부 위에 생뚱맞게 자리 잡은 화장실과 탈의실 건물이 주는 부담스러운 형상이었다.
화장실과 탈의실은 대상지 주변의 놀이 시설을 이용하는 어린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편의시설인 데다가 놀이 시설 어디에서나 보이는 건물이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조악하고 권위적으로까지 보이지 않도록 가리기 위해 대상지 일대를 둘러싸는 낮은 ‘담’의 설치를 계획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이곳을 방문할 때 화장실 건물이나 옹벽을 먼저 마주하기보다는 그 너머의 자작나무 숲과 하늘의 푸르름을 바라보며 노닐다가 자연스럽게 책이 있는 공간을 발견하게 되는 공간구성을 상상하게 되었다. 그리고 기다란 ‘담’ 곳곳에는 기존의 지형지물을 따라서 다양한 형태와 높낮이의 개구부와 내·외부 공간을 계획하여 담 안팎으로 다양한 활동들이 숨바꼭질하듯 드러나고 감추어지는 공간을 이용한 놀이를 떠올리며 대지에서 감출 것들과 드러낼 것들에 대해서 궁리해나가기 시작했다.

숲속도서관 계획 개념도 [숲속도서관 계획 개념도]

마루를 품은 숲속의 로비

선택된 부지는 수목원 초입의 안내소로부터 200m 남짓 떨어진 곳으로 놀이터와 물놀이장, 그리고 피크닉장과 같은 어린이 공간이 인접해 있어서 어린이들이 많이 찾는 장소이다. 숲 체험이 목적인 방문객들은 대부분 안내소 앞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서 방문자센터를 찾고, 그곳에서 다시 드넓은 숲길과 꽃길을 걷다가 전망대를 지나서 돌아 내려가는 마지막 여정에 이곳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놀이터로 직행하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는 숲속도서관이 위치하게 될 장소가 숲 체험 여정의 마지막 장소가 아니라 시작점이다. 이러한 까닭에 도서관을 건축한다는 생각은 잠시 제쳐두고 아이들의 눈높이로 방문자를 반기는, 작지만 넉넉한 숲속의 로비를 만든다는 생각을 가지고 기본 구상을 발전시켜 나갔다.
먼저, 자작나무 숲을 에워싸며 새로운 길의 접촉면을 만들어내는 ‘담’은 기존의 기단부 경계와 지형을 최대한 반영하여 위치와 형태를 잡았으며, 아이들의 신체 치수와 환경조건 및 공사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높이(2m)와 재료(합성목), 그리고 마감 상세를 정했다. 한편, 넓이가 40㎡ 남짓한 실내 공간은 하나의 건물이라기보다는 담으로 에워싸인 공간 전체의 한쪽 ‘길모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방’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내부를 계획했다. 작은 공간이지만 넉넉하게 인지되면서 사용될 수 있도록 서가를 비롯한 가구를 벽면과 사방으로 열린 창틀에 붙여서 가용 공간을 최대한 확장하려고 노력했다. 또 서가에는 아이들이 발을 딛고 올라서서 쉽게 책을 뽑거나 걸터앉아 책을 볼 수 있는 디딤마루를 설치하여 작은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하도록 의도했다.

등산로 방향 돌출 창 [등산로 방향 돌출 창]

피크닉장 방향 돌출 창 [피크닉장 방향 돌출 창]

한편, 등산로와 피크닉장에 면한 벽면에는 커다란 돌출 창으로 둘러싸인 2개의 누마루와 벽면에 설치된 폭 50㎝의 쪽마루를 연속적으로 놓아 다양한 자세로 책을 읽는 행위들이 창 너머 숲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공간을 의도했다. 벽면을 따라서 50㎝ 높이에서 연속되는 이 기다란 마루 공간은 유아들에게는 책상으로 쓰이고, 어린이들에게는 엄마 아빠와 함께 걸터앉는 벤치로 쓰이며, 창과 만나는 곳에서는 친구들과 함께 뒹굴고 노는 평상으로 쓰이게 될 것이다. 입구 근처에서는 70㎝ 높이로 솟아올라 성인용 책상으로 사용되도록 폭과 높이를 달리하여 계획했다.

숲속도서관 내부 전경 [숲속도서관 내부 전경]

드러난 것들과 감추어진 것들

기존의 화장실과 탈의실 건물을 가리는 긴 담에는 다양한 형태의 개구부를 두고 각각의 이름표를 달아 두어 이곳이 어떤 공간으로 연결되는 출입구인지를 알 수 있도록 했다. 건축공간만큼 고민해서 만든 사이니지 계획을 통해서 담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하나의 통합된 공간임을 드러내 보여주려고 의도했다. 기존의 화장실과 탈의실 건물이 있고 숲속도서관 건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자작나무 숲을 둘러싼 형태의 커다란 ‘오픈 라이브러리’가 있고 여기에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방들이 모여 있는 공간을 상상했고 이것을 구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숲속도서관을 구성하고 있는 자작나무 산책로, 앞마당, 뒷마당, 책방, 화장실, 물놀이 탈의실, 우체통, 너럭바위 쉼터 등 각각의 공간과 사물에 이름표를 붙여주고 싶었지만, 의도했던 주요 공간과 사물 모두에 그 존재를 드러내는 사이니지를 만들어주기에는 허락된 예산과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동일한 이유로 내부 공간에 만들고자 했던 사이니지도 구현되지 못했다. 특히, 내부 공간에서는 드러내고 싶은 재료의 질감 및 형태와 감추고 싶은 마감이 뒤바뀌어 시공되는 등의 공사 품질 관리의 문제가 발생했으며, 사용승인 이후에는 별도로 발주된 자체 인테리어 등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당초 의도했던 ‘통일된 재료’와 ‘단순한 마감’, 그리고 ‘환경정보를 담는 사이니지의 강조’라는 계획의 원칙이 구현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도서관과 등산로 [도서관과 등산로] 도서관과 물놀이장 [도서관과 물놀이장] 피크닉장에서 바라본 도서관 [피크닉장에서 바라본 도서관]

하지만 그 어떤 것들보다도 이 작은 공간에 사람들을 불러모아 머무르도록 하기 위해 건축공간과 운영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개발한 여러 사람의 노력이야말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가장 커다란 실체일 것이다. ‘좋은 건축’이란, 다소 모호하지만 ‘더 협력적인 기획’이 ‘더 좋은 건축’으로 이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적어도 삼선산 수목원 놀이터를 방문하는 아이들을 반기는 것은 조악한 형태의 화장실이 아니라 숲과 하늘이 곁에 있으며 더불어 존재하는 책을 벗 삼아 노닐 수 있는 도서관인 것이 확실하듯이 말이다.

종합배치도 [종합배치도] 배치도 [배치도] 평면도 [평면도] 입면전개도 [입면전개도] 단면도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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