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ee
(사)여성이 만드는 일과 미래
구은경 이사장
- 2025 새일종사자 역량강화교육 [새일 창업 지원 실무] 강의
- 2024 「2024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창업지원 가이드」 공동 집필
- 2021~2023 (사)마포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
- 2018~2019 서울시 동부여성발전센터 센터장
- ... 그 외 경력 다수
Q1.
이사장님께서 몸담고 계신 <여성이 만드는 일과 미래> 기관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우리 기관은 여성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직접 만들어보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분들이 회원으로 참여한다. 그중에서도 창업을 한 분들을 ‘여성리더’라고 부르는데, 이들이 모여 구성한 모임을 ‘리더스 클럽’이라고 한다. 여성들이 스스로 일을 만들기 위해 회원이 되고, 그 회원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곳이라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다.
여성이 만드는 일과 미래
여성의 생애주기별 경제적 역량강화를 통해 여성의 사회 참여와 성장을 지원하는 단체로,
여성 친화형 경제활동 조직 육성, 사회적 경제 여성 리더 지원, 현장 연구 및 네트워크 활동,
지역 기반 경제활동 커뮤니티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Q2.
기관을 방문하는 예비 창업자들이 어려워하는 지점은 어떤 것이 있나?
시점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주로 예비 창업 단계에서는 자금이나 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예비 창업자들의 경우, 현재 가지고 있는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간을 마련해 줄 수 있는지, 창업 자금을 지원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요청이 많다.
사업을 시작하고 나면 이제 판로에 대한 고민으로 넘어간다. 물건을 어떻게 팔 것인가, 어떻게 유통하고 홍보할 것인가 등 마케팅 차원의 고민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많은 창업자가 이 두 가지 고민을 동시에 안고 간다.
여기에 업력이 쌓이면 사람에 대한 고민까지 더해진다. 결국 창업이라는 것은 단순한 화폐 자원만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좋은 팀원들과 함께 일하느냐도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일부 대표님들은 상품 개발에만 신경 쓰느라, 어떤 동료와 함께 일할 것인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씀하시면서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내가 이 사람과 평소에 잘 지낸다고 해서 그 사람이 곧 좋은 동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창업에서 함께 일하는 파트너와 관계를 맺는 것은 굉장히 다른 일이다. 창업은 자금을 다루고, 상품을 판매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파트너는 각자 명확한 직무를 가지고 상호 교감해야 하며, 친구 관계와는 다른 언어와 태도가 필요하다. 따라서 창업은 정확한 이해관계가 바탕이 되어야 하므로, 반드시 함께 일을 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Q3.
(예비) 창업자가 가지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 기관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러한 경험은 갖춰진 틀 안에서 안전하게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한데, 교육만으로는 그런 경험을 충분히 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기관에서는 창업 과정을 운영하면서, 워크숍 안에 (예비) 창업자들이 프리마켓을 함께 기획하고 거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워크숍에서는 각자가 무엇을 잘하는지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 계획서를 작성한다. 이후 실제로 물건을 제작하고, 프리마켓에서 판매까지 해보는 과정을 거친다. 소규모 상품이라도 직접 개발하고, 서로의 제품을 구매하면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사진 출처: '여성이 만드는 일과 미래' 블로그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발견하게 된다. 실제로 상품이 구현되면, 머릿속으로만 그려봤을 때와는 많이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된다. 다른 교육생들의 피드백을 받아 아이템을 계속 수정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완성도도 높아진다. 이 과정을 끝까지 함께하면 자연스럽게 동료애가 생기고 네트워킹도 형성된다.
Q4.
기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 5060 여성들의 창업을 위한 ‘또봄 아카데미’가 있다.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분들에게 가장 호응이 높았던 교육이나 강의는 어떤 건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선배들과의 멘토링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멘토들이 이야기하는 내용은 본인과 비슷한 처지였던 경험자의 이야기다. 그렇다 보니 서로 주고받는 에너지가 확실히 다르다. 선배들도 굉장히 진심을 다해 이야기해 주기 때문에, 듣는 이들도 그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멘토들은 기관에서 인큐베이팅 과정을 통해 창업을 한 분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의 강의가 일반적인 강의라기보다는 본인의 사례를 바탕으로 어떻게 상품화를 진행했는지 등 구체적인 이야기 형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런 강의들이 특히 반응이 좋았다.
▲ 2025년 <또봄 아카데미> 참여자 모집 홍보 포스터
또봄 아카데미
여성 기업 대표자들의 특강과 1:1 및 그룹 멘토링, 지역자원 탐방, 창업 아이템 개발 및 과정 실습 등
실질적인 창업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 마포구 여성 취창업 지원 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Q5.
센터를 방문하는 예비 창업자들을 상담할 때, 상담사가 갖추어야 할 역량이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사실 상담사가 직접 창업을 해본 경험이 있다면 가장 좋다. 그래야 창업을 했거나 하려는 이들의 절실함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중요한 건 상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려는 노력이다.
상담사 본인이 ‘창업자가 준비한 아이템을 정말 사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내가 이분의 상품이 너무 좋아서 주변에 알리고 싶다’라는 마음이 든다면, 그 사업은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이분의 첫 번째 고객이라는 마음으로, 이 제품이 잘 팔리기 위해 어떤 점을 보완하고 어떤 지원이 필요할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내가 이 사람의 상품을 정말 사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질문을 던지면
질문의 깊이와 방향이 달라진다.
좋은 질문은 결국 상대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에서 비롯된다.’
많은 상담사가 급한 마음만 안고선, 본인이 미리 알아본 정보를 예비 창업자에게 빨리 전달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상대가 당장 궁금해하는 정보가 아니라면, 아무리 유익한 정보라도 제대로 소화하기 어렵다. 마음이 급하더라도, 먼저 질문을 통해 현재 이 사람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예비 창업자들은 자신의 아이템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객관적으로 상황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상담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창업 관련 자원을 연결해 주기보다, 이 사람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를 점검할 수 있는 질문을 계속 던지는 것이 필요하다.
자칫하면 상담사가 예비 창업자에게 단순히 자원이나 정보만 연결해 주는 역할에만 그칠 수 있다. 특히 초반부터 정책 자금 정보를 과하게 제공하다 보면, 예비 창업자 입장에선 상품이나 사업 모델을 발전시키기보다는 자금 확보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결국 사업이 제대로 성장하기 어렵다. 정책 자금은 창업자가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을 때, 그에 맞는 시점에 안내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비) 창업자와 처음 상담을 진행할 때 참고할 질문들은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창업지원 가이드」의 '창업적성 체크리스트'(p.26)를 참고해 주세요.
Q6.
협동조합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상담사가 지원해 줄 수 있는 방식은 어떤 게 있을지 궁금하다.
협동조합 창업은 다섯 명 이상이 모여야 가능하다. 구성된 ‘팀’이 있기에 개인 창업에서 오는 힘듦이나 외로움을 동료와 함께 나눌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의사결정 과정에서 팀원들의 의견을 모으는 데 많은 노력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답답함을 느끼거나 의사결정이 원활하지 않아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협동조합 안에서도 리더는 반드시 필요하다. 리더가 있어야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리더는 상호 간의 정보를 공유하고 설득하며 책임을 지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리더가 없으면 책임 소재가 모호해지기 쉽다.
상담사는 이러한 부분을 사전에 설명을 충분히 해주셔야 한다. 그래서 창업자가 스스로 창업 유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제한된 정보로 섣불리 창업을 결정하게 되면 나중에 후회하거나 상담사를 탓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명확한 목표 설정과 조합원 간의 역할 분담 외에도 지속 가능한 협동조합창업을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약 10년 전 우리 기관에서 인큐베이팅한 협동조합 중 ‘푸른미래 협동조합’이 있다. 이 조합은 인생 2막을 준비하는 50~60대 여성들이 식물에 대한 관심과 필요로 만든 협동조합이다. 이들은 돈을 벌기보다는 본인들의 취미와 여가를 해소하고 싶은데 혼자서는 하기 싫은 경우였다. 그래서 이분들은 일주일에 한 번 함께 모여 공부하고, 두 번은 배운 것을 적용하는 식으로 일을 하셨다.
반드시 상품을 팔아 수익을 내야 하는 구조가 아니어도 된다. 협동조합을 통해 구성원들이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핵심이다.
협동조합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와 생산, 판매, 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 사회에 공헌하는 사업 조직을 말한다. 조합원 자격을 갖춘 다섯 명 이상이 모여야 설립할 수 있다.
Q7.
기억에 남는 창업 사례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린다.
발달장애 남매를 키우던 분이 기억에 남는다. 이분은 발달장애 자녀 문제를 오래 고민해 온 분이었다. 그중에서도 초등 발달장애 아동의 방과 후 돌봄 공백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니즈에서 출발한 사례다.
발달장애 자녀를 가진 부모로서 아이들이 방과 후에도 여러 치료를 받으며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던 거다. 이미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부모들의 모임도 형성되어 있었고, 본인이 해결 방법을 찾던 중 ‘협동조합’이라는 방법을 알게 되면서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에, 이 창업 모델은 벤치마킹 대상이 되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이처럼 좋은 사업이란 결국 이렇게 퍼져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창업은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돈은 그 결과로 따라오는 거다. 순서가 바뀌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명확하면 거기서 원동력이 생긴다.
앞선 사례처럼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명확하면, 거기서 원동력이 생긴다. 표현이 조심스럽긴 하지만, 그 안에서 일종의 재미도 생긴다. 그런 에너지 속에서 좋은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모이게 된다. 좋은 사람이 붙어야 사업도 잘된다. 절실함과 갈급함은 좋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된다. 결국 그런 분들이 좋은 팀을 만들고, 사업도 잘 키워낸다.
상담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분을 만났을 때 “이건 상품이 안 됩니다”라고 단정 짓기보다는, 그 사람의 절실함을 먼저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상담사의 눈일 수 있다.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기 때문에,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분명 있다. 많은 사람을 만나본 상담사라면 그런 절실함을 자연스럽게 읽어낼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