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범식 (국제문제연구소장)
안녕하십니까! 국제문제연구소 14대 소장 신범식입니다.
우리 국제문제연구소는 1972년 5월 서울대 문리과대학 부설 연구소로 설립되어 박봉식 초대 소장님 취임 이래로 52년간 운영되어 오면서 한국 국제정치학의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해 왔다고 자평해 볼 수 있습니다.
국제문제연구소가 개소한 이래 대한민국의 국제정치적 환경은 크게 변화하였고, 학문적 변화도 눈부신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엄혹한 냉전의 제약 아래 한미동맹의 틀 안에서 한국의 안보를 보장받던 체제가 동서(東西) 데탕트와 주한미군 철수 논의 등으로 크게 흔들리던 시기에 이루어진 국제문제연구소의 설립은 한국의 운명이 국제정치적 조건에 의해 크게 규정지어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 의식과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른 거센 도전에 마주하여 국가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서는 국제정세에 대한 바른 진단과 적절한 대응책의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위기감 내지 절박감이 반영한 상징적 사건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이후 80년대 민주화는 한국의 대외정책의 동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그와 함께 ‘동서 냉전’과 ‘남북 대결’이라는 구도를 넘어 새로운 국제정세의 전개에 대한 능동적 대응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습니다. 이 시기 국제문제연구소는 학술적 및 정책적 차원에서 한국 북방정책의 입안과 실천 그리고 새로운 남북 관계의 기초를 다지는 데 커다란 이바지를 했다고 평가됩니다. 그리고 90년대 전개된 탈냉전과 미국 패권의 시기에 본 연구소는 세계화라는 변화와 도전에 대응하고 97년 IMF 사태와 같은 국제정치경제의 파상적 도전에 맞서 그에 맞서는 국제정치적 대응 전략과 방안을 궁구하는 데 매진해 왔습니다.
21세기에도 국제정치는 쉼 없이 큰 폭으로 변화해 왔습니다. 글로벌 테러리즘의 도전, 글로벌 금융위기, 아시아와 중국의 부상, 코로나19 팬데믹과 신흥안보(emerging security)의 도전, 그리고 IT 및 AI로 대표되는 과학기술의 혁명적 발전과 그에 따른 변화의 파고는 전통 국제정치이론의 설명력에 대하여 중차대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국제문제연구소는 이런 다변적이며 다층적인 국제정치적 변화와 도전을 적절히 파악하고 그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하여 지역질서 국제정치이론, 신흥안보의 국제정치, 4차산업혁명·항공·우주·사이버·미래전·인공지능 등 다양한 주제와 관련된 국제정치학적 탐구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1976년 이후 발행되어 온 학술지 『국제문제연구』를 2004년 24집으로 종간하고, 『세계정치』를 창간하였습니다. 이는 반년간 기획 학술지로서 해당연도나 그 시기의 가장 중요한 국제정치적 이슈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주제 중심 학술서의 성격을 가진 우리 연구소의 정기간행물입니다. 한국연구재단의 다소 획일적인 학술지 평가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세계정치』 시리즈를 계속해 출간해 오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정치학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소요(所要)에 부응하기 위해서 7개의 법정 연구센터를 설치하여 각 특성에 맞는 국제정치학 연구와 소통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이런 다면적 연구체제의 정비 이외에도 국제문제연구소는 한국외교정책과 관련하여 중견국외교정책론, 네트워크통일론, 지정학적 중간국외교론 등과 같은 국가의 정책적 대응의 기초를 이론적이며 실천적으로 다지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소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학술적 도전 이외에도 근본적으로 재정-경영 및 인력-조직 관련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두 가지 정도 과제는 긴급한 과제이기에 그에 대한 연구소의 고민을 공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하나는 우리 연구소가 학술적 및 실천적으로 중요한 의의를 지닌 연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임팩트가 그만큼 크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는 80%가 넘는 예산을 홍보와 성과확산에 사용한다고 합니다. 물론 우리 연구소와 성격이 다른 씽크탱크이긴 하지만, 그만큼 홍보와 연구 성과의 확산은 연구소 존립의 핵심 기능이며 이유입니다. 사회에 대해 그리고 국제적으로 연구 성과를 확산하는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연구소의 미래를 위해 고민해야 할 취약점 극복 노력의 중심에 있습니다. 또 하나는 네트워크형 연구소의 기능을 강화 및 인식공동체(epistemic community)의 구축에 관한 과제입니다. 최근 추세로 본 연구소의 조직과 존립의 특징은 네트워크형 조직과 운영이 대세라는 점입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재정적 및 인적 기반이 약한 국제문제연구소는 오히려 이런 네트워크적 조직화를 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네트워크형 연구소의 원활한 기능을 위해서는 학술·정책적 인식공동체의 존재가 필수적이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국제관계연구회, 국제정치학회, 정치학회, 세계지역학회, 정보세계정치학회 등 많은 유관 조직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계신 국제문제연구소 출신의 동료들과의 연결고리를 새롭게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바로 이런 필요에 따라 연구소의 국·영문 홈페이지를 새롭게 단장하고 「국제문제연구소 뉴스레터」를 복간(復刊)하는 작은 벽돌 한 장을 쌓는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연구소에 있는 동료 박사님들과 스태프의 동의와 지지로 이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은 걸음이지만 격려해 주시고, 좋은 제안들이 있으시면 서슴지 말고 들려주시고, 또 책망할 것이 있다면 알려 주십시오. 열심히 듣고 하나씩 고치며 쌓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국제문제연구소 연혁 >
1972년 5월 |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부설 국제문제연구소 설립 |
1972년 5월 | 초대 소장 박봉식 교수 취임 |
1975년 1월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부설 국제문제연구소로 전환 |
1976년 1월 | 저널『국제문제연구』1집 발간 |
1978년 5월 | 2대 소장 노재봉 교수 취임 |
1983년 5월 | 3대 소장 김용구 교수 취임 |
1987년 8월 | 4대 소장 정종욱 교수 취임 |
1993년 1월 | 5대 소장 하영선 교수 취임 |
1998년 4월 | 6대 소장 박상섭 교수 취임 |
2000년 4월 | 7대 소장 하용출 교수 취임 |
2002년 4월 | 8대 소장 장인성 교수 취임 |
2003년 3월 | 9대 소장 신욱희 교수 취임 |
2004년 2월 | 『국제문제연구』24집 출간 후 『세계정치』로 개명 |
2004년 5월 | 10대 소장 정재호 교수 취임 |
2007년 6월 | 11대 소장 윤영관 교수 취임 |
2012년 10월 | 12대 소장 전재성 교수 취임 |
2016년 9월 | 13대 소장 김상배 교수 취임 |
2023년 9월 | 14대 소장 신범식 교수 취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