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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 vol.30 July

기고문

기고문

젠티움파트너스 대표 | 박현준

단어의 디지털화가 야기한
기업가치의 양극성

이정헌 교수

모바일이나 웹을 통해 기사 제목이나 유튜브 등 미디어들을 검색하다 보면, 극히 자극적인 단어들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 깜짝 놀라 제목을 클릭해 내용을 들어가 보면, 소위 ‘낚였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별일이 아닌 것들인 경우가 너무 많다. 결국 제목을 자극적으로 써서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겠지만, 그러다 보니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 말의 올바른 쓰임새이다.

어떤 것을 묘사하는 데 쓰이는 단어들의 표현 강도에 있어서, 언어가 그 사용자들의 삶과 같이 오랜 역사를 거쳐 발전되어 왔기에, 정말로 다양한 정도를 표현하는 단어들이 많은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렇게 자극적인 단어들만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점차적으로 단어도, 0과 1밖에 없는 디지털처럼, 아예 없거나 어마어마하게 높은(많은) 극단적인 표현들만 남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곤 한다.

갑자기 단어의 쓰임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은, 비슷한 느낌을 스타트업들의 투자 생태계에서도 받기 때문이다. 우리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의 참여자들은 언제부터 유니콘(Unicorn: 10억 달러 이상 기업가치를 가진 스타트업), 나아가서 데카콘(Decacorn: 100억 달러 이상 기업가치를 가진 스타트업)과 같은 초대형 스타트업을 만들어내는 것에만 너무 집착하는 것은 아닐까? ‘유니콘’이 가진 그 상징성에 너무 경도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유니콘, 데카콘과 같은 블록버스터가 나온다면 그 효과가 오랫동안 업계에 지속되기에, 투자 활성화 등의 파생효과가 높을 것이고,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면 유니콘 스타트업의 숫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접근 자체가 틀렸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나치게 거기에만 몰입하게 되는 것은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 스타트업들이 지금 그 위치에서 열심히 ‘생존’해 나가는 것이 최우선 미덕이 되어 버린 지금과 같은 때에는 더더욱 그렇다.

당연한 것이고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지만, 모든 기업들이 유니콘이 될 수는 없다. 기업가치라는 것은 거시적으로는 전방시장의 크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에, 아무리 회사 자체가 미시적으로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기업가치가 계속 커지기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투자자의 관점에서 좋은 스타트업 생태계는 다양한 기업가치를 지닌, 성장잠재력이 높은 스타트업들이 많은 생태계일 것이다. 오로지 외형의 ‘성장’만이 덕목인 ‘성장’의 질풍노도의 시기는 이제 분명히 일단락되었다.

투자시장의 위축은 여전하고, 따라서 스타트업들의 겨울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지만, 투자자들에게 지금은 다이어트를 해서 런웨이를 충분히 확보한, 작지만 단단한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기회를 발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 시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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