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경권 엔젤투자허브가 개소한 지 이제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지역 생태계에서 엔젤투자허브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저희 허브는 대구경북지역의 엔젤투자를 활성화하고 지역의 스타트업과 투자자가 만나는 자리를 만드는 “사랑방”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저는 지년 1년간 지역에 있는 스타트업, 지자체, 창업지원기관, R&D 기관, 그리고 무엇보다 엔젤, AC, VC 등 투자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대경권 생태계에서 우리 허브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먼저, 지역 엔젤투자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한 원인과 대책을 찾는 것이 가장 시급했습니다. 대경권에는 초기 시드투자자 역할을 하는 16개의 엔젤클럽과 17개의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가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 2012년부터 중앙정부로부터 조성된 엔젤투자매칭펀드와 대구시의 리더스펀드를 통해 엔젤이 투자한 금액의 최대 2배~2.5배의 레버리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호의적인 외부환경에 힘입어 적극적인 투자활동을 했지만, 약 10년이 지난 지금 엔젤투자를 통해 성장한 대표사례를 제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과연 지역 내에 좋은 기업이 없었기 때문일까요?
지역 내에도 투자를 통해 잘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많이 있지만, 이 스타트업들은 그들의 손이 닿기엔 너무 먼 거리에 있었습니다. 기업 역량이 뛰어나 유명한 액셀러레이터나 팁스운영사의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은 이들 엔젤투자자의 자금을 필요로 하지 않았고, 오히려 후속투자를 받을 때 걸림돌로 작용하여 엔젤투자를 꺼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소액으로 십시일반 모은 엔젤클럽의 많은 개인투자조합들이 이들의 투자를 받아주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했고, 이중 많은 수는 조합 운용기간이 만료되었음에도 회수 및 청산을 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기 투자자에 속하는 LLC나 VC의 경우, 모태펀드를 통해 지역투자펀드를 결성하고도 지역 내에 적합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해, 수도권 및 타 지역의 스타트업을 지역 내 지사/연구소 등 연고지 확보를 조건으로 끌어오지만 후속투자가 이어지지 않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투자처를 찾아 수도권 등으로 이내 떠나버린 경우도 다수였습니다.
저희 허브는 이러한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의 우수한 역량을 지닌 AC, 팁스운영사 등 리드 투자자와 엔젤들이 상호협력할 수 있도록 격월의 정기적인 커뮤니티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에 숨어있는 “좋은 스타트업”을 함께 발굴하고 공동투자·육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자 노력합니다. 또한 창조경제혁신센터와 테크노파크,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 포스텍 등 대경권의 주력 신산업을 과장하는 주요 혁신기관과 협력하여 “대경권 엔젤투자포럼”이라는 스타트업과 투자자간 만남도 매달 정기적으로 마련하고 있습니다.
대경권은 비록 수도권에 비해 열악한 지역투자환경이지만 안목이 좋은 리드엔젤의 시드투자를 통해 시장 내에서 빠르게 기업의 역량을 입증하며, 시리즈 B 이상 투자유치를 받아 고속성장하고 있는 우수한 사례도 많이 발굴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TCMS(경산), ㈜H에너지(포항), ㈜로보스(대구) 등이 있습니다.
이제는 지역에서 성장하는 “좋은 스타트업”이 미래의 지역 경제를 견인해 갈 “공유자원”입니다. 개릿 하딘(1968)의 “공유지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엘리너 오스트롬(공유지의 비극을 넘어, 2010)이 이야기하듯 지역 공동체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오스트롬은 공유자원 관리에 있어 법과 제도도 중요하지만, 지역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사명, 의무, 신뢰 등을 담는 공동체의 약속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합니다. 지역의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엔젤매칭펀드 조성, 엔젤투자연계 TIPS 등 다양한 정책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지역 커뮤니티가 공동의 목적의식을 같고 함께 행동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드는 “지역 사랑방”역할을 하는 대경권 허브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