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2023
UNIST 조원경 교수
2022년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은 연초와 달리 시간이 갈수록 폭풍이 강타했다. 연초 M&A 시장은 2021년 사상 최고의 거래 기록을 이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주가 하락,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에너지 위기 등 불확실성이 가속화되었다. 이는 글로벌 M&A 시장의 성장을 위협하는 경제 환경을 조성했다. 파이낸셜 타임즈에 의하면 규모면에서 상반기는 2조 2천억 달러 수준이었으나 하반기는 1조 4천억원에 불과했다. 2022년 체결된 M&A 거래량(3조 6천억 달러)은 2021년 대비 38% 감소했다. 이는 2001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수준이다. 금리인상과 불확실성이 증가해서 M&A 대상의 매도자와 매수자간 거래 가격 차이가 너무 벌어졌다.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 저렴한 자금 조달환경이 끝났다는 이야기가 시장을 지배했다.
우선, 통상 4분기로 연말을 마무리하기 위한 M&A 거래가 많아지는데 그렇지 않았다. 2018년 이후 처음으로 4분기에 볼 수 있었던 거래증가가 발생하지 않았다. 2022년 3분기에 현저하게 낮은 거래 규모(7,350억 달러)를 기록한 후, 2022년 4분기 글로벌 M&A 거래 규모(7,190억 달러)는 더 감소했다. 4분기만 놓고 보면 최근 년도 순으로 보았을 때 가장 낮은 수준인 2018년 4분기의 최저치인 9130억 달러에서 약 2,000억 달러가 적었다. 2022년은 2018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3분기에서 4분기로 판매량이 증가하지 않은 해를 기록했다. 건수 기준으로도 2022년은 2018년, 2019년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한 2020년 수준을 소폭 상회했다.
(자료: 파이낸셜 타임즈, 2023년 1월)
분기별 지배지분확보 M&A(Controlling-Stake M&A) 거래량은 2022년 3분기(5,130억 달러)에서 2022년 4분기(5,380억 달러)로 소폭 증가했다. 4분기 거래량만 보면 2022년 4분기 거래량은 2017년 4분기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2022년 연간 지배지분 M&A 거래 규모는 2017년 이후 두 번째로 낮았고, 2020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시기를 제외하고는 연간 총 거래 규모가 가장 낮은 해였다. 2022년 거래규모는 2021년 이전 수준이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적합해 보인다. 그나마 역사적 평균 수준이라니 다행이지만 4분기로 갈수록 예년과 다른 양상을 보여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다. M&A 거래 건수도 2017년~2019년 연평균 50,000건대로 떨어졌다.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 상반기 사이 메가딜(가치 50억 달러를 초과하는 거래) 건수는 약 40% 감소했다. 지정학적, 경제적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어 2023년에도 거래 당사자들이 잠재적 거래 성사를 대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둘째, 국제적으로는 많은 부문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긴장이 M&A 거래를 촉진했다는 게 특징이다. 많은 회사들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끊고자 사업을 러시아 현지 투자자들에게 매각하거나 다른 형식으로 사업을 이전하려 했다. 러시아 기업들과 투자자들은 서구 국가와의 투자를 종결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소비에트 연방의 석유사업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제재 명단에 올랐고, 압박 끝에 3월 초 첼시 매각을 발표했다. 영국 내 자산이 동결되며, 첼시는 19년간의 로만 체제에 작별을 고하고 새 구단주 토드 볼리 주도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게 되었다. 2003년 1억4천만 파운드(약 2200억원)에 첼시를 인수한 러시아 신흥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19년 만에 구단을 떠나게 됐다. 2022년 미국 M&A 시장은 급격한 성장 감소에도 불구(43% 하락))하고 여전히 금액(1조 5300억달러) 면에서 글로벌 물량의 절반을 약간 하회하는 수준을 차지했다. 영국도 평균 이상이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형 게임업체 액티비전블리자드를 인수하는 발표가 있었지만, 헬스케어 등 다른 산업에서 M&A가 활발히 진행되지 못했다. 유럽, 일본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규모는 미국에 비해 훨씬 미미한 상황이고 2015년에 최고치를 기록한 중국의 M&A 활동은 코로나 19 봉쇄의 재발로 침체되었다.
셋째, 쪼그라들기는 국내도 마찬가지다. 조단위 거래로 90조원에 육박했던 시장은 83조원으로 줄어 들었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자본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다. 조단위 '빅딜' 거래는 종결 기준으로 14건 수준이다.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스틱인베스트먼트, IMM PE 등 대형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조단위 딜을 성사시켰다. 자문사의 경우 김앤장이 법률 자문에서 독주를 이어갔다. 삼일PwC가 금융·회계 부문을 휩쓸었다. 2022년 완료기준 인수·매각 거래 건수는 총 670건으로 2021년 49건 늘어났다.
국제적으로는 2022년 상반기 M&A 금액이 2조367억 달러(약 2643조원)에 그치며 2021년 동기 대비 36%나 줄었다. 건수 기준으로도 2021년 상반기보다 26% 줄어든 2만3800건에 머물렀다. 그런데 국내의 경우 상반기까지는 오히려 리그테이블 집계 이래 최대치를 경신할 만큼 활황이었다. 국제양상과 국내양상이 달랐다는 것이다. 국내는 2022년 상반기 완료기준 인수·매각 거래는 53조원이 넘었다. 30조원대였던 2021년과 비교하면 10조원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한 셈이다. 하반기부터는 국내와 국제가 닮아갔다. 2022년 3분기 거래액은 16조2455억원으로 집계됐다. 4분기는 3조272억원의 실적을 추가하는 데 그쳤고, 조단위 빅딜은 사라졌다.
넷째, 분야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장기적인 성장과 수익성 제고를 목적으로 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가치 증대에 대한 시장 요구가 높아졌다. 디지털, 혁신, 새로운 사업 모델로의 전략적 전환이 기업 M&A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었다. 제조 및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배터리 및 충전 기술, 3D 제조, 차세대 원료 및 비화석 에너지 생산 등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M&A에 관심이 높았다. 테크, 미디어, 통신산업은 모든 분야에서 첨단기술이나 디지털 역량 인수 추진에 적극적이었다. 의료산업은 mRNA와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 등의 신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M&A에 관심이 많았다. 2023년 들어 로봇주식이 테마를 이루어 성장하고 있다. 2022년 전세계 로봇산업계에선 수많은 기업 인수 및 합병이 이뤄졌다. 로봇기업들은 외형을 키우거나 경영난에 처한 기업을 인수했다. 앱티브의 윈드리버 인수(35억달러, 소프트웨어), 지브라 테크놀로지스의 매트록스 이미징 인수(8억 7500만달러, 첨단 머신비전 구성품 및 시스템 개발)가 대표적이다.
기타 독일 보쉬 렉스로스의 카소우 로봇 인수(소비재와 모빌리티 산업 원스톱 솔루션 제공), 사코스 테크놀로지의 RE2 로보틱스 인수(자율 및 원격 조작 모바일 로봇 시스템 개발), 아메리칸 로보틱스의 에어로보틱스 인수(이스라엘 무인항공기(드론) 개발사), 아마존의 아이로봇 인수 합의(반독점 여부 조사중), 월마트의 얼럿 이노베이션 인수(로봇자동화 기반 전자 식료품 구축 기술 개발), 인트린식의 오픈소스 로보틱스 코퍼레이션 인수(로봇 운영체제 개발) 등이 있다.
다섯째, 2021년 하반기에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의 기업공개(IPO)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2022년에도 스팩이 M&A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었었다. 기업 인수자, 사모펀드, 스팩 간에 딜 경합이 치열해질 것으로 본 것이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으며 자금조달이 급한 기업들이 증시 입성을 위해 스팩(SPAC)에 몰렸었다. 하지만 스팩주를 향한 투자심리마저 악화되어 스팩주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졌다.
2023년 시장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딜메이커들은 2023년 M&A 시장의 느린 회복을 예상하고 있다. 가격 장벽이 만만치 않다. 매도자는 어제의 가격을 구매자는 어제의 금융조달 조건을 바라보고 있으니 달라진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M&A는 기업이 새로운 시장과 제품군에 진출하고,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고, 새로운 역량을 구축하도록 지원해준다. 이로써 기업은 수익을 증대하고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다. 경제 침체 기간 동안 이루어지는 거래가 가장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경기침체 기간의 인수자들은 M&A를 통해 더 높은 수익을 창출했다. 대담한 선택과 기업 역량에 시너지를 일으키는 전략적 M&A가 장기적으로 더 큰 가치를 창출했다. 작년에 이어서 M&A 시장을 지탱했던 요인인 공급망 탄력성, 포트폴리오 최적화,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기술 경쟁 등이 하반기 M&A 시장에도 중요하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 지분 인수에 나선 한화와 미국 반도체·배터리 투자를 추진하는 SK를 비롯해 삼성과 현대차 등이 주목할 곳으로 꼽았다. 유망 섹터로는 2차전지 트렌드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신재생에너지, 자원순환도 유망 분야로 예상한다. 여전히 조심스러운 상황이지만 M&A 시장이 완전히 문을 닫은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블루코자산운용이 5성급 호텔인 남산 그랜드 하얏트 서울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새해 벽두부터 들려왔다. 과거의 세계 역사를 한번 살펴보자. 불경기를 활용한 경우는 차고 넘친다.
2015년 이전에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투자자들이 유럽 회사들에 대한 M&A를 적극 추진했다. 당시 역사상 유례없는 금융·경제 위기로 유럽에 큰 M&A 장터가 열렸다. 경제성장과 해외투자로 두둑한 현금을 확보한 중국 기업이 유럽 M&A 시장의 큰 손으로 나섰다. 유럽은 아시아 기업이 유럽 기업을 사는 이례적 현상인 ‘리버스(reverse) M&A’에 주목했다. 중국에서 이러한 현상은 ‘역 마르코폴로 현상’으로 회자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기술 및 노하우 확보, 시장점유율 확대, 브랜드 인지도 확보 순으로 대형 M&A를 중시했다. 물론 조심할 것도 있다. 상당한 기업이 인수한 기업의 주가가 내렸다. 우려할 수준도 있다. 2022년 M&A에 뛰어든 기업 중에는 ‘승자의 저주’와 마주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이유이다. M&A업계에서는 인수 기업이 피인수 기업과 시너지 효과가 나기는커녕 유동성 위기와 재정난 등을 초래해 모기업이 휘청거릴 우려도 제기되었다. 그래서인가? 최근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M&A에 나서기보다는 공급망 안정이나 재무 상황 등 자사의 내부 과제를 챙기는 데 경영의 우선순위를 두는 경향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3년 1월 들어 주식 시세가 오르고 있지만 불확실성은 남아있다. 주식 교환을 통한 기업 매각 움직임은 당분간 둔화될 거라는 입장이다.
앞으로 1년 동안의 거시 경제 상황은 M&A 시장의 회복력을 시험할 것 같다. 지정학적 긴장, 공급망 혼란,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과 관련된 나쁜 경제 뉴스는 M&A 열기를 약화시킬 것이다. 기업은 불경기의 불길한 위협을 감안해 수익이 비용 상승을 따라가지 못할 것을 우려하여 M&A와 투자에 보다 신중한 접근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높은 이자율은 거래 자금 조달을 더 비싸게 만든다. 기업의 현금 보유 경향이 인수 자금을 제한하고 있다. M&A 시장엔 언제쯤 온기가 돌까. 작년 말 전문가들은 올해 M&A 시장 회복이 3분기 이후에야 제 기능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화긴축에 따른 고금리가 기업의 구조조정을 촉발하면서 하반기 M&A가 급증할 것으로 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은 1.7%로 하향 조정되었다. 성장률 하락 같은 경기침체 조짐이 기업구조조정을 앞당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반기에 국내에서 조단위 대형 딜이 예상되는 이유이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와 몇 년 전에는 대기업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M&A가 많았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투자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사모펀드의 기업인수 기회가 많아질 전망이다. 2022년 성사됐던 딜 중 이연된 건들 외에는 가뭄이 지속되다 금리인상 기조가 완화 수순에 들어가면 차츰 회복될 거란 관측이다. 금리를 포함한 다양한 시장의 변수들이 예측 가능해지기 전까지는 거래가 활성화되기 어려울 거란 예측이다. 어려울 때 스타트업을 돕는 것이 벤처캐피털(VC)의 역할이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무인 자동화 등 기술 기업의 발굴은 계속될 것이다. 투자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비가 올 때 우산을 씌워주는 것처럼 해당 업체가 돈이 필요할 때 투자하는 것이 아닐까? 스타트업이 살아남으려면 수익 증명과 위기관리가 필수이다.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없으면 투자받기 어렵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벤처 투자 가뭄기에도 기술 기업은 투자 기회가 있다. 기술 기업은 오랜 R&D 때문에 수익을 바로 만들어내긴 어렵지만 M&A을 통한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M&A가 위대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