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024

M&A 거래정보망

국내 벤처·스타트업의 성장과 M&A 활성화 방안

정윤정 박사

국내 벤처·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M&A 활성화 방안을 살펴보기에 앞서 벤처·스타트업 성장 과정에서 M&A의 역할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벤처·스타트업에서 M&A 역할은 생태계 측면과 기업 전략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먼저, 생태계 측면에서 M&A는 회수의 주요 수단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창업과 성장, 성숙 과정을 거쳐온 기업들의 IPO나 M&A를 통해 초기 투자금액을 회수하게 된다. 이렇게 회수된 투자 자금은 다시 새로운 스타트업에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드는 연결고리의 역할을 한다. 회수 수단으로 M&A는 IPO가 가질 수 있는 변동성 등과 같은 위험이 비교적 낮고 거래되는 즉시 투자 회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기업 전략 측면에서 M&A는 기업의 성장과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 한정된 내부 자원을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논의된다. 구체적으로는 동일 업종 간 M&A를 통해 잠재적인 경쟁자를 제거하고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거나, 이종 업종 간 M&A를 통해 신규사업 진출, 사업 다각화 등의 수단 등의 역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최근 벤처·스타트업의 M&A 특징은 어떠할까? 기존 문헌들을 살펴보면 최근 M&A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먼저, 스타트업 간 M&A의 비중이 높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중견기업 중심이 아닌 스타트업 간 M&A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스타트업도 시장 경쟁력 향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M&A를 활용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두 번째 특징으로는 동종 산업 간이 아닌 이종 산업 간의 M&A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최근 기업들은 M&A를 활용해 사업다각화 및 신규사업 진출을 위한 성장의 기회로 활용하고자 하는 비중이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스타트업의 이종 업계 간 M&A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2023년 3월 발표된 비주얼 테크 기술 기반 기업인 포바이포가 e-스포츠 기업인 SBXG를 인수한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이 사례는 포바이포가 보유한 AI 기반 버추얼 기술을 게임 산업에 적용하며 사업영역을 확대하고자 하는 전략적인 목표하에 M&A가 추진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사례로, e-커머스 업체를 대상으로 SNS 기반 챗봇 서비스를 제공하는 루나소프트와 채팅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엠비아이솔루션 간의 합병으로 기존 패션, 뷰티 등 온라인 브랜드에서 공기업 등 일반 기업으로까지 산업 전반의 고객 응대 솔루션 시장을 확대하고자 하는 사례도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스타트업·중소기업 간 M&A는 AI 등 ICT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스타트업을 인수하여 기존 사업 영역에 신기술을 적용하고, 시장지배력을 높이고자 하는 대기업·중견기업 중심의 M&A 유형과는 차이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M&A는 벤처·스타트업 혁신과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M&A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OECD는 2021년 조사자료를 활용하며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출구 모델이 미흡하고 특히 한국의 VC 투자 회수 비중에서 M&A는 2%에 불과해 미국과 영국이 37% 수준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2023.7.31.). 실제로,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벤처투자 회수유형은 IPO가 45.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매각(37.3%), 상환(11.0%), 프로젝트(4.9%), 기타(1.8%) 순으로 나타나고 있어 IPO와 비교하여 매각 비중이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벤처투자시장 내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인 2023년 VC 트렌드 리포트에서도 향후 벤처투자 시장 발전을 위한 개선 기대 사항으로 IPO 및 M&A 등 회수시장 활성화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IPO를 포함한 M&A 등 회수시장 활성화에 대한 필요성과 기대감은 여전히 중요하게 강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벤처·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한 M&A 활성화를 위해 다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먼저 M&A를 스타트업 생태계 내에서 단순한 회수의 수단에 그치지 않고 산업 전반의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인수기업의 경우 M&A 추진에 대한 명확한 목적에 기반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가령, 피인수 기업이 보유한 기술적 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 개발이 M&A의 목적인지, 고객 및 시장 접근성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목적을 설정하고 자사가 보유한 역량과 피인수 기업이 보유한 역량 간의 시너지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피인수 기업의 경우 보유 역량 수준이 인수 성과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함에 따라 자사의 지식 수준과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음으로, 스타트업은 글로벌 협력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과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스타트업의 M&A 특징으로 새로운 사업 확대를 위한 전략적인 목적으로 하는 M&A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를 봤을 때,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으로 해외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강화된다면 국내 벤처·스타트업의 M&A 규모 확대 등에서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라 생각된다. 정부도 이러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해외 기술기업 인수를 위한 융자 확대 등 정책금융지원을 강화하고, 해외 시장조사 및 해외네트워크 연결을 위한 자문·컨설팅 지원을 발표한 바 있다. 국내 벤처·스타트업은 이러한 정부 지원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에 대해 유연하게 접근하고자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윤정 박사

  • -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정책컨설팅센터 부연구위원(현)
  • - 부산산업과학혁신원 선임연구원(전)
  • - 한국과학기술원 기술경영학과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