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좋은 기업가를 찾는 법

캡스톤파트너스
송은강 대표

1997년 미국 보스톤에 있는 삼성 합작 창투사에 파견되면서부터 저는 벤처캐피탈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보스톤에서 3년 정도 일을 하면서 벤처캐피탈에 입문하였고, 결국 지금까지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 가끔 지역에서 열리는 벤처캐피탈리스트 모임에 나가곤 했습니다. 한 번은 클라이너퍼킨스의 존 도어가 초대연사로 와서 강연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존 도어 OKR”(원제목은 Measure What Matters: OKRs)이라는 책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는 존 도어는 그 당시에는 가장 유명한 미국의 벤처캐피탈리스트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강연에서 존 도어는 본인의 인터뷰를 엮은 Financier라는 책을 인용하며 벤처투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첫째도 팀이고, 둘째도 팀이고, 셋째도 팀이라고 역설했습니다. 그때 표면적으로만 받아들였던 이 말의 뜻을, 23년 벤처투자자 일을 하면서 크게 실감하고 있습니다. 캡스톤파트너스의 투자 원칙은 좋은 기업가를 발굴하여 자본과 네트워크로 후원하는 것입니다.

좋은 기업가란, 휴맥스 변대규 회장님께서 정의하셨듯이, “기업의 존재 목적이 생산성 향상과 기업가적 혁신을 통해 부를 창출해 내는 것이라면, 기업 밖을 바라보고 세상의 변화를 인지해서 기회를 발견하고 이를 혁신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좋은 경영자는 기업 안을 바라보고 일, 사람의 생산성을 높이고 구성원의 성장, 성취를 이끌어 내는 사람을 말한다고 합니다. 기업의 성장과정에서 대표의 역할은“기업가”,“경영자 ”, “기업가적 경영자”순으로 발전해 갑니다. 스타트업 투자에 있어서, 좋은 기업가는 그 어느 좋은 기술자보다도 훨씬 중요하고 희소한 자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기술을 가진 좋은 기업가라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어떻게 좋은 기업가를 구별할 수 있을까요 ? 저는 오랜 시간에 걸쳐 창업자를 관찰한다면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발견한 기회를 같이 들여다보면서, 시장 즉 세상의 변화를 인식하고 동감하며 혁신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살펴보며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죠. 또한 창업자가 팀원을 선발하고, 함께 일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관찰한 기간만큼 좋은 기업가를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오래 지켜보기 어려운 것이 투자 현실입니다. 제가 본격적인 초기 투자를 시작한 2012년 즈음에는 조금 더 오랜 기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만, 요즘은 오래 지켜보다가는 다른 기관이 먼저 투자하게 되어 저희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 같아 나름 단기간에 좋은 기업가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창업자의 특징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세상의 변화나 시장의 흐름, 소비자의 변화 등을 핵심적으로 잘 짚고, 이에 따라 순발력 있게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시장의 반응을 포착하는 린스타트업 모델을 지향하는 창업자입니다. 벤처투자 업계에 입문 후 투자의 기본은 투자 대상이 엑시트가 가능할 정도로 스케일업이 가능한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저희가 투자한 김동신 대표의 센드버드가 미국 진출 후 진행한 세콰이어캐피탈 투자유치 프레젠테이션 에서“유니콘이 될 수 있냐?”는 질문에 확답을 주지 못해 투자를 거절당했다고 들었습니다. 이 질문을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상황으로 바꾸어 보면“회사 가치가 최소한 1,000억에 도달이 가능할까?”정도일 것입니다.

20년의 투자 경험을 통해, 저는 투자 결정 시“유니콘이 될 수 있을까?”혹은“회사 가치 1,000억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보다, 아주 작은 문제라도 그것을 제대로 푸는 팀일까 라는 의문을 먼저 던집니다. 작은 문제를 잘 푸는 팀들이 후에 더 큰 문제도 잘 해결하여 크게 성장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초기에 스케일업 가능성에만 집중했다면, 당근마켓과 같은 곳에 초기 투자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두번째는, 최소 둘 이상의 창업자들을 포함해서 초기 구성원들의 역할 분담이 잘 되는 스타트업을 선호합니다. 기획자와 개발자가 모여 창업을 하거나 또는 영업을 잘하는 사람과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함께 창업하는 것이죠. 투자를 받으면 고액의 연봉으로 인재를 모시고 오겠다고 하는 말을 스타트업 대표들로부터 자주 듣습니다. 이 말이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보다도 사업의 미래를 보고 연봉은 감수하고 같이 일할 사람들이 많이 있는 팀이 더 건강한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팀워크가 좋은 경우 회사의 재무제표에 보이는 성과와 관계없이 좋은 엑시트를 한 사례도 다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1년 이상을 지켜보고 투자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또한 과거 창업에서 오랫동안 지켜보았던 창업자에 투자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 중 일부는 폐업한 경우도 있고 아직 성공의 결실이 나오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성적이 좋습니다. 또한 회사를 폐업하더라도 그들이 최선을 다했다는 것에서 투자 후 복기 시에도 투자를 후회하지 않습니다.

캡스톤 파트너스는 작년에 31개 기업에 253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이 중 신규투자가 25건, 후속투자가 6건으로 2020년 작년에 상대적으로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가 많았습니다. 또한 하드웨어 4건, 인공지능 4건, 바이오테크 5건, 헬스케어 4건, 모빌리티 4 건, 커뮤니티 /라이프스타일 3건 , 이커머스/쇼핑 3건 등 다양한 유망 분야에 투자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기업가를 구별하는 법을 순전히 제 기준과 경험으로 말씀드렸습니다. 투자라고 하는 것이 주관의 영역이 훨씬 크다고 생각하고 저와 저희 회사의 판단을 믿고 펀드에 출자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미 엔젤투자를 하셨거나 계획 중인 회사 중 좋은 기업가가 있다고 판단되고 후속투자가 필요하거나 투자금을 더욱 필요로 한다면 저희 캡스톤파트너스에 서슴없이 연결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