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말’이 아닌 ‘기수’를 확인하라

국민대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
이우진 부원장

2015년 A.I. 엔젤클럽을 현 클럽회장님 그리고 지금까지도 함께 하고 있는 클럽 멤버들과 시작하여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난 5년 간 34명의 회원들과 함께 36개의 기업에 매칭펀드를 포함하여 130억원을 투자하고 640억원의 후속투자를 유치하여 제법 실적이 좋은 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성과의 공로는 단연 시간과 열정을 쏟고 있는 회장님과 운영임원님들의 몫입니다.

저는 운 좋게도 이렇게 훌륭한 엔젤클럽을 만난 덕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또 함께 투자를 하면서 그동안 엔젤투자에 대한 다양한 경험들을 쌓아갈 수 있었습니다. 투자가 이루어지기 직전까지 가서 무산되는 일, 미리 계획하지 않던 투자를 하게 되는 일, 열심히 성장을 위해 노력하던 스타트업이 아쉽게도 사업을 중단하는 일, 고군분투하던 스타트업이 마침내 성장을 시작하는 일 등 아직도 모든 일들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그런데 가끔 기관의 투자자들과의 의견차이도 경험합니다. 기관은 개인주주가 너무 많아지는 것을 꺼려하여 투자를 결심한 우리 엔젤들은 돌아서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경우 개인투자조합을 통해 투자를 하는 등 기술적으로 방법을 찾아 가운데서 난처해하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들의 입장을 불편하지 않게 해드리는 부분도 신경써야 할 일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클럽은 개인투자조합을 벌써 7개나 결성하여 투자를 진행하는 경험을 계속 축적하여 가고 있고, 저도 개인적으로도 지인들과 개인투자조합을 만들어 투자를 집행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제 주변에서도 개인투자조합이나 액셀러레이터를 시작하신 분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우리 사회에 엔젤투자에 대한 경험이 점차 축적되어가고 있음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이렇게 엔젤투자를 경험해오면서 어떻게 투자를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은 머릿속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엔젤투자자 분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늘 결론 내려지는 것이 ‘창업자’를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술이나 노하우를 축적하고 관리하는 주체로써 인적자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타미 히로유키 교수의 말처럼, 결국엔 창업자가 모든 것을 바꾸어 갈 테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의 현재 사업에 집중하게 되어 투자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업은 눈에 바로 보이고, 창업자가 어떤지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또한, 지금의 이 사업은 창업자가 만들어 온 것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현시점에서의 사업만 보게 되는 경우에는 창업자가 만들어 갈 사업의 잠재적 가치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다시 되돌아가 창업자를 보는 일이 필요하게 느껴집니다.

최근 엔젤투자에 대해 공부를 하기 위해서 뉴욕엔젤스의 설립자인 데이비드 로즈가 집필한 ‘엔젤투자(Angel Investing)’ 책을 지인들과 번역하며 다시금 깨닫게 해 준 구절이 있었습니다. 바로 ‘말이 아닌 기수에게 걸어라’라는 구절입니다. 스타트업 투자에서는 투자분석이 과학보다는 예술이며, 미래의 스타를 식별하는 단서를 찾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문성을 가진 엔젤투자자들은 말이 아닌 기수에게 베팅하라는 격언을 지키려 한다는 것입니다. 자질이 훌륭한 창업가가 평범한 아이디어로 뛰어난 성공을 거두는 사례는 많지만, 자질이 부족한 창업가가 탁월한 아이디어로 큰 성공을 이뤄낸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자질’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고 여러 종류의 자질이 있겠지만, 저는 ‘열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밤을 지새고 고민하며 관심을 갖고 끈질기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이루려 하는 사람은 말과 행동, 그리고 가끔은 요란한 모습과 함께, 또 가끔은 스스로의 내면화로 나타납니다. 그 열정이 어떻게 표출되던 간에 제가 그 열정을 느낄 수 있는가에 대한 자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열정이 있는 창업가는 필요에 따라 사업 아이디어를 개선하고 재조정 하며 나아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려움을 겪을 때 모든 것을 멈출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창업은 돈과 아이디어가 없으면 안되지만, 돈과 아이디어만 있어도 안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창업가에게 ‘뛰는 가슴’이 있는가가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창업가에게만 이 어려운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지난 우리 엔젤클럽이 ‘뛰는 가슴’을 가지고 엔젤투자자를 하며 경험을 누적해 온 것처럼, 우리의 뛰는 가슴을 창업가들에게도 보여주며 함께 성장해 나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