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초기 기업은 유망한 기술이나 사업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여도 기업을 성장시키고 정상적인 궤도에 올라가는 곳까지 소요되는 비용은 예상 외로 큰 반면, 정보의 비대칭성과 높은 사업위험 때문에 외부 투자자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조달받기는 쉽지 않다.
벤처기업 등은 기술사업화 추진 시 사업화 전문역량 부족에 따른 역량 갭(Gap), 투자자와 기업 간의 정보 비대칭성에 따른 기술금융 갭 뿐만 아니라 정책 갭, 규제 갭 등이 주된 애로사항으로 나타난다.
창업기업이 창업자 자신의 자금을 소진한 후 벤처캐피털 투자를 유치하기까지 자금조달이 중단되거나 어려워지는 상황인 에쿼티 갭(Equity gap) 상태에서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자금을 제공하는 엔젤투자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해진다.
창업기업은 성장단계별로 위험수준이 변하기 때문에 외부자금의 공급자가 달라지며, 엔젤투자자는 신생기업 단계 및 성장초기 단계의 기업에 주로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창업기업이 매출도 이익도 발생하지 않으나 시제품이 만들어지는 신생기업 단계(Start-up)에서 발아단계(Seed)의 자금 공급원 외에 엔젤투자자나 창업 초기기업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벤처캐피털(엑셀러레이터, 팁스운영사, VC 등)가 투자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엔젤투자자는 투자한 기업의 경영, 기술개발 및 기업의 인수합병 등에 관한 조언 등 종합적인 지원을 하면서 벤처기업 등의 성장에 기여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창업초기 기업의 경영을 위해서는 자금, 기술개발, 마케팅, 생산, 구매, 경영전략, 인력 관리, 법률, 회계 등 다양한 요소가 필요한데, 대부분의 창업자는 기술개발에는 강점이 있지만 나머지 부분은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도엔젤(Lead Angel) 유형에 속하는 엔젤투자자는 풍부한 자금, 경영 경험 및 기술평가 능력 등을 보유하고 있어 비상근 이사로 기업의 경영에 직접 참여하기도 하고, 지원엔젤(Support Angel) 유형에 속하는 엔젤투자자는 자금을 투자하기도 하지만, 교수, 변호사, 회계사, 컨설턴트 등의 전문직 종사자로서 주로 전문지식을 갖고 창업자를 지원한다.
엔젤투자자가 투자하는 동기는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한 동기 뿐만 아니라 비경제적 동기(사회적으로 유익한 제품의 생산, 투자기업의 구성원이 되었다는 즐거움, 지역 일자리의 창출, 유능한 투자자들과의 상호교류, 지지하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에 투자, 투자 자체에서 흥미로움을 느낌 등)도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투자대상 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수익율 외에 창업자에 관한 사항(열정, 신뢰도, 전문역량, 수용성)등을 투자기준으로 사용한다. 블루오션투자자협회의 멤버들도 비슷한 동기를 가진 분들이 다수 존재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변해가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물가상승, 금리인상 등의 인플레이션 발생하고 있는 세계적인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에서 정부가 주도하던 모태펀드 기반의 투자생태계가 출자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정책자금을 주축으로 투자재원을 마련하는 벤처캐피탈의 자금조달이 제한될 것으로 예측되어 앤젤투자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10년에 걸쳐 40여개의 창업기업에 엔젤투자를 진행해오면서 느낀 점은 엔젤투자자의 역량과 창업자의 마인드가 창업기업이 성공하는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엔젤투자자는 창업기업의 초기단계에서 창업자가 부족한 부분의 기술개발, 경영전략, 인력관리 등의 노하우를 적절한 시기에 맞춰 조언하고, 창업자는 이러한 조언들을 잔소리로 듣는 것이 아닌 본인의 기업에 맞춰 소화하여 적용하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즉, 엔젤투자자의 전문역량과 창업자의 마인드가 합이 맞아야 한다는 점이 중요해진다. 그러므로, 창업자는 운영자금이 급하다고 자금만을 위한 엔젤투자자를 찾는 것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으며, 전문역량을 가진 엔젤투자자를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반면에 엔젤투자가 성공하기 위해선 엔젤투자자 본인도 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역량을 가지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여야 한다. 엔젤투자에 대한 수익률 분석 자료에 의하면 엔젤투자 경험이 많고 전문역량(지식수준)이 높은 엔젤투자자들의 수익율이 일반투자자보다 높다고 나와있으며,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다수의 엔젤투자자들이 모여 있는 블루오션투자자협회에서 보면 ‘너무 긴 투자회수 기간’, '높은 투자 리스크', '엔젤투자 자금 부족', '후속투자유치 어려움', '엔젤투자 관련 지식 부족(투자기업 검토, 딜소싱(deal sourcing) 등)', '정보 비대청성' 등이 애로사항으로 나왔으며, 투자 경험 적은 엔젤투자자들은 ‘높은 투자 리스크’가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얘기하고 있다. 엔젤투자 자금 확보 방식은 ‘여유자금’(급여, 현금 흐름)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타인자금(조합출자 활용)과 엔젤투자 목적 융자금 등을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기반으로 엔젤투자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알 수 있다.
첫째, 다수의 엔젤투자자들이 본인의 소득을 통해 얻은 자금 중 일부를 투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피같은 자금을 높은 리스크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현 상황에 정부의 지원은 더욱 축소(매칭펀드 종료, 소득공제 연도지정, 소득공제액 제한 등)되고 있어 타인에게 엔젤투자를 권하기 어려운 안타까운 환경이 되어가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소득공제 외에 엔젤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정부지원 제도의 개선이 요구된다.
둘째, 엔젤투자를 받은 피투자기업은 동일한 자금규모의 투자를 받는 데에도 불구하고, 팁스운영사나 벤처캐피탈에서 투자받았을 경우와 달리 정부지원(팁스R&D 등) 혜택이 적다는 점이 피투자기업 입장에서는 엔젤투자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엔젤투자를 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정부지원 제도의 개선이 요구된다. 엔젤투자자가 피투자기업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모두 팁스운영사를 만들 수는 없다.
셋째, 피투자기업의 창업자들도 엔젤투자자들이 높은 투자리스크를 안고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엔젤투자자가 파트너라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엔젤투자이긴 하지만 타인의 자금을 받았다는 점에서는 투자금에 대한 의무감을 가지고, 투자자들에게 기업성장과 관련된 중요 결정들을 협의하는 최소한의 예의를 가져야 한다. 제 경험상 엑싯에 성공한 창업자들은 엔젤투자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배려심을 가지고 있었다.
넷째, 엔젤투자자 본인의 전문역량을 강화시키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피투자기업의 성장에 자금 외에 도움을 주기 위해선 해당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전문지식이나 인적 네트워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전술하였듯이 투자경험이 많고 전문역량(지식수준)이 높은 엔젤투자자 일수록 수익률이 높다는 통계가 이를 증명하고 있으므로 엔젤투자자 본인도 전문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다섯째, 엔젤투자자의 애로사항 중 '정보비대칭'와 '후속투자유치 어려움'이 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엔젤투자자들을 위한 자발적인 커뮤니티 및 네트워킹 활동이 매우 활성화되어야 한다. 블루오션투자자협회도 이런 필요성으로 만들어졌고, 최근에는 엔젤투자 성공경험을 가진 전문역량을 가진 엔젤투자자 네트워크 구성을 위한 추가적인 활동들도 준비 중에 있다. 반면에, 엔젤투자에 관심이 있는 신입 엔젤투자자들은 이런 커뮤니티를 찾아 적극적인 네트워킹 활동이 요구된다.
여섯째, 엔젤투자자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나온 ‘너무 긴 투자회수 기간’과 '높은 투자 리스크'인데, 이러한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보통주, RCPS와 같은 투자계약과 M&A나 IPO를 통한 엑싯 방법 등의 획일화된 방식이 아닌 다양한 투자방식 및 회수방안들을 계약서 및 사례들을 통해 엔젤투자자와 창업자 모두에게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투자 및 회수 방안에 따라 엔젤투자가 결정되는 상황들이 최근에는 다수 이루어지고 있어 한국엔젤투자협회 등의 교육내용 중 이러한 것들을 고려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국내의 엔젤투자 생태계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엔젤투자자 역량강화와 창업자의 마인드, 정부지원 제도의 개선 등이 같이 이루어지는게 중요하며, 중소벤처기업부, 한국벤처투자, 한국엔젤투자협회 등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