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엔젤투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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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 vol.31 October

기고문

기고문

한국광기술원 책임연구원 ㅣ 주재영

기업가 정신의 벨을
팔도강산 온 사방에 울려라!

주재영

경영대학원 시절 시대정신을 이끌어 온 수많은 그루들의 이야기와 이야기를 읽으면서 주변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을 운영하시던, 기업인들의 가치관과 그분들의 경영이념이 위대한 그루들의 자세와 마음가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하였다. 그분들이 어떻게 기업을 시작했으며, 힘들 때마다 고비를 넘기게 해주던 은인들과 도움 그리고 그분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보면서, “아! 기업가 정신이란 우리 주변에 널리 퍼져있구나”하는 생각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직장동료의 이사로 이삿짐을 옮겨주다가 줄자가 필요해서 동네 편의점에 들르게 되었는데, 줄자의 위치를 몰라 점장분에게 물어보니, 자세히 안내해주셨는데, 특이하게 줄자 옆에 초코바를 진열해 놓으셨다. 내가 궁금해서 그분께 왜 줄자 옆에 초코바를 진열해 두셨습니까? 물으니 그분이, “ 이 동네는 자주 이사가 많아서 젊은 분들이 이사하다가 줄자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끼니를 거르고 하는 경우가 많아서, 제가 일부러 줄자 옆에다가 초코바를 둔 겁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3~5분 사이에 충분히 그걸 먹고 활력을 찾을 수 있어서요.”라는 말을 건네시는데 망치로 뒤통수를 두들겨 맞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작은 가게를 운영해도, 주요 고객층들의 기호와 바람을 이해하고, 필요에 맞는 서비스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업규모와 관계없는 기업가 정신을 바라보고 감탄한 기억이 나다. 또 한번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중국에서 사업을 하시는 여성 기업가를 만나서 조직관리와 인사 관련 이야기를 나눌 때, 관련 단어를 모를 뿐이지 책에서 배운 인사 관련 방법론들을 그대로 쓰고 계시는 분을 만나서, 또 한 번 기업가 정신에 배움의 높고 낮음이 없다는 것을 가슴 깊이 깨달았다.

내가 겪은 기업가들은 사회와 고객이 불편해하거나, 어려워하는 문제점을 자신의 문제처럼 여기고 그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데서 출발해서, 불투명한 고객의 문제를 명확히 하고 낮은 가격에 그 문제를 해서 고객에 대한 만족을 최대화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분들이 많다. 친환경, 인공지능, 데이터분석, 지역문제 해결, ESG, 자율주행 등 다양한 수식어들로 우리는 높은 성장성이 있는 유니콘기업을 찾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과 같은 좁은 시장을 가지는 곳에서 초기에서부터 국내 글로벌기업들과 같이 글로벌 가치사슬화를 통한 사업경쟁력을 가지는 기업들을 제외한다면, 이러한 유니콘기업의 탄생과 튼튼한 성장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해당 가치사슬에서 십여 년간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가진 기업이어서 시작부터 주변 지인과 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전략적 투자를 받고 진행하는 경우가 상당수이다.

고금리, 고유가의 물가 상승과 부채상환의 고통에 허덕이는 대다수의 우리 창업기업은 가진 것은 없고 작지만, 고객의 문제에 충실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성실한 낙타들이다. 드넓은 열사의 사막에서 몇 사람 안 되는 고객들을 그들이 원하는 목적지로 안전하게 보내드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들에게 엔젤 투자란,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꿈만 같고, 신기루 같지만, 그 희망을 벌릴 수는 없고, 그러나 그것만 꿈꾸고는 갈 수는 없는….

그러기에 이러한 지역 창업기업들에게 엔젤 투자는 사막에 오아시스이며,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이다. 그 투자로 이 가뭄을 해갈할 수는 없지만, 이 위기는 넘길 수 있는 소중한 보물이다.

대부분의 대형 투자자본들이 성장성이 높은 수많은 유니콘들을 찾아 헤매고 있을 때, 고객의 작은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지면서 그것을 수익이 되는 비지니스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역 창업기업들을 바라보면, 가끔은 차라리 포기하라는 말을 건네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러나, 그 어려운 고개들을 넘고 넘어, 드디어 고정고객과 수익성이 긷든 사업으로 만들어 내는 몇몇 기업가와 그 직원들을 보면서, 그 힘든 시절 내가 그런 이야기를 했더라면, 어쩔 뻔했나 하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대한민국에 패기 넘치는 젊은 가슴을 가진 기업가들이 자생할 수 있는 기업이 되기까지, 같이 그 긴 여정을 뛰어줄 파트너 엔젤투자자를 만나기를 바란다. 또한 지역에서 엔젤 투자를 궁금해하고, 고민하는 건강한 뛰는 심장을 가진 젊은 투자자들이 같이 그 여정에 동참해 값진 땀에서 오는 값진 성과에 대한 보상을 느낄 기회를 만들기를 바란다.

엔젤 투자를 마치 고수익을 보장받는 은행 적금 같은 생각으로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해보고 싶지만 나보다 열심히 뛰어줄 기업가와 직원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는 값진 기회로 삼는 그런 엔젤투자자가 활성화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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