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양한 지역성과 오랜 사업 경력을 지닌 사람이다. 부산에서 태어나서, 경북 고령이 고향이신 부친과 대구 달성군이 고향이신 모친의 영향을 받아 부산과 경북의 특성을 모두 익히며 자랐다. 거기에다 나이 들어서는 대구에서 공부를 하고, 신혼생활과 직장 생활을 대구에서 7년 동안을 보냈다. 이후 다시 경남 김해에서 열경화성 플라스틱 재활용사업을 하면서 항공기 도장 제거용 미디어를 개발하고, 유기화합물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항공기 도장 제거 공법을 세계 9번째 국산화에 성공하였다. 기술 기반의 중소벤처기업을 운영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힘든 길임은 그때 깨달게 되었다.
이런 사업적 경험과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라남도로 가서 전투기 창정비와 경항공기 완성체 사업을 시도하다 크게 망하게 되었다. 이후 나의 삶은 신용 회복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되었다. 그렇게 젊은 날을 다 보내고 나니 어느 듯 50이 넘은 중년이 되어 있었다. 이렇게 살다가는 생의 의미를 만들지 못하겠다는 자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업을 접고 매일 도서관을 들러 방대한 양의 도서를 탐독하기 시작했다. 나를 잊고 온전히 책 속에서 몇 년을 살았다.
그런 내게 전남테크노파크의 L팀장이 제안을 하나 하였다. 전라남도의 미래 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엔젤투자자 양성을 위해 전남엔젤투자 클럽을 만들었는데.... 1년이 지났는데도 활성화가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사업도 오랫동안 하셨고, 투자도 유치해 본 경험이 있으시니 이 클럽을 맡아서 키워주실 수 없는지 부탁을 하였다. 심사숙고 끝에 흔쾌히 맡기로 하였다.
내가 클럽을 맡고 처음으로 한 일은 가성 회원들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백여 명이나 되는 회원 중에 진성 회원은 딱 2명 있었다. 그래서 모두 공문을 보내 강제로 탈퇴시켰다. 그리고 그동안의 인맥을 통해 한 명, 두 명 점차 회원 수를 늘리면서 엔젤투자가 무엇인지 나부터 먼저 공부를 하였다. 그때부터 적격엔젤투자자 수료를 시작으로 2년 뒤에는 전문개인투자자 수료도 마치고 마침내 전문개인투자자 자격까지 받게 되었다. 이로써 나는 전남지역의 유일한 전문개인투자자가 되면서 지역의 핵인싸로 떠오르게 되었다.
당연히 우리 클럽도 진성 회원만 20명이 넘는 단체로 성장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클럽 회원들을 의도적으로 기관의 팀장급, 전문직(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등), 금융권 지점장 이상급 등으로 구성을 하였다. 그리고 클럽 가입비를 가입비 납부 대신에 1년 이내에 엔젤투자 3천만 원 이상을 하는 조건을 달았다. 엔젤투자에 관심이 있는 회원 후보들은 흔쾌히 동의하였다. 이렇게 우리 클럽은 점차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고 나는 또 한 번 도약을 시도하였다.
단순히 엔젤투자자들의 모임만으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한계에 봉착되었던 것이다. 스타트업 기업들의 진정한 협력자가 되기 위한 일을 하는데 친목단체가 아닌 법인 형태의 사업체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클럽 멤버들에게 뜻을 공유하고 참여할 분들을 모으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전라남도와 광주전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에 방문하여 협조를 요청하였다. 그렇게 만든 것이 비영리법인인 ‘(사)지역창업고용진흥협회’, ‘(사)전남벤처포럼’이다.
그렇게 8년이 흘렀다. 그동안 전남엔젤투자클럽의 회원들도 많은 발전을 하였다. 단순한 엔젤투자자에서 전문개인투자자가 되었고, 창업기획자 (AC)가 되었고, 마이크로VC 대표가 되었으며, 비영리법인의 이사장이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키우는 관계가 되었던 것이다.
내가 이 지역을 위해 한 일들을 정부 및 지자체가 알아주기 시작하였고, 2019년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개인), 2021년 전라남도 도지사상, 광양시장상, 2023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단체) 등을 다수 수상하게 되었다.
나의 엔젤투자 방식은 단순히 수익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지역의 스타트업들이 발전할 수 있는 브릿지 역할을 하고 싶을 뿐이다. 수익은 후일 최소한 7년에서 최장 10년 이상이 소요된 이후 저절로 발생될 것을 믿기 때문이다. 그것이 나의 투자 방식이다.
뚜벅뚜벅 묵묵히 내가 가야 할 길을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나의 길은 완성될 것이기 때문에 두려워하거나 회피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만의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r)’를 실현하기 위한 길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