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엔젤투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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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 vol.34 July

기고문

기고문

성균관대 글로벌리더학부 부교수 ㅣ 김상태

샌디에고 지역
엔젤 그룹의 성장 (2부)

김상태

초기에 지역 엔젤그룹이 맞닥뜨린 장애물 중 하나는 생명과학 분야에 투자를 어떻게 본격화할 것인가였습니다. 지역에서 좋은 생명과학 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 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엔젤투자자들 대부분이 IT 등 첨단기술 분야에 몸담아 와서 생명과학 분야의 사업계획과 관련된 위험성을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추고 있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당시 TCA 부회장을 맡고 있었던 한 인사는 이 상황을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과거 생명과학 분야 투자 요청이 들어왔을 때, 엔젤투자자 대부분이 첨단기술 분야 경험만을 가지고 있어서 생명과학이나 기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심사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기술 분야와 생명과학 분야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점이 존재했습니다." 기술 기반 사업이 덜 모호하고 투자 회수 기간이 비교적 짧은 반면, 생명 관련 제품의 개발은 훨씬 더 복잡하고 더 오랜 기간이 소요되었고, 따라서 투자를 꺼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몇몇 회원들이 생명과학 분야 초기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됩니다. 두 갈래로 나아가게 되는데 하나는 생명과학 분야 전문가들을 신규 회원으로 찾아서 영입합니다. 두 번째는 이렇게 영입된 회원들과 생명과학 투자에 관심이 깊었던 기존 회원들이 투자 플랫폼을 만들고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이들은 다양한 분야의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생명과학 사업 관련 쟁점을 논의·실사하는 사전 심사 미팅(pre-screening meetings)을 도입하였습니다. 회원들에게 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교육을 위해 관련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강의와 세미나를 이어갔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생명과학 분야 투자에 관심을 가진 회원으로 구성된 ‘바이오메드 트랙’(BioMed Track)팀을 중심으로 생명과학 분야 사업 계획을 심사하기 위한 전문지식과 실행방법을 점차적으로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을 주도했던 한 인사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많은 질문을 하였고,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제안된 투자 요건 건에 대해서 평가하고 분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생명과학 투자 건에 대해 평가하고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른 회원들의 관심도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첨단기술 분야 회원들 중 몇몇은 생명과학 투자 건의 사전심사에 참여하곤 했습니다. 이들은 이 분야에 대해 스스로 배우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약 2-3년 동안, 우리 회원 중 약 3분의 1이 생명과학 분야에 전문성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이 분야 과학과 사업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추지 못했지만, 상호 논의를 통해 투자 건의 심사에 참여할 수 있는 회원들도 상당한 수가 되었습니다.”

생명과학 분야 엔젤투자를 확산하기 위해서 ‘바이오메드 트랙’ 팀을 중심으로 일련의 절차를 만들게 됩니다. 엔젤투자 요청이 들어오게 되면 ‘바이오메드 트랙’ 팀의 몇몇 회원들이 별도 팀을 구성하고, 이들이 창업가와 미팅을 하면서 제안서를 검토하는 사전심사 과정을 거칩니다. 창업가가 사전심사를 통과하면 ‘바이오메드 트랙’ 팀 전체에게 사업계획을 설명하는 본격 심사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이 단계를 성공적으로 통과하게 되면 실사(due diligence)를 받게 됩니다. 새롭게 구성된 실사팀은 투자 성공 가능성을 합리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현장조사뿐만 아니라 창업기업을 분석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외부 전문가들을 찾아내서 이들과 논의를 합니다. 이 과정이 끝나면 매월 열리는 지역 엔젤그룹 만찬모임에서 실사 책임자가 전체 회원들에게 기업을 소개하고, 이후 오렌지 카운티 등에 위치한 네 개 지역 네트워크에서도 이 기업을 소개합니다. 소위 신디케이션 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아래의 표로 정리해보았습니다.

표

잠깐 언급한 신디케이션(syndication)은 엔젤투자의 장애물을 넘어설 수 있는 또다른 방법입니다. 샌디에고 엔젤그룹이 TCA에 가입하면서 지역 네트워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유도 공동투자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엔젤 캐피탈 협회(Angel Capital Association, ACA)와 같이 지역 엔젤그룹을 묶어내는 조직이 있습니다. 엔젤투자에 관련된 교육도 진행하고 정책옹호 활동도 수행하지만, 지역에서 발굴한 유망한 창업기업에 대한 신디케이션을 위한 장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역 엔젤그룹 간 공동투자 건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엔젤 신디케이션 네트워크(Angel Syndication Network, ASN)에 50개 이상 지역 엔젤그룹이 가입하여 유망한 투자 건에 관해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고 공동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실제 TCA의 경우도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모든 투자가 남부 캘리포니아에 이루어졌지만, 최근에는 절반 정도가 뉴욕과 같은 타지역 창업기업에게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신디케이션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샌디에고 엔젤그룹이 TCA에서 갈라져 나오기 전인 2021년의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 건수와 금액에서 약 40%가 생명과학 분야 기업에게 돌아갔습니다. 1997년 시작된 이후 연평균 투자 수익율은 26%라고 합니다. 한가지 더 주목해야 할 사항은 투자기업 중 기업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502개 중에서 280여 기업에서 엔젤 투자자들이 멘토로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짧은 글이었지만 여기에서 몇가지 시사점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지역 엔젤그룹이 성장하고 지역 창업활동에 적극 참여하기 위해서는 지역 창업 생태계에 녹아들어야 합니다. 샌디에고의 경우 초창기 커넥트에서 운영했던 스프링보드가 그 기반이 되었습니다. 지역의 창업 중개 기관들과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지역의 산업에 특화된 투자 플랫폼을 구축하고 필요한 노하우를 쌓아가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전문가를 영입하고, 실사에 필요한 비용도 지원할 수 있을 겁니다. 지역의 엔젤그룹마다 지역 창업생태계의 특성에 맞는 고유한 역량을 쌓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역 그룹을 넘어서 광역권 차원에서, 전국 차원에서 네트워킹을 구축하고 신디케이션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지역에서 발굴한 유망한 창업기업이 전국의 엔젤로부터 투자받을 수 있는 길을 터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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