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교육연수원 하영자 교수
항일독립운동 역사탐방01

과거를 모르고 현재를 말할 수 있을까?
역사를 모르고 미래를 그릴 수 있을까?

러시아 항일독립운동 역사탐방 동안 가슴 속에서 계속 출렁이며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질문들이었다.

시도교육청 서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관리자과정은 중앙교육연수원에서 운영하는 장기과정으로 10개월 동안 의미있고 재미있는 다양한 교육이 운영되고 있다. 그 중 매년 이루어지고 있는 중요한 교육과정 중 하나가 항일독립운동 역사탐방이다. 그동안 항일독립운동 역사탐방은 백두산을 포함한 중국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나 올해는 러시아로 그 행로를 바꾸었다.
 
러시아 여행하면 떠올리는 일반적인 도시들과 달리 우리 조상들의 삶과 숨이 살아있는 하바롭스크, 우수리스크, 블라디보스톡, 사할린까지의 여정이 우리의 일정이다. 그래서. . . 어쩌면 이런 기회가 아니고는 쉽게 가볼 수 없는 지역으로의 출장인지라 가슴 설레는 기대감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러시아의 행정·경제·교통의 중심지이며 극동지방 최대의 도시인 하바롭스크에 도착하여 야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동이 틀 무렵 우수리스크에 도착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블라디보스톡을 시발점으로 하여 모스크바까지 9,288km를 달리는 열차이다. 다소 불편하지만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횡단열차의 전 코스를 언젠가 한 번은 꼭 경험하고 싶다.

우수리스크에서 이상설 유허비의 참배를 시작으로 최재형 선생 거주지, 고려인 문화센터를 거치면서 본격적인 항일독립운동 역사탐방이 시작되었다. 자신과 가족의 편안한 삶을 버리고 국가를 위해 희생한 많은 분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음을 새삼 느낀다. 고려인 문화센터에서는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되었던 고려인의 역사를 보면서 연수생들과 아리랑을 함께 불렀다. 우수리스크는 연해주를 중심으로 펼쳐졌던 독립운동의 중심적 역할을 했던 곳이다. 연해주는 1800년대 중반 굶주림과 억압을 피해 이주한 고려인들이 근면함과 강인함으로 불모의 땅을 개척했고 을사늑약 이후 독립운동가들의 망명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던 1937년 어느 날 수많은 고려인들은 이유도 모른 채 열차에 올라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되었고 그 과정에서 굶주림과 추위로 죽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려인들은 척박한 중앙아시아에 벼농사를 도입하고 집단농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였으며 스탈린 사후 거주이전의 자유를 찾고 사회 각계 각층으로 진출했다.

우수리스크를 떠나 우리가 찾은 곳은 동방을 정복하라는 의미를 가진 부동항 블라디보스톡이다. 이 도시는 러시아의 태평양 진출을 위한 최대 항구도시 겸 군항으로 상당히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신한촌 항일독립운동 기념비와 블라디보스톡 한국교육원을 방문하면서 우리의 역사를 찾고 대한민국을 알리기 위한 노력이 쉼없이 계속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신한촌은 연해주에 한인들의 이주가 시작되면서 블라디보스톡에 최초로 형성된 거주지역으로 독립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마지막 여정은 우리 조상들의 한이 그대로 서려있는 사할린이다. 힘이 없었던 국가의 국민으로 피해자였던 사할린 한인들은 국적도 가지지 못한 채 가까운 지역이동의 자유마저 없었고 취업도 제한받았다. 이러한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한인들은 자식들을 교육시켰으며 성실함과 의지로 사회적 신뢰를 받았다. 그 결과 한인 2세들이 사회의 주요 요직에까지 상당 진출해 있음을 보면서 가슴 뭉클하고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감에 모였으나 일본인만 태우고 떠나는 배를 보고만 있어야 했던 코르사코프 망향의 언덕과 광복 직후 27명이 집단학살 당했던 한인학살 위령비 앞에서는 가슴이 무너지는 듯 했다. 나라가 힘이 없을 때 국민들이 안고 가야 했던 희생과 지울 수 없는 슬픔들!
항일독립운동 역사탐방02
 
어쩌면 조금은 무심히 지나갔던 그리고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던 사건들이 역사의 현장에 직접 와서 보고 들으니 가슴이 더욱 아리고 눈물이 맴돌았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역사의 현장에 직접 와서 보고 듣고 실제로 느끼는 시간들이 좀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항일독립운동에 몸바친 조상들의 넋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의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고 올바르게 알 수 있도록 우리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 또한 우리의 중요한 몫이다.

오늘의 나는 그리고 우리는 풀꽃같이 여린 듯 강인함으로 살아가신 우리 부모님과 조상들의 사랑과 열정으로 이렇게 살고 있음을 얼마나 절감하고 있을까? 고개를 숙여본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사회를 여는 우리에게 한민족 공동체에 대한 인식과 함께 또 다른 차원의 간절함을 던져다 준 항일독립운동 역사탐방이었다. 세대간, 그리고 현세대내 계층간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며 그를 바탕으로 미래세대를 위한 더 멋진 그림을 그리는 것이 융합이며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의 기본이 아닐까 한다.
 
항일독립운동 역사탐방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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