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 생태계의 마지막 퍼즐
“엔젤 세컨더리펀드”
한국바이오투자파트너스
이기칠 대표
지난 20여 년간 스타트업 엔젤투자 관련 일을 하면서 기업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최근 엔젤투자자와 액셀러레이터 법인의 수가 증가하고, 스타트업에 대한 SEED 투자가 늘면서 창업 후 SEED 라운드 투자유치가 기본적인 자금조달 방법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또한 대학, 민간, 대기업의 참여와 노력으로 민간 중심의 투자시장이 꾸준히 확대되면서 벤처와 스타트업 투자시장은 양적, 질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초기 투자자금 회수 시스템은 고도화되고 있는 스타트업 투자 시장의 성장속도를 따라가지 못하여 아쉬움으로 남는다. 초기 투자자금 회수를 위한 방법이 ‘10년 넘게 기다리는 것’ 이외에 별다른 게 없다는 것은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해묵은 화두이다. ‘창업 - 성장 - 회수’ 의 순환주기가 약 15년에 달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생태계라는 말이 무색하다.
또한 창업생태계의 현 상황도 개선이 필요하다. 창업자는 설립 출자금에서 한정된 자본으로 인하여 직원들에게 충분한 임금지불이 쉽지 않고, 투자유치 성공이후에는 투자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일정 수준 이상으로 급여를 설정하기가 어렵다. IPO나 EXIT 등이 진행되기 전까지 창업기업은 낮은 급여를 받으며 생계 유지 및 가족 부양을 해야하는 부담이 따른다.
지난 주 디지털 헬스케어분야 저명한 과학자를 만났다. 20여년 간 연구를 통해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여 기술사업화에 대한 확신이 생겨 창업을 고민했으나, 그 또한 이와 같은 창업생태계의 현실을 직면하여 창업자체를 고민하고 있었다.
국내 스타트업은 EXIT이라는 최종 목표는 달성되기 싶지 않다. 미국처럼 M&A를 통해 초기투자의 90% 가까이를 회수하는 시장으로 가기에는 아직 갈길이 멀다.
진정한 선순환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창업자가 생계 고민을 하지 않고 창업에만 몰두할 수 있는 기본적인 창업환경이 갖추어 져야 한다.
‘엔젤세컨더리펀드’는 엔젤투자자가 보유한 창업초기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는 펀드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가장 취약한 초기투자와 회수를 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엔젤 세컨더리펀드가 제대로 작동하여 엔젤투자 시장이 활성화가 되면 창업도 많이 하고 창업 환경도 많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후속 투자유치를 통해 달성한 성장 Value에 따라 창업팀 보유주식을 일부 구주매각하여 열정과 노력에 대한 중간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임직원들의 사기가 충전되어 당당하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엔젤 세컨더리펀드가 향후 엔젤투자자, 액셀러레이터의 구주 거래 활성화 채널로 확대되어 모험자본의 유입 증가와 과감한 투자로 이어지는 진정한 생태계가 구축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