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Case Study
법률 “표준”투자계약서상 Founder의 개인책임에 대한 소고

법무법인 태평양
장호경 변호사
장호경 변호사
시작하며.
얼마 전 스타트업을 시작한 지인의 부탁으로 VC “표준”투자계약서를 검토할 기회가 있었다. 그 지인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VC로부터 계약서 초안을 받게 되었는데, VC 담당자의 말로는 해당 계약서 초안이 (비록 제목 자체에 “표준”이라는 언급은 없으나) VC 업계에서 통용되는 “표준” 조건을 담은 것이므로, 투자금액 등 숫자만 확인 후 바로 서명하면 된다고 했단다.
“표준”이라는 말에 안심한 나는 편한 마음으로 투자계약서를 검토하기 시작했지만, 점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난 10여년간 수많은 M&A를 경험해 오면서 봐왔던 어떤 투자계약서보다도 해당 “표준”투자계약서는 투자자인 VC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작성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다만, 해당 조항들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이 곳에서 하지 않도록 하겠다).
회사측 사유에 의한 Founder의 개인책임.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회사측 사유를 이유로 founder에게 너무도 헐거운 조건 하에 그의 개인재산을 재원으로 한 책임을 부담시키고 있는 조항들이었다.
예를 들어, “회사가” 투자자에게 제공한 진술 및 보장이 부정확하거나, “회사가” 계약상 의무를 위반한 경우, founder는 투자자의 일방적인 요청에 따라, 투자자 보유 주식을 투자자의 최초 투자대금에 연복리 20%를 적용한 금액으로 매수해주어야 하고, 역시, 투자자의 일방적인 요청에 따라, 투자자의 최초 투자대금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투자자에게 위약벌 명목으로 배상해주어야 하며, 이 금액을 초과하는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이를 배상해주어야 한다.
심지어, 위와 같은 founder의 개인책임은 “회사가” 진술 및 보장 혹은 계약상 의무를 “고의 혹은 중대한 과실로” 또는 “중요한 측면에서” 위반한 경우뿐 아니라 단순히 “사소하게” 위반한 경우(예를 들어, 회사가 법 위반이 없다는 진술 및 보장을 제공하였는데, 사후적으로 과태료에 해당하는 사소한 법 위반이 발견된 경우)에도 발생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회사가” 투자자에게 제공한 진술 및 보장이 부정확하거나, “회사가” 계약상 의무를 위반한 경우, founder는 투자자의 일방적인 요청에 따라, 투자자 보유 주식을 투자자의 최초 투자대금에 연복리 20%를 적용한 금액으로 매수해주어야 하고, 역시, 투자자의 일방적인 요청에 따라, 투자자의 최초 투자대금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투자자에게 위약벌 명목으로 배상해주어야 하며, 이 금액을 초과하는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이를 배상해주어야 한다.
심지어, 위와 같은 founder의 개인책임은 “회사가” 진술 및 보장 혹은 계약상 의무를 “고의 혹은 중대한 과실로” 또는 “중요한 측면에서” 위반한 경우뿐 아니라 단순히 “사소하게” 위반한 경우(예를 들어, 회사가 법 위반이 없다는 진술 및 보장을 제공하였는데, 사후적으로 과태료에 해당하는 사소한 법 위반이 발견된 경우)에도 발생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다른 시선.
물론, 이에 대해서는 “표준”투자계약서의 입장에 동조하는 몇 가지 시선이 있을 수 있다.
스타트업과 같은 작은 회사일수록 founder가 곧 회사이고 회사가 곧 founder인데, 회사의 잘못을 founder의 잘못으로 간주하는 것이 왜 잘못된 것인지?
(언뜻 들으면 맞는 말 같지만) 결론적으로 틀린 말이다.
엄연히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회사와 founder를 마치 하나의 법인격을 가진 주체인 것처럼 치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령 스타트업의 운영체계(corporate governance)가 아직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관계로 회사와 founder 사이의 경계가 모호한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하더라도, VC로서는 위 문제점을 스타트업의 운영체계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고, 만연히 founder에게 회사 책임에 대한 연좌제 책임을 지우는 방식으로 해결해서는 안될 것이다.
스타트업일수록, VC는 founder를 보고 투자한 것이므로, founder에게 무거운 책임을 지우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지?
역시 동조할 수 없다.
VC의 투자를 이끌어낸 원동력이 아직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전인 스타트업 자체가 아니라 founder일 수는 있다. 하지만, 여전히 VC가 본 것은 founder의 개인재산이 아니라 founder의 훌륭한 역량일 것이다.
시중은행도 회사의 대주주 혹은 대표자에게 그 개인재산을 재원으로 하는 연대책임을 부담시키고 있는데, VC는 왜 안 되는지?
이는 VC에게 기대되는 역할 혹은 그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시선이다.
VC 설립의 근거가 되는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및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보자. 이들은 각각 “중소기업의 설립을 촉진하고 성장 기반을 조성하여 중소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통한 건실한 산업구조의 구축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그리고 “벤처기업의 창업을 촉진하여 우리 산업의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이다.
즉, VC는 중소/벤처기업, 그 중에서도 걸음마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의 연착륙을 도울 사회적 책무가 있는 것인데(VC가 각종 법률상 제한에 대한 특례 및 조세 혜택을 인정받고 있고,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펀드인 모태조합의 투자를 받고 있는 것 역시 위 사회적 책무의 이행에 대한 반대급부로 볼 수 있다), 합리적 이유 없이 스타트업을 이끄는 founder에게 무거운 개인책임을 부담시킨다면, 이는 그 사회적 책무에 반하는 것일 수 있다.
스타트업과 같은 작은 회사일수록 founder가 곧 회사이고 회사가 곧 founder인데, 회사의 잘못을 founder의 잘못으로 간주하는 것이 왜 잘못된 것인지?
(언뜻 들으면 맞는 말 같지만) 결론적으로 틀린 말이다.
엄연히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회사와 founder를 마치 하나의 법인격을 가진 주체인 것처럼 치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령 스타트업의 운영체계(corporate governance)가 아직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관계로 회사와 founder 사이의 경계가 모호한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하더라도, VC로서는 위 문제점을 스타트업의 운영체계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고, 만연히 founder에게 회사 책임에 대한 연좌제 책임을 지우는 방식으로 해결해서는 안될 것이다.
스타트업일수록, VC는 founder를 보고 투자한 것이므로, founder에게 무거운 책임을 지우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지?
역시 동조할 수 없다.
VC의 투자를 이끌어낸 원동력이 아직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전인 스타트업 자체가 아니라 founder일 수는 있다. 하지만, 여전히 VC가 본 것은 founder의 개인재산이 아니라 founder의 훌륭한 역량일 것이다.
시중은행도 회사의 대주주 혹은 대표자에게 그 개인재산을 재원으로 하는 연대책임을 부담시키고 있는데, VC는 왜 안 되는지?
이는 VC에게 기대되는 역할 혹은 그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시선이다.
VC 설립의 근거가 되는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및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보자. 이들은 각각 “중소기업의 설립을 촉진하고 성장 기반을 조성하여 중소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통한 건실한 산업구조의 구축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그리고 “벤처기업의 창업을 촉진하여 우리 산업의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이다.
즉, VC는 중소/벤처기업, 그 중에서도 걸음마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의 연착륙을 도울 사회적 책무가 있는 것인데(VC가 각종 법률상 제한에 대한 특례 및 조세 혜택을 인정받고 있고,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펀드인 모태조합의 투자를 받고 있는 것 역시 위 사회적 책무의 이행에 대한 반대급부로 볼 수 있다), 합리적 이유 없이 스타트업을 이끄는 founder에게 무거운 개인책임을 부담시킨다면, 이는 그 사회적 책무에 반하는 것일 수 있다.
대안의 고민.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이는 앞으로 계속해서 VC 업계의 고민이 필요한 문제이겠으나, 한 가지 idea를 제시한다면, 다음과 같다:
“표준”투자계약서에 founder의 개인책임 부담을 부동문자로 명시해두고 이를 그대로 체결할 것을 founder에게 무조건적으로 강요할 것이 아니라, VC가 해당 투자를 하게 된 “실질적인 이유”를 감안하여 개별 건마다 case-by-case로 VC의 protection 방안을 달리 정하면 어떨까?
예를 들어, 스타트업의 훌륭한 지적재산권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한 VC의 경우, 해당 지적재산권 자체에 대한 담보권 설정을 protection 방안으로 요구할 수 있을 것이고, 스타트업 founder의 훌륭한 역량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한 VC의 경우, 해당 founder에게 (i) 강한 경업금지의무 혹은 전업의무를 부담시키고 이를 위반할 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시키는 “채찍”과 (ii) 회사가 일정한 실적을 달성하고 이로 인해 투자자가 성공적인 투자 회수(exit)를 하게 된 경우 일정한 수익 분배(profit sharing)를 해줄 것을 약속하는 “당근”을 동시에 제시함으로써, VC와 founder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이를 통해 결론적으로 VC protection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앞으로 계속해서 VC 업계의 고민이 필요한 문제이겠으나, 한 가지 idea를 제시한다면, 다음과 같다:
“표준”투자계약서에 founder의 개인책임 부담을 부동문자로 명시해두고 이를 그대로 체결할 것을 founder에게 무조건적으로 강요할 것이 아니라, VC가 해당 투자를 하게 된 “실질적인 이유”를 감안하여 개별 건마다 case-by-case로 VC의 protection 방안을 달리 정하면 어떨까?
예를 들어, 스타트업의 훌륭한 지적재산권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한 VC의 경우, 해당 지적재산권 자체에 대한 담보권 설정을 protection 방안으로 요구할 수 있을 것이고, 스타트업 founder의 훌륭한 역량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한 VC의 경우, 해당 founder에게 (i) 강한 경업금지의무 혹은 전업의무를 부담시키고 이를 위반할 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시키는 “채찍”과 (ii) 회사가 일정한 실적을 달성하고 이로 인해 투자자가 성공적인 투자 회수(exit)를 하게 된 경우 일정한 수익 분배(profit sharing)를 해줄 것을 약속하는 “당근”을 동시에 제시함으로써, VC와 founder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이를 통해 결론적으로 VC protection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며.
지인이 부탁한 VC “표준”투자계약서를 검토하면서 궁금증이 생겨 미국의 사례를 한 번 찾아보았고, 그들에게도 “표준”투자계약서(model legal documents)라는 것이 존재함을 알게 되었다.
다만, 우리와의 차이점은, 그들의 “표준”투자계약서는 (VC를 대리하는 로펌들에 의해 작성된 것이 아니라) National Venture Capital Association(미국벤처캐피탈협회)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는 점과 그 주요 작성원칙 중 하나가 “be fair, avoid bias toward the VC or the company/entrepreneur(즉, 공평하게, VC 혹은 투자대상회사/founder 중 누구에게도 편향되지 않게)”라는 점이었다.
위 차이점을 통해 쉽게 예견 가능한 사실이지만, 그들의 “표준”투자계약서상에는 founder에게 회사측 사유를 근거로 한 무거운 개인책임을 부담시키는 규정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VC, 그리고 그와 밀접한 동반자 관계에 있는 스타트업, 더 나아가 중소/벤처기업이 모두 함께 건전한 발전을 이뤄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표준”투자계약서의 주요 조항들, 적어도 스타트업의 중심축이 되는 전도유망한 founder들에게 개인책임을 강요하는 조항을 어떻게 개선해나갈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다만, 우리와의 차이점은, 그들의 “표준”투자계약서는 (VC를 대리하는 로펌들에 의해 작성된 것이 아니라) National Venture Capital Association(미국벤처캐피탈협회)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는 점과 그 주요 작성원칙 중 하나가 “be fair, avoid bias toward the VC or the company/entrepreneur(즉, 공평하게, VC 혹은 투자대상회사/founder 중 누구에게도 편향되지 않게)”라는 점이었다.
위 차이점을 통해 쉽게 예견 가능한 사실이지만, 그들의 “표준”투자계약서상에는 founder에게 회사측 사유를 근거로 한 무거운 개인책임을 부담시키는 규정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VC, 그리고 그와 밀접한 동반자 관계에 있는 스타트업, 더 나아가 중소/벤처기업이 모두 함께 건전한 발전을 이뤄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표준”투자계약서의 주요 조항들, 적어도 스타트업의 중심축이 되는 전도유망한 founder들에게 개인책임을 강요하는 조항을 어떻게 개선해나갈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