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엔젤의 자격 -제1호 전문엔젤투자자 강중길 회장
규모는 작지만 앞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스타트업의 신생 벤처기업에 다니는 둘째 아들로 부터 강력하게 추천을 받은 아내가 나를 끌어당기기에 억지로 영화 ‘인턴’을 보러 갔다.
극장에 가면서 영화 제목이 ‘인턴’이라기에 나는 메디칼 드라마의 전문의 과정의 닥터를 연상했었다. 그런데 매표소 앞에서 포스터를 보면서 아, 요즘 우리 사회의 심각하게 계층화된 정규직 사원과 대비되는 계약직 수습사원의 대명사로 사용되는 ‘인턴’임을 알았다.
영화의 줄거리는 아주 단순하다. 30대 전업주부가 어느 날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한 지 최 단시간에 직원을 200명이나 거느린 회사로 성장한다. 워킹맘이 된 줄스(앤 해서웨이)는 남편을 전업주부로 집에 앉혀 두고 좌충우돌 회사를 키우는데 이 회사에 70대 노인 벤(로버트 드니로)이 인턴으로 취직한다. 갑자기 불어난 회사의 시스템이 부하가 걸려 뒤죽박죽된 회사에서 젊은 CEO의 비서직 인턴으로 자리를 맡은 ‘벤’은 여유와 지혜를 갖춘 현명한 비서직을 코믹하게 잘 소화해 낸다.
어쨌거나, 영화 ‘인턴’은 아들이 나에게 추천할 만한 주제와 감동을 주었다. 영화 속 인턴의 주인공 벤(로버트 드니로)은 우선 나와 같은 70세를 넘기는 노인이기도 하지만 아들이 보기에는 벤과 나를 계속 비교하면서 많은 공통점을 찾아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나는 바로 나와 공동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세 개의 밴드에 영화 ‘인턴’을 강추 했다. 그중 하나의 밴드는 ‘전문엔젤투자자 협의회’ 모임의 밴드이다. 우리나라의 1호 전문엔젤의 멤버 30여명이 함께하는 단체로 영화에서 스타트업의 젊은 CEO들에게 벤과 같은 봉사와 의미 있는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음을 알기에 마음공부를 하자는 뜻에서 추천한 것이다. 또 하나의 밴드는 나와 같이 오랜 기간 엔젤투자를 함께해온 엔젤투자조합의 조합원들에게 ‘인턴’의 영화 감상을 주문했다. 그리고 나와 같이 운동을 즐기는 동호회 멤버들에게도 추천했다.
초고속화로 진행되는 우리나라의 고령화 사회가 안고 있는 현실과 결부된 심각한 은퇴자들의 단면을 70세의 인턴으로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 생각하기에 나는 기꺼이 내 주변의 많은 잠재적 엔젤들에게 노년의 행복을 찾는 것이 여기에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리고 싶었던 거다.
'인턴'에는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한 세대 간의 갈등과 은퇴자들의 재취업 문제가 담겨 있다.
창조경제로 선진국에 한발 다가가기 위해 정부에서는 수많은 스타트업을 양산시키고 있음을 보면서 과연 정책자금의 지원만으로 벤처기업들이 성공하겠느냐는 의구심을 가졌었다. 다행스럽게도 정부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문엔젤투자자제도 및 엑셀러레이터 그리고 멘토를 등록하여 초기 벤처기업들의 애로를 지원토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는 그러한 일(미션)에 자발성과 봉사 정신이 가미가 되어 행복한 노년의 일과를 찾고자 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시니어들에게 더욱 필요한 덕목이다.
영화 ‘인턴’을 꼭 보라고 내가 특별하게 권한 젊은 친구가 있다. 그 영화 속에 너와 내가 있다고 하였으니 아마도 보았을 것이다. 그 젊은 친구는 내가 엔젤의 자격으로 만나게 된 사이이다.
나는 올해 4월에 영화 ‘인턴’에서 보는 수준의 스타트업 기업에 엔젤로 투자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투자 이후 주기적으로 멘토의 역할을 즐겁게 수행하고 있다. 즐겁다는 것은 젊은 CEO와 소통하는 시간이 매우 행복하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아무런 부담 없이 가식 없는 대화를 나눈다.
영화 ‘인턴’과 다른 점은 업종이 온라인 쇼핑몰이 아닌 우리나라 750만 소상공인들을 위한 ‘모바일 로컬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업이고 CEO가 젊고 패기가 넘치는 남성인 점이다. 부산의 본사 사무실에는 70여 명, 전국의 지역별 지사에 근무하는 직원을 다 합하면 130여 명이 넘는다. 이 젊은 사장과 나이로 치면 대략 30년도 더 넘는 간극이 있지만 우린 세대 차를 느끼지 않고 친구처럼 지낸다. 이 친구를 만나서 신나는 것은 내가 엔젤 투자할 시점의 회사가치가 300억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불과 6개월 만에 두 배 수준으로 밸류가 높아진 것이고, 더욱 고마운 것은 나의 적극적인 멘토링을 받고서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인 ‘모바일 로컬 플랫폼’ 사업을 해외로 확장하는 첫 번째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현지법인을 10월 19일에 창업하여 진출함) 이 친구가 나를 잘 보았는지 일본의 현지법인 설립 때 4인의 파운더 중 한사람으로 나를 끼워준 것이다. 고마울 따름이다.
무엇이 이 젊은 친구가 70세가 된 나를 멘토로 받아들여 함께 소통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 걸까? 엔젤의 자격에는 첫 번째, 신뢰와 품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의 창업자들은 엔젤의 투자자금에 그렇게 목말라하지 않는다. 웬만하면 정부의 각종 정책지원 자금으로 창업하며 꾸려 나간다. 그러므로 엔젤은 투자금 외에 창업자들에게 선택되기 위해서는 신뢰와 품격있는 멘토의 자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소통의 스킬과 유머를 가져야 한다. 영화 ‘인턴’의 벤처럼 지혜롭게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는 법을 연습하고 배워야 한다. 나의 경우는 소통의 도구로 ‘경청’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끈질기게 참고 많이 들어줌으로써 많은 문제를 스스로 해법을 찾도록 한다. 세 번째로 세대를 뛰어넘는 친구가 되라고 말하고 싶다. 이것은 매우 힘든 작업이다. 그렇더라도 친구가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친구는 보완 관계다. 30대 전후의 젊은 CEO의 내면세계는 외롭고 어떻게 보면 불쌍한 친구이다. 측은지심으로 젊은 친구의 마음을 열고 달래주는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엔젤은 벤처기업에 돈을 투자하는 것 보다 그 기업의 젊은 CEO의 마음을 사고 친구가 되어야 진정한 엔젤의 자격을 갖추었다고 하겠다.
아무튼,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 엔젤이든 젊은 창업자든 벤처기업의 생태계에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에 꼭 필요한 엔젤과 창업자와의 관계가 영화 ‘인턴’에서 보여준 감동적인 스토리로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영화 ‘인턴’을 꼭 감상하라고 권하고 싶다.
전문엔젤투자자협의회 회 장 강중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