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의 꿈을 같이 꿈꾸는 엔젤투자자
코사인인베스트먼트
강수현 대표
필자는 대학 4학년때 창업하여 지금은 저의 투자 대상과 같은 start-up 기업을 창업 7년정도 운영하다가 2008년부터 엔젤투자를 시작하였습니다. 2012년 엔젤매칭펀드 제도를 활용하며 엔젤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였고, 2014년 1호 전문엔젤 지정, 2016년 모태펀드 출자 개인투자조합 결성 (현재 3개 조합 운영중)등 최근 10여년간의 엔젤활성화 정책의 도움을 받으며 50여개 회사에 투자하였습니다.
엔젤투자자로서의 삶이 저에게 높은 만족도를 가져다주기에 주변에 많이 권하고 있고, 실제 제 주변의 많은 분들이 저의 조합에 참여하시거나,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엔젤투자를 늘려가고 있어 투자 검토나, 포트폴리오 회사에 대한 토론 등 함께 할 수 있어서 더욱 즐거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상장 주식투자와 같은 유통시장 투자에 비해 신주투자를 하는 발행시장, 그 중에서도 초기 엔젤투자의 매력은 창업자와 함께 꿈꾸고 희노애락을 같이 한다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단순히 자금만 투자하는 방식도 있겠지만, 창업자가 그리는 미래에 공감하고, 그것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투자자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함께 할 때, 단순한 투자수익이 아니라 내가 거들어준, 나도 기여한 회사 성장의 과실을 함께 하는 뿌듯함은 큰 만족감으로 돌아오곤 합니다.
투자자와 창업자가 함께 한다는 것은 어떤 관계일까요?
현상적으로 투자단계에서 투자자가 ‘갑’, 창업자가 ‘을’의 느낌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해준다’라는 표현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지요. 그런데 이런 경우 대부분 투자가 집행되고 나면 ‘갑’,‘을’이 바뀌게 됩니다. 투자금은 집행되었고, 유동화 되지 않는 주권미발행확인서만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는 회사가 잘되기만을 바라는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고, 창업자는 이미 돈은 들어왔고 최소한의 의무만 다하면 별반 투자자에게 답답할게 없는 ‘갑’의 포지션이 됩니다.
저의 경험이나 동료 투자자의 잘되는 포트폴리오회사의 사례를 관찰해보면, 이 ‘갑’‘을’이 반대가 되었을 때, 성과가 좋은 사례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투자 단계에서는 창업자가 ‘투자자님에게 돈 벌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드리는 것입니다.’라는 ‘갑’ 마인드를 가지고, 투자자는 ‘좋은 창업기회에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감사합니다’라는 ‘을’ 마인드로 투자가 이루어지고, 오히려 투자가 이루어지고 난 이후에는 회사가 투자자를 ‘아무도 우리의 가능성을 인정해 주지 않던 초기 상황에서 꿈을 이룰 소중한 seed money를 제공해준 감사한 분’으로 투자자를 ‘갑’으로 모시는 관계가 형성되면 초기투자자와 창업자가 큰 시너지를 내는 경우를 많이 경험하였습니다.
엔젤투자를 결혼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물론 언젠가는 Exit을 해야 할 테니 이혼을 전제로 한 결혼이긴 합니다만, 초기 엔젤투자자는 보통 아주 오랜기간 함께해야 합니다.)
조건만 따진 정략적 결혼이 아름답기 쉽지 않은 것처럼 창업자와 투자자도 “뻥을 치든 과장을 하든 어떻게든 저 사람에게 투자금을 받아 내야지”, “이 회사에 싸게 투자해서 돈을 엄청 벌어야지” 이런 생각보다는, 창업자나 투자자나 상호간에 갖추어진 것보다 해야 할 것이 많은 초기 기업을 함께 성장시키는 파트너라는 마인드를 가진다면 보통 엔젤투자자가 꿈꾸는 소위 ‘대박’ 수익률도 따라 올 것이라 생각하고 보너스로 평생을 함께할 동지와 주변에 자랑거리가 될 만한 스토리가 만들어 질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