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법」(現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법」)이 시행 13년 만에 전면 개정되면서 지원 대상이 기존 ‘경력단절 여성’에서 ‘모든 여성’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경력단절 예방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여성 구직자를 위한 상담의 역할 또한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특히 청년 여성 구직 상담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 상담사 선생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책개발팀은 「청년여성 구직상담 가이드」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청년여성 구직상담 가이드」 : 입문편을 집필해주신 오애란 교수님을 만나, 청년 여성 구직자의 특성과 상담사로서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새일센터 경력뿐만 아니라 20여 년의 상담 경력까지 갖춘 교수님의 인사이트가 상담 현장에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취직한 청년들이 학교에 방문하면서 자랑스럽게 주고 간 명함들이다. 저 혼자 간직하기에는 아까워서 ‘명함의 전당’이라고 만들어서 붙여 두었다. 상담을 하러 오는 대학생들이 벽에 붙은 명함을 생각보다 유심히 살펴본다. 그리고 ‘와~ 이런 회사에도 취업했어요?’하면서 부러움과 동기부여를 동시에 느끼는 효과가 있다.
"야! 너두" 라고 얘기한다. 선배들도 특별한 실력이나 능력보다 여기서 똑같이 시작했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너도 열심히 준비해서 여기에 명함을 붙이자'고 격려해 준다.
2002년 10월에 첫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2025년 지금까지 2명의 자녀를 출산하며 각각 3개월의 출산 휴가를 쓴 것 외에는 사실 일을 쉬어본 적이 없다. 대략 20년 넘게 상담과 교육 분야에 종사하면서 제 경험을 책으로 써보면 어떨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라는 망설임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2024년도에 중앙새일센터에서 ‘2030 청년 여성 구직상담 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의 의뢰해 주셨다. 두 번의 강의를 계기로 가이드를 집필하게 되었다.
대학생들은 상담 신청, 강의 선택을 할 때 대학교 익명 커뮤니티 후기를 보고 결정하는 편이다. (*청년들도 마찬가지로 익명 커뮤니티 글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수업이나 상담을 하고 나면 '그 교수님 수업 또는 상담이 도움이 되었다,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았다' 등의 평가를 남기게 된다. 99명이 좋은 평가를 해도 한 두명의 부정적인 평가가 오래 기억에 남기도 하고, 상처가 되기도 한다. 좋은 의도로 한 말이나 피드백이 청년들에게 전혀 다르게 전달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과 주의가 필요하다는 걸 배울 수 있었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 첫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나이 많으신 어르신을 취업시켜 드린 적이 있다. 그때 너무 고맙다고 센터에 고구마도 사 오시고 붕어빵도 사 오셨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뭐라고’ 이렇게 고마워하실까 하는 생각이 들고 그 따뜻함이 참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이런 직업 정말 좋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이 사람이 잘 되어 가는 그 과정에서 오는 도파민을 끊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상담사는 청년과 같이 배운다는 포지셔닝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자 생각이 다를 순 있겠지만, 나는 내가 (청년의) 목줄을 잡고 억지로 끌고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상담을 하면서 '네가 열심히 하는 만큼 내가 팔로우업을 한다.'를 전제로 한다. 청년들이 선택의 기로 앞에 설 때면, 내 생각은 이렇지만 난 너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해주는 편이다.
다만 우리가 계속 함께 갈 수 있다는 걸 계속 얘기해 주고, 주기적으로 체크한다. '알아서 해 보겠다'라고 말하는 청년이 있다면, 예전 같으면 아예 손을 놔버렸겠지만 지금은 그들의 의사는 존중하되, 두세 달 뒤에 꼭 연락을 해본다. ‘잘하고 있니?’라고 안부 전하듯이.
“일단 내가 먼저 나의 역할 범위를 딱 규정을 해놔야 한다. 나의 역할 범위가 아닌데,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에서 오는 결과에 너무 마음을 쓰지 말아야 한다. 그게 상담사 개인의 성장이나 건강에도 훨씬 좋다.”
인생에는 영혼의 동반자가 있고 길동무가 있다고 한다.
대체로 우리가 섭섭하다고 느끼는 상대는 사실 길동무일 확률이 크다.
서로의 인생이 달라지면 다른 방향으로도 갈 수 있는 길동무. 그들은 나의 영혼의 동반자가 아니다.
섭섭한 마음은 ‘내가 이 사람들을 영혼의 동반자로 생각하고 싶었구나’에서 시작되더라.
이제는 (인간관계로 섭섭해지려 하면) '길동무야, 길동무'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다.
너무 많다. (웃음) 실수는 사실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상담하고 나면 ‘내가 이렇게 했어야 됐나?’ 같은 후회가 남는다. 하지만 어쨌든 사회생활을 한 지가 오래됐으니까 (이러한 감정에 오래 빠져 있지 않는) 나만의 방법을 터득하게 된 거다.
나에겐 자기만의 시간이 중요하다. 나는 마인드 컨트롤을 많이 한다. 출근하기 전에, 특히 한 주를 시작하기 전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집에 꼭 간다. 한 10분 정도 일찍 가서 커피를 시켜놓고 심호흡을 하는 거다. ‘너무 좋다. 너무 맛있다.’라고 말하면서. 이렇게 한 주를 시작한다. 소확행처럼 내가 좋아하는 커피, 좋아하는 빵 이런 걸 정해두고 '오늘은 나를 위해서 소금빵을 먹어야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를 위한 시간을 일부러 가진다.
번 아웃을 이겨내기 위해서 새롭게 무언가를 배워보는 것도 큰 힘이 됐다. 관심을 다른 데 두는 거다. 예전에는 쿠팡 알바도 다녀오고, 카페에서 막 설거지하다가 사장님께 혼나도 봤다. 커피를 말도 안 되게 내려서 실수도 많이 했는데, 되려 그게 주는 힐링이 있었다. 도전을 하면서 뭔가를 완결하고 또다시 해나가면서 새로운 에너지가 충전되더라.
아무래도 육아를 같이 하다 보면 자녀가 청소년기에 들어가면 되게 힘들다. 아무리 직장에서 문제가 없어도, 내 가족 안에서의 어려움이 계속 생기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럴 때마다 나는 동네 앞산에서 등산을 하루에 1시간씩 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몸을 풀고 오면 기분 전환도 되면서 자연이 주는 에너지가 참 좋더라.
사실 나를 ‘교수님’이라고 부르지만 내가 그렇게 불릴만한 자격이 있나 항상 생각한다. 나는 대단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공부를 열심히 하지도 않았다.
첫 번째 직장은 대학 졸업 후 봉사활동을 갔다가 우연히 만난 정신과 선생님의 제안으로 심리 상담 일을 시작했고, 두 번째 직장 역시 육아를 위해 어린이집 근처 직장을 찾다가 우연히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집단상담 담당자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되었다.
취업 교육, 경력단절이라는 단어 역시 매우 생소했지만 일주일간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심리상담과 달리 참여자들의 기대감 가득한 얼굴을 보며 참 보람되고 재밌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우연과 우연이 겹치고 가능성을 향해 열린 곳으로 걷다 보니 현재는 대학에서 진로·취업지도 전담 교수로 일하게 됐다.
‘2030 청년 여성 구직상담 전략’ 강의 때, 저의 동료이기도 하고 선배 또는 후배이기도 한 새일센터 선생님들께 이렇게 인사를 했다. “새일센터 최고의 아웃풋 오애란입니다!” 제가 교수라서 최고의 아웃풋이라고 재밌게 얘기한 의미도 살짝 있겠지만. (웃음)
더 큰 의미로는 우리는 돈 받고 일하는데 항상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며 일하는 축복의 자리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며 다들 힘내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