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학자가 사랑한 수종사

 

조준호(학예연구사)

- 일시 : 2015. 5.22~5.23
- 장소 : 월봉서원 일원(광주광역시 광산구 일원)
 
월봉서원은 조선중기의 학자 고봉 기대승을 제향한 호남의 대표 서원이다. 현재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유교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실학 훼밀리 회원 37명이 함께 한 이번 기행은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했다. 1일차 첫 도착지 무양서원에서 몸살림 선비체조를 시작으로 진행된 일정은 풍영정에서 듣는 남도풍류와 소리 가락 공연, 그리고 메인 행사인 월봉서원의 숭덕사 봉심과 강연으로 이어졌다. 숙소는 400여년의 유서깊은 서원에서 특별한 1박을 했다.

2일차는 무등산 투어에 나섰다. 어머니의 품과 같은 무등산의 풍광에 취해 걷다 보니, 김덕보의 은둔처 풍암정이 들려주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교훈이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일정의 마지막은 무등산 3대 정자의 하나인 환벽당이었다. 호남 선비들의 강학과 교유의 장소였던 이 곳에서 남도 국악의 가락을 들으며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실학 기행은 실학훼밀리 회원들에게 서원으로 대표되는 유교 문화를 직접 체험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했다. 이를 통해 오늘에 가치에 부합하는 유교문화의 활용방향에 대해 각기 생각하게 한 시간이었다.



 
 


이유정(다산종부)

 
사람들이 나를 부르는 이름, 그 명명된 타이틀에는 고유의 상징성과 직무, 책임감 들이 부여된다. 언제부턴가 나는 ‘종부’라 불리고 있었고, 그 무게가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혼인을 통해 시댁의 역사 속으로 한 걸음씩 들어가면서 나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이후 ‘실학훼밀리’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어려웠던 가족사로 존재조차 희미해진 ‘종가’의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2011년 이후 해마다 이어 온 ‘실학훼밀리의 실학기행’은 이런 의미에서도 항상 나에게 기대와 감동의 시간이었다.

실학기행은 올해도 어김없이 차분하고도 치밀하게 준비되었다.

5월 22일∼23일까지 1박2일의 월봉서원1) 서원문화체험 ‘기세등등’에 참여하기 위해서 실학훼밀리 회원 37명은 오전 8시 압구정역 인근에 모여서 광주로 향했다. 나는 직장일로 참석치 못하는 종손을 대신해서 아들과 동행하게 되었는데, 다음 세대와 함께 하는 의미 있고 색다른 경험으로 오랫동안 기억되리라 기대했다.

월봉서원은 정조가 빙심설월(氷心雪月:눈 내리는 달밤의 얼음처럼 맑은 마음)이라 표현할 만큼 ‘옳음을 향한 용기’를 감추지 않았던 고봉 기대승 선생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서원의 모습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변화했지만, 서원 체험 속에서 고봉 선생님의 정신은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서원생활 체험은 기대승 선생의 7대 종손님의 따뜻한 배려 속에서 이루어졌다. 溫故以之新이라는 말처럼 현대 사회에서 잊혀져가는 선비의 정신과 서원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무양서원으로 이곳에서의 선비체조 체험은 하루의 피곤을 씻고 마음과 몸을 가다듬는 시간이었다. 풍영정의 빼어난 풍광은 압권이었다. 선비들이 노닐면서 가사와 시를 읊었던 이 정자에서 시각과 후각과 청각이 어우러진 선비의 남도창과 그 해설은 상상속의 선비의 모습을 현실로 다가서게 하였다. 그리고 월봉서원 도착 후 유생복을 갖추고 사당 참배 후 강당에서 강연을 듣는 월봉로맨스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은 선비로서 갖출 마음자세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이어진 모든 소중한 시간은 월봉서원만의 자태를 가지고 깊은 울림을 주었다.

1박 후 맞게 된 둘째 날, (사)광주학교 교장선생님의 문화해설과 함께하는 ‘무등산 역사길’ 탐방은 광주 8경 중 하나인 월봉서원의 역사를 현실감 있게 전달해 준 체험이었다.

금번 실학기행은 단순히 유적과 유물을 찾아보는 차원을 넘어 ‘서원과 선비 문화’라는 주제의식과 그에 따른 체험 프로그램이 돋보인 행사였다. 그러나 내게는 무엇보다도 현재 나의 위치, 지금 무엇을 해야 하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안내해 준 프로그램이었고, 살아온 삶의 의미를 확인해 준 행사였다.

사회적으로 그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현실적으로는 점차 희미해져 가고 있는 효를 바탕으로 한 가정 교육을 우리 집에서 실천해왔다는 자부심을 느꼈다. 일찍 홀로되신 시아버지를 20여년간 한 집에 모시고 지낸 일상은 3대가 소통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 아이들의 인성 교육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향을 주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1박2일의 행사기간 동안 정성을 담아 최선을 다한 봉사자들의 모습은 전통에 대한 희망이었고, 이 희망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된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우리의 전통과 실학정신은 현대사회에서 발전적으로 계승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우리 ‘실학훼밀리’에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하여 실학정신의 발전적 계승운동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맨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