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 분야에서 최근 수행된
흥미로운 연구 성과를 소개합니다.
현대사회의 눈부신 정보기술 발전과 수평화 조직으로의 흐름으로 인해 한 명의 리더가 관리해야 할 부하직원의 수는 많아지고 있다. 1980년대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한 리더에게 할당되는 구성원의 수는 무려 1980년대 중반 5명에서 2000년대 중반 10명으로 두 배로 늘었다.2) 한 리더에게 할당되는 구성원의 수를 통제의 범위(span of control)라 한다. 첨단기술의 발달로 결재와 보고가 빨라지고 있는 요즘, 기업들은 가능한 통제의 범위를 더욱 넓혀 리더의 긍정적 영향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싶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논문은 넓은 통제의 범위가 가져올 수 있는 역설을 고찰하고 있다.
다른 리더십도 마찬가지지만, 좋은 조직성과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부하직원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윤리적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윤리적 리더는 구성원들을 따뜻하게 배려하고 공정하게 대하기 때문에, 부하직원들은 리더와의 관계를 각별한 것으로 생각하게 되고, 이에 보답하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주어진 직무를 더욱 열심히 수행하고, 자기 업무가 아니더라도 조직의 발전을 위해 움직이며, 일탈 행위를 자제하여 리더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다. 논문에 따르면, 리더와 부하직원 사이에서 높은 질의 관계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상호작용을 자주 하는 것이 좋다. 상호작용이 잦을수록 부하직원이 지시를 받을, 그리고 위임을 받을 기회가 늘어난다. 그러나 부하직원의 수가 많아질수록 개별 구성원에게 충분한 시간과 노력, 관심을 주기가 힘들어진다. 즉, 부하직원들과 상호작용 할 기회도 적어지며, 결과적으로 높은 질의 관계를 형성하기도 어려워진다.
이 논문의 저자는 1차 연구를 통해 미국 포춘 1000에 속하는 에너지 기업에 근무하는 343명의 리더와 868명의 부하직원을 대상으로 6개월간 두 차례의 설문을 시행한 결과 통제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윤리적 리더십이 갖는 긍정적 효과가 약해짐을 보여주었다. 동 저자는 다시 미국의 중간 규모의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40명의 리더와 140명의 부하직원을 대상으로 2차 연구를 실시하였으며, 통제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윤리적 리더십이 조직시민행동(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ior)을 제고히거나 반생산적 과업행동(counterproductive workplace behavior)을 줄이지 않는다는 결과를 재차 확인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더 많은 부하직원이 효율적으로 관리되게끔 정보기술의 발전이 그 기반을 마련해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윤리적 리더의 질 높은 대면 상호작용을 대체하기에는 무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기업은 부하직원의 독립성을 제고한다거나 조직 내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명분과 더불어 리더십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통제의 범위를 늘리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통제의 범위를 무작정 넓히는 것은 윤리적 리더가 부하직원과의 높은 질의 교환관계를 형성하는데 장애물로 작용하여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만약, 리더 한 명당 부하직원의 수를 늘려 조직 내 수직적 위계의 정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기업은 리더와 부하직원 간 상호작용의 빈도가 낮아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부하직원과 질 높은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게 윤리적 리더의 능력을 키워주는 방안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리더십의 영향력을 집단에 분배하는 공유 리더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채팅 애플리케이션과 같은 장치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요약하면, 이 논문은 리더와 부하직원 간 상호작용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를 신중히 고려하여 둘 간의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할 방안을 충분히 발굴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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