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배우는 지속가능 기업가치
BOOK REVIEW

실업과 양극화의 미래

송재도 교수


송재도 교수는 한국과학기술원 경영공학과에서 미시경제학 분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2000년). 이후 SK텔레콤과 동양미래대학에서 근무하면서 관심 분야를 가격이론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 분야로 확장하였다. 교양 도서로 「마케팅 지배사회」와 「실업과 양극화의 미래」를 출간하였으며, 두 책 모두 한국출판문화진흥원으로부터 ‘세종도서’로 선정되었다. sjaedo@jnu.ac.kr

01

실업과 양극화의 문제를 다루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의 진척에 따라 향후 10~15년 사이에 25~50%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다소 과장 섞인 주장일 수 있지만 이미 심각한 일자리 문제가 향후 한층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현재의 일자리 관련 대응 정책은 경제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만드는 방식과 실업자들에 대한 복지정책으로 대별되는데 이런 방식이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 보기 어렵다.
첫 번째, 향후 산업의 경쟁력 확보 방식은 AI를 통한 자동화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것이 산업 경쟁력의 확보가 더 많은 일자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미 ‘로컬 모터스’와 같은 회사는 현대차 울산공장 면적의 0.1% 수준인 500평 규모의 마이크로 팩토리에서 100명의 근로자가 첨단 자동차들을 생산하고 있다. 생산성은 대당 20~24시간으로 전 세계 평균 제조시간 23~25시간에 견줄 만하다. 경제성장이 일자리를 보장하지 못하며, 생산력이 향상되더라도 일자리는 줄어드는 미래를 보게 될 것이다.
두 번째, 현재의 복지제도는 1) 일시적인 실업자 즉, 결국은 일자리를 얻을 것이라 가정되는 사람들 또는 2) 소득이 없고 향후에도 없으리라 생각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두 번째 유형의 사람들은 상당한 논점이 된다. 이들은 ‘능력을 상실’하였거나 ‘일을 회피’하는 사람들로 인식되며, 복지혜택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불쌍함을 증명해야 하고 부당 수급자를 찾아내기 위한 감시의 대상이 된다. 사회는 이들이 불행할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지만, 비정상적이며 예외적인 사람들로 치부한다.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상세한 논의는 책에서 다루었으니 일단 받아들이고 생각을 해보자. 과연 미래에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근로 가능 국민의 20% 이상이 ‘불쌍한 사람’으로 간주되는 현 복지제도의 대상자가 되어야 한다면 사회가 유지될 수 있을까? 기술발전으로 평균적인 소득과 부는 더 커질 것을 감안하면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극단적인 양극화의 사회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발전된 생산력이 더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논의해 보자는 시도이다.

02

흥미롭고 중용한 주제이지만 아직은 먼 미래의 문제로 느껴지기도 한다.
너무 조급한 논의는 아닐지?

이미 실업과 양극화의 문제는 심각하며, 이의 해소를 위한 경제‧복지시스템의 변화는 필수적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시스템의 변화를 고민하기보다는 경쟁에서 생존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그렇지만 그런 경쟁이 사회 전반의 행복 수준을 낮추고 경쟁의 패자들을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몬다. 이미 심각한 일자리의 문제를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하여 논의하는 것은 지금의 문제가 개선되기보다는 더 악화될 것이고 막연한 희망을 품을 수 없는 상황임을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크다.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이 본격화되는 시점을 누구도 확실히 말할 수 없다. 하지만 10년이 되었든 20년이 되었든 이는 그리 먼 미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기본소득이 반드시 논의되어야 할 중요한 대안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오늘 당장 그런 큰 변화를 도입하기로 합의한다고 해도 그것이 제대로 실현되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이다. 지금부터 대안을 고민하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다. 문제가 현실화된 후에 대안을 고민한다면 심각한 혼란과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03

기본소득을 중요한 대안으로 생각한다면 간략하게 설명해줄 수 있을지?

사람마다 기본소득을 다르게 생각하는 듯하다. 필자는 기본소득을 “소득, 부의 수준과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생존권을 보장하는 수준의 소득을 제공”하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왜 가난한 사람들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 정부가 소득을 제공해야 하는지 의아할 수 있다. 그렇지만 기본소득은 많은 장점이 있다.
첫 번째, 현재 생계급여를 받는 사람들은 소득이 생기면 생계급여가 줄어든다. 때로는 생계급여 대상에서 제외되어 다시 급여를 받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현재의 생계급여 방식 아래서는 일할 이유가 없다. 반면 기본소득은 스스로 버는 소득과는 무관하게 제공되므로 누구나 일해서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이유가 생긴다. 많은 사람이 기본소득을 제공하면 아무도 일하려 하지 않으리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지금의 복지제도보다 근로 의욕 면에서 더 우월하다. 여러분은 월 60만 원 정도 소득이 보장되면 당장 일을 그만두겠는가? 일하려 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이 진짜 문제이다.
두 번째, 현 복지체계는 대상자를 선별하고 관리하는 데 높은 비용이 필요하다. 부정 수급자의 문제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며, 복지 대상자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발생한다. 기본소득은 이런 비효율과 사회적 불신의 문제를 해소한다. 세 번째, 기본소득을 통해 생존권이 보장된다면 현재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각종 제도가 불필요해진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 실업급여, 연금 등을 대체할 수 있다. 논점이 있지만 노동삼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이런 제도들은 노동과 자본의 갈등을 만들어내며 시장제도를 제약한다. 결국, 기본소득은 이런 제약들을 제거할 수 있도록 하여 갈등을 최소화하고, 시장기능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네 번째, 기본소득과 같은 폭넓은 안전망은 사회의 혁신을 증진시킬 수 있다. 새로운 시도는 그만큼 실패의 위험도 크다. 사회안전망이 없다면 새로운 시도에 따르는 위험을 감수하기 어렵다. 한편 지금은 충분한 소득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직업이 되지 못하는 일들이 기본소득 제도하에서는 직업이 될 수 있다. 생계가 보장된다면 취미를 개발하고 공동체 내에서 즐거움을 나누는 일들은 개인이나 사회에 큰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다.
추가로 우리는 현 코로나 상황에서 누구나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 있음을 경험하였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제도는 사회의 위기 대처 능력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음도 고려해야 한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기본소득을 비현실적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재원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율은 2014년 기준 10.4%(정부 예산 중 30% 수준)이며, 이는 OECD 평균 21.6%(조사대상 28개국) 대비 절반 수준이다. 한국이 OECD 평균 사회복지지출 수준에 도달한다면 상당한 수준의 기본소득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중간 소득 수준의 국민은 세금을 더 내고 그만큼 더 받을 수 있으므로 체감 세율이 높아지지 않는다. 기본소득은 기존 복지제도와 마찬가지로 고소득자들과 빈곤층의 소득 재분배일 뿐이다. 필자는 기본소득이 충분히 가능하며, 효과적인 제도라고 생각한다. 또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기본소득과 같이 근본적으로 다른 복지시스템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소득 제도의 도입을 위해서는 수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기본소득과 목적이 유사한 최저임금, 실업급여, 연금 등의 기존 복지제도들을 축소, 철폐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세금 제도의 변화도 필요하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노동삼권을 비롯한 경제 제도와 관행들도 거기에 맞게 수정되어야 한다. 이런 변화를 위해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는 과정도 지난할 것이다. 그러므로 당장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04

기본소득 문제 외에도 이 책에 대해 소개하고 싶은 다른 주제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이 책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사회와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특히 향상된 생산력이 기업과 같은 조직이 아닌 개인에게도 생산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주장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산업혁명은 대규모 기업을 생산의 주체로 만들었다. 그렇지만 미래에는 개인, 고용되지 않은 사람들도 생산의 주체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고용되지 않은 실업자의 개념도 바뀔 수밖에 없다. 짧은 지면에서 여러 주제를 논의하기는 어렵겠지만, 미래가 현재와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 또 그래서 변화를 논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공유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