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상에는 금전을 이용해 하는 놀이가 엄청나게 많다. 어릴 적엔 딱지치기부터 시작해 판치기, 카드놀이, 화투, 나아가서 성인용 사행산업까지 그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필연적으로 우리는 이러한 크고 작은 도박들에 노출되기 쉬우며, 한번 빠지게 되면 ‘중독’에 이를 수 있으니 심각한 문제가 된다. 생각 외로 우리 주변에는 (종류와 무관하게) 도박을 하는 사람들이 상당수이며, 가정 및 사회적 문제를 갖게 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내가 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를 지원하게 된 계기는 한 선배 때문이었다. 성격에 문제가 전혀 없으며 대인관계가 원만한 좋은 선배가 어느 날 학교 후배들의 전공서적을 대량으로 훔쳐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후에도 후배들과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연락을 해왔고 나도 예외가 되지 않았다. 그는 카지노와 스포츠 토토에 빠져있었으며,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책값과 빌렸던 돈이 삼천만원을 훌쩍 넘는다는 것이었다. 의과대학에서는 정말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감동받았던 점은, ‘전문가’이신 선생님들이 자신의 의견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대상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도박중독에서 헤어나올 수 있게(가족이라면, 가정불화를 막을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까 진심으로 토론하시는 모습에서 의사사회와는 다르게 휴머니즘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상자 치료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예방 캠페인을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예방접종처럼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에 감동받았다. 선생님들께서 좋을 기회를 마련해 주신 덕에 보라아파트에서 예방사업 및 간단한 의료봉사활동을 하게 되어 지역사회 정신보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아 뿌듯하였다. 예방사업을 기획하고 공문서 작업을 했던 것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도박중독 안내책자를 스스로 만들어보고, 예방사업에도 참여해 직접 실습한 것이 앞으로 내 인생에서 다시 얻지 못할 좋은 경험이었다.
건양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오준호
◯ 지난 몇 주간의 대전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에서의 실습은 앞으로의 인생에 있어서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 같다. 이 센터를 다니는 동안 느낀 점과 배운 점 그리고 경험한 많은 일들이 다시 돌아갈 학교와 병원이라는 환경에서 생활하는데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중학교 시절 사실 나는 심리학을 동경했었다. 다른 사람의 심리에 관심이 많았고 나의 자아와 무의식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해왔었다. 그런 의미에서 심리학을 전공하신 전문가 분들이 있는 환경으로의 출근은 설레는 일이었다. 센터에서 이루어지는 일들과 사업을 배우고 참관하는 과정에서 그분들의 말씀이나 대화를 통해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또 감명 받은 일들 중 빠질 수 없는 하나는 아침에 교재를 읽으며 서로의 생각을 나눈 시간이었다. 선생님들의 말씀을 들으며 공감하기도 깨닫기도 하며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외롭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는데 따뜻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선생님 한 분, 한 분 모두 본받고 싶은 인격을 가지셨구나 하는 생각에 참 운이 좋게도 이 센터와 인연을 맺게 됐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맛있는 것도 사주시고 출근길에 차도 태워주시기도 하고 신세를 많이 지었다는 생각에 죄송하면서도 너무 고마웠다. 선생님들께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건양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유현동
◯ 평소 정신과학에 많은 관심이 있었다. 캐나다에서 대학교를 다녔을 때 심리학개론 수업을 들었는데 유일하게 시험 스트레스 없이 참 재밌게 수업을 즐기고 공부를 열심히 했었다. 의과대학 입학 후 정신과 수업을 들으면서 더욱더 정신과학과 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정신과 수업을 들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도박중독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없었던 점이었다. 도박을 즐겨했던 나로선 도박중독에 대해 배울 수 없어 그 아쉬움이 더 컸다. 캐나다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과 고스톱, 텍사스 홀럼 포커, 카지노 등을 즐겼었다. 국내에 들어와서도 사교도박을 포함해 정선 강원랜드 카지노를 수차례 다녀온 경험도 있다. 이러한 나의 도박 심리 및 도박 장애에 대해 더 자세히 배우고 싶어서 작년에 개소한 대전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를 실습기관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보라아파트에서 도박중독예방캠페인을 시행했는데 같이 실습에 임한 친구들과 함께 가운을 입고 캠페인 부스를 방문한 주민들에게 간단한 문진 및 성인병 선별검사를 실시했다. 이러한 캠페인 활동이 인터넷 뉴스에도 보도가 되어 매우 뿌듯했다.
항상 신경써주시고 많은 가르침을 주셨던 선생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건양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안충한
충남 지역의 국립병원에서 임상심리수련생으로 지내오다가 파견수련의 일환으로 대전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에 머물게 된지 어느덧 3주차가 되었다. 다양한 정신과적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을 대상으로 약물처방을 병행하는 병원과 달리, 본 센터는 도박중독 문제에 특화된 기관이었기 때문에 모든 경험들이 새로웠다.
우선, 치료 프로그램이 다양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개인상담이나 집단상담 외에도 도박에 대한 관심을 다른 건전한 활동으로 환기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실내암벽등반, 음악, 미술, 템플스테이, 캠프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고, 도박중독 대상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재정문제 및 법률문제에 대한 교육이 제공되고 있었다. 이렇게 도박중독을 1차적 문제로 경험하고 있는 분들에게 적절한 개입이 이루어지니, 치료결과가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치료 프로그램들 중에 가장 마음이 동했던 시간은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기초과정 첫 회기였다. 도박중독자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느낌일까? 두 시간 동안 가족들의 분노와 슬픔을 전달받으며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을 시간들을 어렴풋이 가늠할 수 있었다. 도박중독에 빠진 아들에게 화는 나지만 결국 다 품어주는 부모, 과거 도박중독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남편을 통해 재경험하는 아내, 자녀들과 함께 참석해 온 가족이 행복한 가정을 회복하기 위해 힘쓰는 모습들을 보며 마음이 먹먹해졌다. 하지만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 간의 만남, 그리고 진행하시는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시는 회복 사례들은 가족분들에게도, 나에게도 큰 위로가 되었다.
사실 어떤 처방에 중점을 두는지, 어떤 직업군의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하는지, 치료적 개입 외에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그 대상군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병원과 센터가 다소 다를 수 있겠으나, 궁극적으로 심리적인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전문적인 도움을 줌으로써 그들이 더 이상 힘들어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두 기관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전센터에서의 실습은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웃음짓게 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울러, 치료 외에도 예방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고, 찾아오는 분들만 기다리기보다 내가 직접 그들을 찾아가기도 하고, 중독자들의 일상과 생각을 공유하며 그들을 온전히 이해하려는 자세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국립공주병원
정신보건임상심리수련생 김민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