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뭉쳐야 ‘존재하는’ 전문엔젤투자자 내일의 위상!
얼마 전 한국엔젤투자협회가 주관하는 전문엔젤투자자 양성교육에 강사로 다녀왔습니다. 크게 두 가지에 놀랐습니다. 첫째는 현재 공식적으로 협회사이트에 공지된 전문엔젤이 93명이지만, 향후 전문엔젤이 되고 싶다고 교육에 참가한 전문엔젤들의 수가 많고, 정말 열심히 하려는 그분들의 열정에 놀랐습니다. 둘째는 교육에 참가한 예비 전문엔젤투자자들이 다년간 엔젤투자경험과 노하우를 이미 가지고 있음은 물론이고, 세 자리 수 이상의 매출을 경험했거나, 경험 중인 벤처기업의 대표들이 다수 참석하고 있어 놀랐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협회가 열심히 주관하고 있는 전문엔젤 양성교육을 통해 국내 전문엔젤투자자들의 밝은 내일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밝은 전문엔젤투자자의 내일을 본 뿌듯한 특강을 마치고 돌아오는 KTX 안에서, 갑자기 작은 우려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열정으로 가득 찬 능력 있는 전문엔젤투자자들만 많이 배출되면, 전문엔젤투자자들이 그 위치와 정체성에 맞는 성과를 내며, 대한민국 창업투자생태계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구성원으로 자리 잡기에 충분할 것인가?
2017년 한 창업 조사기관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 창업 초기 투자 생태계에 개인엔젤과 개인투자조합 그리고 액셀러레이터와 창업 초기 VC 투자분들의 투자 성과와 내용은 통계로 잡혔지만, 전문엔젤투자자들의 투자 성과와 내용은 아직 잡히고 있지 않았습니다. 아직 제도 도입 초기이고 전문엔젤의 수도 많지 않기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런데 정말 시간이 지나고 전문엔젤의 수만 많아지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요? 물론 그럴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분명 전문엔젤투자자가 제대로 그 위치를 잡기 위해선 단순한 기다림보다는, 노력해야 하는 과제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전문엔젤투자자의 번영을 기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제안 드립니다.
전문엔젤투자자는 투자 규모에 있어 기존 창업 초기 벤처캐피털들보다는 작지만, 투자 기업들에게 자금 이외에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큰 모멘텀을 주는 전략적 경영자원(매출 및 고객 연계, 인력 연계, 기술 보강, 전략적 파트너십 연계 등)을 더 크게 주며 기존의 개인엔젤투자자보다는 좀 더 규모 있는 투자를 실행해 엔젤투자와 Series A 투자의 큰 가교 역할을 하는 전략적 투자자로 자리잡음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전문엔젤투자자는 단순한 자금 투자보다는 창업기업의 부족함을 전략적으로 채워주는 경영자원 제공과 이를 위해 기업의 체질을 바꾸고 강화하는 창업기업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역할이 중요한 부분입니다. 문제는 전문엔젤투자자가 각각 홀로 움직여서는 이런 위상을 대한민국 투자 생태계에서 확보하며 존재의 이유를 만들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전문엔젤투자자가 자신의 위상을 만들며 제대로 된 투자 수익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전제조건은 전문엔젤투자자들간에 강하게 뭉쳐야 합니다.
첫 번째 제안은 전문엔젤투자자분들이 상호 협업 플랫폼을 스스로 만들거나 아니면 기존에 정부 창업 지원정책에 의해 대학이나 기타 기관에 있는 프로그램 (예, 대덕특구본부 주관, 한밭대학교 창업아이템 검증 보강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만들어 활동하자는 대안입니다. 전문엔젤투자자들이 함께 모여 좋은 창업기업을 공동으로 발굴하거나 아니면 기존 창업프로그램과 연계하여 발굴한 후, 이들 기업의 사업을 공동으로 투자 관점에서 검증하고, 전문엔젤의 개별적 네트워크를 하나로 연계해 기업의 전략적 보강이 필요한 부분을 함께 보강하며, 이를 통해 동반 투자를 실행하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전문엔젤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투자기업에게 자금 이외에 전략적 경영자원을 주는 역할을 확보하게 되며, 동시에 창업기업의 파트너로서 전략적 투자자의 투자 Valuation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일석이조 즉 좋은 투자수익 기반도 올리고 전문엔젤의 본연의 위상도 확보하는 성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더구나, 전문엔젤투자자가 함께 모여 주도하는 이런 창업기업 검증-보강-투자 플랫폼에 다음 단계나 다른 카테고리의 투자자들도 함께 초대하여 함께 한다면 그야말로 전문엔젤투자자들이 대한민국 창업투자생태계에서 투자(Hub) 역할도 하며, 숫자는 적지만, 큰 위상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문엔젤투자자 여러분! 그냥 모이는 게 아니라 이런 플랫폼을 만들어 제대로 뭉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로 이런 부분에 한국엔젤투자협회의 역할은 전문엔젤투자자들이 공동의 투자발굴-쿠킹-공동투자 플랫폼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제안은 전문엔젤들이 자신의 위상에 걸맞게 투자 관점 및 가치 평가의 근거 정립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전문엔젤이 투자할 시 창업팀을 중시할 수밖에 없지만 너무 사람만 보고 투자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투자기업에 대한 투자 전 기업가치가 회수규모 관점에서 보면 근거 없이 지나치게 크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전자와 관련해, 미국의 엔젤투자자들은 투자 의사결정 시 창업팀 이외에도 사업기회의 크기, 경쟁 우위상황, 파트너십 확보정도, 고객에게 검증받는 제품과 솔루션 확보와 지적재산 확보 정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고 이들에 대해 최대한 과학적 평가방법을 개발해 투자의사 결정과 투자가치 산정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대표적인 수익창출 이전의 기업가치 평가법으로는 스코어카드 평가법이나 버커스 방법들이 있습니다. 특히 이런 평가법을 더 견고하게 하기 위해 미국 엔젤투자자들은 엔젤투자협회 등을 중심으로 뭉쳐 투자결과를 상호 공유하고 DB로 축적해 향후 투자 시 이를 참고할 자료로 남기고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도 한국엔젤투자협회가 전문엔젤들의 투자 결과를 정리해 연례보고서를 만들어 전문엔젤들의 투자에 등대(Guiding light)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후자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경우 2016년 기준 엔젤들의 투자기업가치평가 평균이 $3.6M으로 우리 돈 약 40억 정도 규모였습니다. 미국의 투자 회수규모가 우리에 비해 5-10배 큰 것을 감안하면 우리의 엔젤투자 기업가치평가 평균이 어느 정도 되어야 하는지는 이해되실 겁니다. 또 그런 가치로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창업 초기기업에게 투자금 이외에 얼마나 가치 있는 경영자원을 공급해 주어야 하는지도 이해가 되실 겁니다.
전문엔젤투자자 여러분! 우리는 ‘제대로 뭉쳐’ 투자기업을 공동 발굴하고, 쿠킹하며 투자해서 그 결과를 관리해야 만이 대한민국 투자 생태계에서 우리의 위치를 확보하고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다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이런 구호가 가슴에 와닿습니다.
‘큰 목표에 뭉치면 벌고, 작은 욕심으로 흩어지면 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