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어보

글. 홍가인(홍보담당)
 
 

실학박물관과 한국실학학회 한국학중앙연구원은 동아시아 실학 국제학술회의를 11월 27일과 28일 양일간 한국학중앙연구원과 실학박물관에서 각각 개최했다.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비판담론으로서의 실학”이라는 주제로 임형택(성균관대학 명예교수)을 비롯하여, 장지안(张践: 중국인민대학 교수), 오가와 하루히사(小川晴久:일본동아시아학연구회장) 등 총 22명의 한·중·일 실학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 한국학중앙연구원

▲ 한·중·일 실학관련 책 교환

회의 첫날인 27일에는, 임형택 교수가 “실학의 비판담론적 성격”을, 중국 장지안 교수가 “실학사조 배경에서의 서광계徐光啓의 신앙문제에 관한 연구”를, 일본 오가와 하루히사 교수가 “실심실학개념의 역사성과 보편성”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기조강연 뒤에는 분과별 주제 발표가 이어졌는데, “유학사儒學史·자기갱신의 관점과 방법” “17~19세기 비판담론으로서의 실학” “현대사회 비판과 신문명의 구축 그리고 실학”이라는 분과별 주제를 바탕으로 한중일 석학들의 개별발표가 있었다.

28일에는 실학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겨 “동아시아 미래와 신실학”이라는 주제로 실학 포럼을 진행했다. 이 포럼에서는 “동아시아 지평에서 보는 한국 실학”이라는 주제로 김시업 실학박물관장의 대표발제가 이어졌다.

▲ 실학박물관열수홀

▲ 토론 모습

유학이 동아시아 사회를 지배하는 사상/이념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한 지 100여 년이 경과한 오늘날, 유학은 역사적 탐구 대상으로 뿐 아니라, 여러 형태의 전통옹호론을 통해 현대적 효용성의 측면에서도 꾸준히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논의들은 대체로 현대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고 새로운 규준을 창출하는 데 관심을 두기보다, 그 지배적 흐름에 편승하여 유학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자 하는 데 머물렀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인류가 직면한 문명사적 난관을 감안할 때, 이제 우리는 동아시아의 유학을 대상으로 그 모순 극복의 방안에 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질문할 필요가 있다.

본 국제학술회의의 주제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17세기를 전후하여 형성되기 시작한 실학實學 사조思潮가 유학의 자기갱신自己更新과 비판담론批判談論으로서의 성격을 한층 강화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주목하여 기획된 것이다. 실학은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동아시아를 휩쓴 전쟁과 서양 문물의 유입 그리고 지식인의 상호 교류 등을 바탕으로 한․중․일 삼국을 관통하는 유력한 학술․사상적 정향定向의 하나로 확립되었다. 17~19세기 동아시아 실학은 오늘날 유학이 현대 사회․문화에 비판적으로 개입하고, 나아가 인류의 새로운 문명 기획에 동참하기 위해 필요한 창조와 반성의 유용한 자원이다.

25년의 역사를 가지는 동아시아국제학술대회는 2015년 제13차 회의를 맞이하여 비판담론의 이름으로 동아시아 실학을 재조명하고자 했다. 이번 국제학술회의 자리를 통하여 실학의 역사적 실질과 현대적 가치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해 갈 수 있을 것이다.

  • 또한 이번 학술회의를 기념하여 한·중·일 각국의 주요 실학사상가를 소개하고 공유하기 위해 <동아시아 실학사상가 99인>을 실학박물관 자료총서로 간행했다. 이 책을 통해 동아시아 3국의 실학사상가들의 학술활동과 그 의의를 일반 대중이 이해하고, 실학사상의 다양한 전개과정을 짐작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맨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