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알아야 하는 엔젤투자자에 관한 것들 -브라더스엔젤클럽 김신곤 회장
엔젤투자자는 창업 초기 단계 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투자 형태로 제공하고, 경영 조언을 해 기업 가치를 높인 후 인수·합병 (M&A)이나 기업 공개 (IPO) 등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투자자이다. 엔젤투자자는 초기 운영 자금을 지원할 뿐 아니라 후견인 역할까지 수행하면서 스타트업들이 죽음의 계곡을 무사히 지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한다.
가끔 엔젤투자자와 모험자본투자자 (venture capitalist)와의 차이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을 받는다. 엔젤투자자가 상대적으로 더 초기기업 (start-up)에 투자를 하다거나 투자규모에 있어서 더 적은 금액을 투자한다는 등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무엇보다 제일 큰 차이점은 투자금이 누구의 것인가 하는 것이다. 모험자본투자자는 고객의 돈을 운용하고 그 성과에 대하여 보수를 받는 사람이지만 엔젤투자자는 자신의 돈을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물론 둘 다 투자이익을 목적으로 한다는 측면에서는 동일하지만 이러한 차이는 사뭇 다른 투자패턴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스타트업은 엔젤투자자의 투자의사결정에 대하여 잘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엔젤투자자의 제일 큰 위험은 ‘CEO 위험 (risk)’이다. 사람에 대한 판단을 잘못 할 가능성이 제일 크다는 뜻이다. 사업 아이템이나 비즈니스 모델은 중간에 바꿀 수도 있지만 사람 (창업자)의 문제는 돌이킬 수 없다. 즉, 엔젤투자자는 아무리 사업성이 있어도 사람이 아니다 싶으면 투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엔젤투자자들이 후회하는 것의 많은 부분은 초기기업의 사업성에 매몰되어 창업자의 됨됨이를 놓치는 경우이다. 나중에 지나고 보면 그때 창업자의 문제가 들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 아이템이나 화려한 비전에 마음을 빼앗겨 사람에 대한 판단을 소홀히 한 경우가 많다.
두 번째로는 엔젤투자자는 스타트업이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잠재적 시장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에 초점을 둔다. 따라서 엔젤투자를 원하는 창업자들은 엘리베이터 스피치나 요약서 (executive summary)에는 초기시장 진입 가능성을 중심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시제품이나 샘플 등을 통하여 시연할 수 있고, 초기 고객 (early adaptor) 들이 누구이고 얼마나 되는지 등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는 명확한 사업계획서 (business plan) 이다. 사업계획서에는 나의 고객은 누구이고, 문제점은 무엇이며, 내가 왜 이 문제를 다른 사람보다 더 잘 풀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지가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제시하여야 한다.
네 번째는 기술력과 핵심역량이다. 엔젤투자자는 스타트업이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가치를 만들어 내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서비스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점을 확인한다.
다섯 번째는 투자조건이 적절한가에 대한 판단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타트업의 가치평가 (valuation) 이다. 스타트업은 자신의 가치를 크게 인정받고 싶어하고 엔젤투자자는 자신의 투자 가치를 더 크게 인정받고 싶어하기 때문에 여기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하지만 초기기업의 가치를 결정해 주는 모델이나 방식에 대하여 일반적인 통념이나 통설, 또는 사회적인 합의는 아직 없다. 학문적인 연구 또한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적절한 스타트업의 가치평가는 양측의 협상에 의하여 결정된다. 협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팀의 경험이나 과거 성공경험 소유 여부, 시장과 경쟁 환경, 시장진입 기회, 투자에 따른 창업자의 지분 변동, 투자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제품과 서비스의 시장가치, 출구전략 등이다.
여섯 번째는 후속 투자연계 가능성이다. 엔젤투자는 초기의 마중물 역할이나 씨앗투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엔젤투자만으로는 스타트업이 성공할 수 없다. 엔젤투자가 이루어지고 예상대로 스타트업이 성장과 진전이 있을 경우, 후속투자를 받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를 가름해 보는 것이다. 후속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자신의 엔젤투자가 보존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위에서 논의한 점들이 일차적으로 통과되면 보다 구체적인 재무계획이나 마케팅 계획, 팀 구성 등의 확인 단계로 나아간다. 투자와 관련해서는 투자유치 목표 금액은 얼마인지, 이 돈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어느 정도인지, 매달 사용하는 현금 규모 (burning rate)는 얼마나 되는지, 향후 2년 정도의 예상 재무상태는 어떻게 되는지, 예상 재무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큰 가정 (assumptions)은 무엇인지, 고객가치 창출에 있어서 가장 큰 비용요소는 무엇인지 등이다.
마케팅 관련해서는 초기 시장 진입전략은 무엇인지, 홍보계획, 소셜미디어 전략, 고객획득 비용, 고객의 평생가치 (life time value), 판매사이클 등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은 어디에서 어떻게 어떤 엔젤투자자를 만날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엔젤투자자는 친구와 가족, 개인 엔젤투자자, 엔젤투자자 네트워크, 세 부류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친구나 가족은 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는 있으나 높은 위험성 때문에 투자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고 개인엔젤 투자자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엔젤투자자를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는 엔젤투자자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엔젤투자협회의 네트워크는 그 가운데 하나로서 스타트업이 잘 이용한다면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김신곤